[의약품 유통업 리포트]'유통일원화' 폐지 12년, 도매상·제약사 전환점 섰다[총론]종합병원 직거래 금지 '도매상' 육성…유통공룡 및 제약사 온라인몰 등장
최은진 기자공개 2023-07-04 13:02:27
[편집자주]
리베이트·약가·편의성·규제. 의약품 유통을 둘러싼 다툼은 수십년간 첨예했다. 누가 유통의 중심에 서야 하느냐에 대한 이견은 여전히 정답이 없다. 다만 도매상에게 전적으로 유리했던 '유통일원화 제도'가 폐지된 지 12년, '온라인몰'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에 맞서 덩치를 키우는 도매상과 온라인몰을 활용해 틈새를 파고드는 제약사들간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더벨은 의약품 유통업계를 들여다보고 이슈를 따라가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30일 11: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의약품 유통일원화' 제약사들이 종합병원에 직접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한 제도. 의약품 도매상이라는 유통공룡의 탄생스토리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제약사가 약을 개발하고 만들어 유통까지 하는 게 비효율이라는 관점에서 비롯됐다. 리베이트를 척결하기 위한 대안이기도 했다.이 제도는 20년을 못 가 폐지됐다. '경쟁을 제한한다'는 공정거래 문제에 직면했고 불필요한 유통 비용이 더해져 약가를 높인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다. 그리고 12년, 의약품 유통시장은 또 한번의 전환점에 섰다. 합종연횡을 거친 도매상들은 유통공룡이 됐고 제약사들은 온라인이라는 무기로 자체 유통망을 만들기도 한다. 중소제약사들은 연합해 공동유통법인을 설립키도 했다.
◇유통일훤화·의약분업 제도로 도매상 성장, '병원' 유통 고착 계기
1994년 7월 제약사의 종합병원 직거래 금지제도가 시행됐다. 이른바 '유통일원화 제도'다. 제조업(제약사)→도매업→소매→환자로 이어지는 순환으로 도매업자를 통해서만 의약품이 유통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제약사들이 약을 만들어 유통까지 담당하다보면 연구개발(R&D)에 소홀해 질 수 있다는 점, 직접 병원을 거치다 보면 리베이트가 근절되기 어려울거라는 점이 위기의식으로 반영됐다.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였다.
당초 의약품 유통은 도매상 중심으로 거래되는 게 통상의 질서였다. 그러나 제약사들이 직거래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고사하는 도매상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유통일원화'라는 전례 없는 제도가 마련됐다. 역할분담을 통해 의약품 유통을 투명화 시키자는 취지였다.
제약사들의 거센 발발에도 불구하고 제도는 도매상들에게 호재가 됐다. 2000년 시작된 의약분업 제도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도매상들은 날개를 달았다.
종합병원과 달리 약국은 제약사 직거래가 가능했지만 원외처방이라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도매거래'로 불가피 하게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제품을 소량씩 구비하고 빠르게 배송을 받아야 한다는 특성상 약국 인근에 입지한 도매상과 거래를 하게 됐다.
◇도매상 3400여곳, 요양기관 유통 91%…온라인몰 등장으로 판도 변화 예고
하지만 도매상들에게 전적으로 유리한 유통일원화 제도는 2011년 전격 폐지됐다. '일몰제'까지 둘 정도로 없애려는 제약사와 연장하려는 도매업자간 격하게 싸웠지만 결국 시장경쟁 논리에 부딪혔다. '경쟁'을 해치는 자율성을 확보하고 약값을 왜곡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는 유통사의 '생존 논리'를 압도했다.
의약품 도매업자들은 도사할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여전히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이미 대형병원과의 고착된 유통관례는 제약사들이 깨기 어려웠다. 2022년 기준 의약품 도매업자는 총 3400여곳이다. 종합병원 등 요양병원에 납품하는 의약품 비중은 전체의 91%에 달한다.
이를 기반으로 도매상들은 덩치를 키웠다. 2022년 공시 대상 유통업체 163곳의 매출액은 31조19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성장했다. 업계 1위 지오영의 매출은 2조8605억원으로 국내 제약사 및 대기업 CMO(위탁생산) 기업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2위기업인 백제약품도 2조원을 웃도는 매출을 벌어들인다. 지오영은 최근 백제약품 지분 25%를 인수하며 업계 최강자로 거듭났다.
지역별 거점을 두고 있는 도매상들이 '합종연횡'을 거쳐 유통공룡이 되는 스토리 뒤에는 조용히 한방을 노리는 제약사들도 있다. 도매상 중심의 시장질서에 반기를 들며 자체 유통망을 만들거나 공동 물류센터를 조성하는 방식을 활용하면서다.
예를들어 한미약품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팜의 경우 매출 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 한미약품 제품 외에도 의약품 도매업체 180여곳이 입점해 있다. 온라인으로 가입, 구매는 물론 환불까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면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유통마진을 줄이기 위해 중소제약사들이 연합해 세운 피코이노베이션도 눈길을 끈다. 동구바이오제약·한국파마·국제약품·대우제약 등 25곳이 참여해 공동 물류센터 및 온라인몰을 조성했다. 업계 최초 '제약사 직거래 쇼핑몰'이라는 타이틀도 내걸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유통에 대한 제약사와 도매상 간의 불편한 관계는 이미 오래됐고 쉽게 풀리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온라인 몰, 연합 유통법인 등이 탄생하는 등 변화의 시점에 놓여있는 상황이라 유통상황이 어떻게 달라질 지 관전 포인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