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 Credit]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홀딩스 연결고리 '부담'홀딩스 차입 상환재원은 하이트진로…등급하향 트리거 "계열지원 확대" 추가
고진영 기자공개 2023-06-01 07:38:52
[편집자주]
신용평가사들이 부여하는 기업의 크레딧은 자금 조달의 총괄자인 최고재무관리자(CFO)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핵심 변수다. 크레딧이 곧 조달 비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THE CFO는 기업 신용등급의 변천사를 조명하는 동시에 특정 시기에 어떤 CFO가 있었는지, 해당 CFO들이 어떤 활약을 보였는지 함께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6일 15:2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트맥주(현 하이트진로홀딩스)가 소주회사 진로를 사들인 것은 지금의 하이트진로그룹 기틀을 다진 빅딜로 꼽힌다. 하지만 대가가 가볍진 않았다. 당시 늘어난 차입이 여전히 하이트진로에 부담으로 작용 중이다. 하이트진로홀딩스에 대한 지원부담은 하이트진로 신용등급에도 중요 변수로 고려되고 있다.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신용등급 상향과 하향 변동요인을 동시에 조정했다. 특히 하향변동요인 변경이 주목된다. 우선 하이트진로의 경우 '계열 지원부담 확대'가 기준으로 추가됐다. 또 하이트진로홀딩스는 기존의 '주력사업 경쟁지위 및 수익구조 저하' 조건을 '주력 자회사인 하이트진로의 신용위험 확대'로 바꿨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하이트진로그룹의 지주회사다. 2008년 인적분할을 통해 주류사업을 신설법인으로 이전하면서 순수지주회사로 전환했다. 하이트진로(50.9%)와 진로소주(100%)를 사업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신용도가 하이트진로와 사실상 연동해 움직이고 있다. 연결 기준 매출에서 하이트진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100%에 이를 정도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재무와 회계를 담당하는 오근의 상무가 하이트진로홀딩스 관리총괄을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두 회사의 재무적 연관성을 짐작할 수 있다. 경영전략이나 영업활동 측면에서 한 몸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재무부담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하이트진로가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 안정적'으로 평정받은 반면 하이트진로홀딩스는 한 단계 낮은 'A, 안정적'에 머물러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올해 1분기 말 별도 총차입금이 6100억원을 기록했다. 2005년 하이트진로(옛 진로)를 인수했을 때의 자금 소요,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주주간 계약체결 등으로 높아진 재무부담이 아직까지 회사를 옥죄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총차입 규모가 EBITDA(상각전영업이익)의 19.6배에 이르니 자체 현금창출력만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를 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1년 안에 갚아야하는 단기성 차입 비중이 4193억원으로 69%에 달하기 때문에 상환 압박에 바쁘게 대응해야 한다. 단기차입금 이자율은 4.7~6.81% 수준이다. 연간 200억원 이상의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이자비용은 216억원. 올해 1분기에는 7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45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부담은 하이트진로에 전가되고 있다. 빚을 진 것은 하이트진로홀딩스지만 이 차입금의 실질적 상환주체는 핵심 현금수입원인 하이트진로이기 때문이다. 지주사뿐 아니라 그룹 전반에서 차입금 상환 재원을 하이트진로에 기대고 있다.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에 '계열 지원부담 확대'가 새로 더해진 것도 이를 감안한 결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의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을 보면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으로 1조59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모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 채무를 계산에 넣으면 실제 부담은 훨씬 무거운 수준으로 오른다.
상환 재원을 밀어주는 방법으론 배당을 활용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매년 500억~600억원 안팎을 배당 중이고 지난해엔 총 664억원을 배당으로 풀었다. 배당성향의 경우 76.26%로 코스피 평균 배당성향(35.07%)을 훌쩍 웃돈다. 지분율을 적용하면 작년 총 배당금의 절반 정도인 338억원이 하이트진로홀딩스 몫이다.
이자비용을 내줘야하기 때문에 이 같은 지원부담은 앞으로도 하이트진로의 현금흐름에 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이트진로는 2020년 이후 현금 창출력이 좋아지는 추세인 데다 유지보수 중심의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연간 1500억원 안팎의 CAPEX(자본적지출)를 쓰면서 잉여현금흐름을 꾸준히 플러스(+)로 유지 중이다. 2019년과 2022년은 잉여현금이 마이너스(-)로 떨어졌지만 주세납부 이연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의 경우 실질적인 재무안정성을 파악할 때 모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 차입금을 합산해서 부담 수준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하지만 3년째 3000억원대 EBITDA를 꾸준히 냈고 투자지출이 많지 않은 편이기 떄문에 홀딩스 차입금을 감안해도 앞으로 차입규모는 완화 기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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