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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배터리 유럽 2023]중국 반격 맞선 K 배터리, 텃밭 유럽 '지켜라'인터배터리 행사 해외서 첫 개최...EU 기업과 협력 모색

프랑크푸르트(독일)=정명섭 기자공개 2023-06-13 07:21:04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2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럽에 'K 배터리'의 위용을 보여줄 자리가 마련된다. 인터배터리 2023 전시회가 유럽에서 개최된다. 인터배터리는 2013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국내 최대 이차전지 산업 전시회다. 인터배터리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함께 전기차 시장이 급성하고 있는 유럽은 이차전지 업계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2017년부터 유럽 지역에 생산설비를 갖춰 유럽연합(EU) 이차전지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 기업들이 유럽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5년 내에 점유율이 역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1~2년이 유럽 이차전지 시장의 판도를 좌우하는 만큼 점유율을 더 내주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인터배터리, 이차전지 격전지 유럽 첫 진출...한국-EU 기업 간 협력 모색

'인터배터리 유럽 2023' 전시회는 오는 14일(현지시간)부터 16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린다. 인터배터리는 전기차용 이차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이차전지 소재, 제조기기, 검사·측정장비 등 이차전지 산업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전시회다. 주관은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코엑스다.

이번 유럽 전시에는 이차전지 셀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을 비롯해 한솔케미칼 등 총 72개사가 참여한다. 일반 전시 외에도 유럽 신규지역 판로 개척을 위한 비즈니스 미팅과 한국-EU 기업 간 협력을 위한 네트워킹 자리도 마련된다.


인터배터리 유럽이 열리는 기간에 유럽 최대 ESS 전시회인 'ees 유럽'과 태양광 전시회 '인터솔라'도 함께 열린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과 한화솔루션 등이 참석해온 세계적인 행사다. 인터배터리 유럽을 흥행시키기 위한 주관사 측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있다. BMW, 메르세데츠 벤츠 , 아우디, 폭스바겐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본사를 둔 독일에서 열린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인터배터리가 유럽 진출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유럽이 미국과 함께 이차전지 산업 성장세가 가장 가파른 지역이기 때문이다. EU는 세계 2위의 전기차 판매국이다. 이는 이차전지 수요 대국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우드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EU의 이차전지 수요는 2025년 400GWh에서 2030년 1.1TWh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는 전 세계 이차전지 수요의 23.4% 수준으로 중국(43%) 다음으로 높다. EU는 2035년까지 휘발유와 경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다. 이차전지 수요가 앞으로 급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이차전지 업계는 선제적으로 유럽 현지에 생산설비를 구축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7년에 폴란드 공장을 준공하고 이차전지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같은 시기에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을 준공했고 SK온도 2020년 1분기부터 헝가리 공장을 가동했다.

동박 제조사인 솔루스첨단소재와 전기차 이차전지용 분리막을 생산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도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헝가리와 폴란드에 생산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엔켐과 후성, 솔브레인 같은 전해액 생산업체들도 2019년 이후부터 유럽 현지 생산기지 구축해왔다.

2022년 국내 기업의 EU 이차전지 시장 점유율이 64%를 기록한 건 중국 등 경쟁국 대비 유럽 시장에 먼저 진출한 결과다. 유럽이 K배터리의 '텃밭'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한국 이차전지 관련 기업은 EU 시장에 경쟁국보다 먼저 진출해 오랜시간 기술력을 검증받았다"며 "이차전지의 안정성과 신뢰성은 전기차의 안전과 직결돼 완성차 기업들은 이미 시장을 통해 검증된 이차전지 기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 중국, 美 진출 막히자 유럽 진출로 활로 모색...K배터리에 '위협'

다만 긍정적인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중국 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어서다. 중국 기업은 한국 기업의 주력인 삼원계 이차전지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전지를 앞세워 EU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양국 기업 간 EU 이차전지 시장 점유율 차이는 2020년 51%포인트에 달했으나 지난해 30%포인트로 줄었다.


앞으로 이 차이는 더 좁혀지는 것을 넘어 역전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기업들이 유럽 생산기지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작년 8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도입해 전기차와 이차전지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기업들은 유럽 시장 공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IRA는 중국 같은 해외우려기업으로부터 조달한 이차전지 부품과 핵심광물을 사용할 경우 세제혜택에서 제외하는 법안이다.

EU는 미국과 반대로 역내 이차전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기업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 1위 이차전지 제조사 CATL이 작년 8월에 헝가리 데브레첸에 100GWh 규모의 생산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100GWh는 전기차 약 100만~150만대분이다. 투자 규모만 73억 유로(약 10조원)에 달한다. CATL은 작년 12월 독일에 첫 해외 생산기지를 완공하기도 했다. CATL은 2028년까지 독일에 추가로 설비를 지어 14GWh 수준인 현지 생산능력을 100GWh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중국의 다른 이차전지 제조사인 S볼트는 2025년 3월까지 독일 라우흐하머에 32GWh 규모의 이차전지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2027년까지 위버헤른에도 이차전지 생산설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엔비전그룹의 이차전지 생산부문인 엔비전AESC도 프랑스와 스페인에 이차전지 생산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투자를 마치면 이 회사의 유럽 현지 이차전지 생산량은 84GWh까지 오른다.

중국 이차전지 업계의 EU 내 이차전지 생산능력은 2025년까지 264GWh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이차전지 업체의 생산능력(202.5GWh)을 뛰어넘는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이차전지 업계가 EU 시장 점유율을 더 이상 내주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차전지 산업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 중국 기업은 거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EU 시장에서 리더십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자금력과 가격 경쟁력이 열세인 상태로 EU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1~2년이 미래 EU 이차전지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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