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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SKIET 폴란드 공장은 유럽 및 북미 시장 전초 기지"박병철 폴란드 법인장 "생산성·품질 경쟁력 충분...日은 과감한 투자 못해"

돔브로바 고르니차(폴란드)=정명섭 기자공개 2023-06-13 17:11:45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3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분리막 업체들과 경쟁에서 과연 이길 수 있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같은 조건이면 질 수가 없습니다."

12일(현지시간) 폴란드 남부 실롱스크주 돔브로바 고르니차시에 있는 SKIET 공장에서 만난 박병철 SKIET 폴란드 법인장(부사장, 사진)은 최근 유럽 지역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과 경쟁 구도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중국은 자국 전략 산업에 재정·금융지원이나 조세 혜택 등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저가의 소형 이차전지부터 값비싼 대형 이차전지까지 자국 내 분리막 생태계도 탄탄하다. 중국 내에서 현지 기업들을 이길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SKIET도 중국에서 생산되는 분리막에 대해 "원가를 분석해보면 도저히 투자비가 안 나온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다만 중국 외 지역에선 상황이 다르다. 중국 기업은 막대한 보조금을 받지 않고 원가 경쟁에 나서야 한다. 해외에 설비를 구축한 경험도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유럽에 생산설비를 지으려면 현지의 강력한 환경 규제도 준수해야 한다.

박 법인장은 "(지원금 등) 생태계가 없다면 결국 생산성이나 품질, 기술을 가지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데 그 부분에서 SKIET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폴란드 공장의 목표는 명확하다.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 경쟁업체에 대응해 유럽은 물론 북미 시장 수요까지 완벽하게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박 법인장의 이력을 보면 그를 폴란드 법인장으로 보낸 이유도 뚜렷해진다. 공장 설립 직전2020년 5월부터 SKIET 폴란드 법인장을 맡고 있다. 1995년에 SKC 필름기술팀으로 입사한 이후 SK이노베이션 소재사업 LiBS생산팀장, SKIET 생산지원 PL 등을 역임하는 등 분리막 분야의 전문가다.

SKIET는 지난 2021년 유럽 내 최초 LiBS 공장을 설립했고, 제1공장에 이어 2~4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SKIET는 오는 2024년까지 4공장까지 완공한다는 목표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유럽 내 최대 생산 규모인 연간 15억4000만㎡ 분리막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전기차 약 205만대에 들어가는 규모다.

◇ IRA는 기회...폴란드 법인, 2029년까지 북미 수요 대응

박 법인장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도입으로 중국 분리막 업체들이 미국 이차전지 공급망에서 배제되면 SKIET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도레이 같은 일본 분리막 기업만 남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전후로 중국 기업들에 시장을 내주고 설비 투자도 줄여 과거의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법인장은 "5~6년 전만 해도 한국과 중국 이차전지 기업들이 일본 분리막을 썼는데 코로나19 이후 (일본 분리막이)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중국 업체보다 경쟁력이 뒤처지다 보니 투자를 확 줄였다"며 "앞으로도 한국 기업들처럼 과감하게 투자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법인장은 SKIET의 폴란드 공장을 '유럽과 북미 시장 수요를 대응할 수 있는 전초 기지'라고 정의했다.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된 분리막은 북미 지역에도 수출된다. 그 시기는 2029년 이전까지다. IRA상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북미 현지에서 생산된 분리막을 사용해야 하는데 2029년부터 이 비율이 100%까지 올라간다. 이에 따라 SKIET는 북미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박 법인장은 "북미 지역 진출 결정 시 현지에 공장을 구축하고 생산 가동하기까지 3~4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전까지 북미지역 수요는 폴란드 공장 생산품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북미 신규 공장 설립에 앞서 다양한 공정과 기술 등을 폴란드 법인에 먼저 적용하는 등 테스트 베드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IET 폴란드 공장 위치

◇ 자동화 공정으로 생산성 향상 기대...공급처 다변화로 SK온 비중 80%→50% 목표

폴란드 공장의 단기적인 목표는 생산성 향상이다. 현재 자동화 공정을 도입해 효율성과 생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자동화 공정이 적용될수록 투자와 운영에 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는 분리막의 단위당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SKIET는 현재 1~2공장의 생산성을 2025년까지 20% 확대하는 게 목표다. 새롭게 건설 중인 3~4공장은 최신 설비 도입으로 기존 공장 대비 생산성을 30%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025년 이후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생산과 포장, 이동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솔루션이 도입된다. 기술 개발은 완료했고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박 법인장은 "현재 폴란드 공장 모든 생산 과정에 자동화 공정 적용 중"이라며 "해외 업체들과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리막을 최대한 대량으로 효율적으로 생산해 글로벌 시장 내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법인의 또 다른 과제는 고객사 다변화다. 현재 생산 물량의 80%가량이 SK온 헝가리 공장에 공급된다. 공급처를 최대한 넓혀 이 비중을 50%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실제 SKIET는 지난 2일 북미와 기타 해외 지역을 대상으로 이차전지용 분리막을 7년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금액과 계약 상대 등은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SKIET는 오는 10월부터 2030년 9월까지 분리막을 공급한다.

폴란드 공장은 SKIET의 ESG 경영 첨병 역할도 맡는다. SKIET는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모든 전력은 신재생에너지로 변경하는 것이 목표다. 폴란드 공장은 2021년과 2022년에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모든 전력 사용량을 충당하는 RE100을 달성했다. 이외에도 분리막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의 77%를 재활용하고 있다.

박 법인장은 "신재생에너지는 일반 전기료 대비 가격이 높지만 폴란드 공장의 고객사들이 온실가스 감축 데이터를 요청하는 등 생산자가 갖추기를 원하는 조건 중 하나"라며 "SKIET 또한 탄소 감축을 지향하고 있어 이에 맞춰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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