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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삼성카드vs현대카드]오너십 vs 전문경영인…재벌그룹의 상반된 경영 체제[지배구조]②삼성, 그룹 내 전문 인력 적극 활용…현대, 1인 추진력 통해 빠른 성장

이기욱 기자공개 2023-06-20 07:30:14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5일 08:3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오랜 기간 상반된 경영 체제를 유지해 왔다. 삼성카드는 재벌그룹 계열사임에도 철저히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운영해왔다. 상황에 맞는 인사를 통해 수차례 위기를 극복했고 삼성카드를 그룹 내 주요 인재들의 경영 시험대로도 활용했다.

현대카드는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을 이뤘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20년에 달하는 오랜 기간 동안 현대카드 경영을 전담해 왔다. 최근에는 공동 대표 선임 등을 통해 경영 체제에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삼성카드, 35년간 대표이사 12명 취임…전원 그룹 계열사 출신

지난 1988년 출범 이후 35년동안 삼성카드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는 총 12명이다. 이들은 모두 삼성그룹 계열사 출신 인사들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출신 회사들은 다양하게 존재하며 삼성카드로 입사한 후 대표까지 오른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초대 대표는 이승영 사장이다. 그는 삼성전자와 옛 전주제지(현 한솔제지), 옛 안국화재해상보험(현 삼성화재) 등에서 30여년을 근무한 '삼성맨'으로 삼성카드의 초기 시장 안착을 주도했다. 초기 영업규모 확대, 회원서비스체제 강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영업기반 구축에 매진한 결과 출범 첫해 회원 20만명, 가맹점 3만5000개를 확보했다. 초기 삼성카드의 영업을 책임졌던 '위너스 카드' 출시와 마스터카드 정회원 가입, 업계 최초의 자동응답시스템 서비스 개시 등도 이 사장의 주요 성과다.

뒤이어 삼성카드 대표에 오른 이시용 부사장은 삼성생명 출신 인사다. 삼성생명 공채 1기 출신으로 한국 보험업계를 이끌어온 상징적인 인물이다. 70년대 후반 임원진에 오른 후 20여년 동안 영업 일선에서 활약하다 삼성생명 대표를 지냈다. 1993년말 삼성카드 대표에 올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태평양생명(현 동양생명)의 대표로 이동했다.

1994년부터는 남정우, 이필곤 공동 대표 체제가 가동됐다. 남정우 사장은 1966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후 그룹 비서실과 제일모직, 삼성물산 등의 경리 및 관리 부서를 거쳤다. 정통의 엘리트코스를 밟은 그는 1978년 삼성물산 이사직에 오른 뒤 삼성중공업 상무, 삼성종합건설 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필곤 회장 역시 삼성물산 출신으로 삼성물산 대표이사 총괄 부회장, 삼성중국본사 대표이사 회장, 중앙일보 대표이사 사장 등을 지낸 거물급 인사다. 삼성카드 사장 이후에도 삼성자동차 대표이사 회장, 서울시 행정부시장 등의 요직을 역임했다.

두 대표는 '질 위주 경영'을 선포한 삼성 신경영 기조에 발맞춰 질적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고객지향적 경영을 펼쳐 나갔다. 인재양성과 첨단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매진했다.

1996년 1월 취임한 황학수 부회장은 이시용 부사장과 같은 삼성생명 공채 1기 출신 인사다. 삼성생명 대표로서 회사를 국내 최대 보험사로 성장시키는데 일조한 후 삼성카드를 맡았다. 삼성카드에서도 국내 정상 카드사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영업 주의 전략을 펼쳤다.

이듬해 취임한 이경우 사장은 제일제당, 삼성전자,삼성중공업, 삼성자동차, 삼성증권 등 다양한 계열사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 사장은 이전의 대표들과는 달리 6년에 달하는 긴 기간 동안 삼성카드를 이끌었다.

◇'재무전문가' 적임자 투입하며 카드사태 위기 극복

삼성카드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가장 빛을 발한 때는 2003년 카드사태 당시다. 삼성그룹은 위기 상황에 맞는 전문 인력을 삼성카드 대표에 앉히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2003년 2월부터 6년동안 삼성카드를 이끌어온 유석렬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유 사장은 삼성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해 제일모직에 입사한 그는 삼성전자와 삼성그룹 비서실 등 그룹 내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고 외환위기 직후 삼성캐피탈 대표를 맡아 흑자 전환을 이루는 등 뛰어난 경력 능력을 입증했다.

2000년에는 삼성증권 대표로서 대규모 대우채 관련 부실을 조기에 정리한 후 삼성투신증권과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01년 6월부터 삼성생명 대표를 맡았으나 약 1년반만에 특급 소방수로서 삼성카드로 오게 됐다.

유 사장은 대규모 유상증자와 감자, 인력 감축 등 노력 끝에 빠르게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 카드사태 발생 약 4년 만인 2006년말 3600억 원의 세전이익을 시현하는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유 사장은 2007년 6월 삼성카드를 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키는 성과도 이뤄냈다.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이후 삼성카드 대표직은 그룹 내 주요 인재들의 경영 시험대로도 활용됐다. 2009년 취임한 최도석 사장은 제일모직 경리과 출신으로 그룹 내 대표적인 엘리트 코스를 거친 인물이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과 경영지원총괄 사장을 지낸 후 삼성카드를 통해 처음으로 계열사 경영을 맡았다. 그는 삼성카드 대표로 있으며 부회장에 승진해 그룹 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1년 최치훈 사장의 선임은 다소 이례적 인사로 평가 받았다. 최 사장은 미국 GE(Global Electric)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은 인물로 삼성의 '순혈 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2007년 삼성전자 고문, 2008년 삼성전자 디지털프린팅사업부 사장, 2009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삼성카드 사장이 됐다.

2014년 취임한 원기찬 사장은 반대로 삼성전자 순혈 인사다. 1984년 삼성전자 입사 후 대부분의 경력을 삼성전자에서 쌓았다. 삼성전자 인사팀 차장과 북미총괄 경영지원팀담당 부장, 경영지원총괄 인사팀 상무, 디지털미디어총괄 인사팀 팀장 상무, 경영지원실 인사팀장 전무, 경영지원실 인사팀 팀장 부사장 등을 거쳐 삼성카드 사장에 선임됐다.

김대환 현 사장(사진)은 유석렬 전 사장과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유 사장 이후 처음으로 삼성생명에서 삼성카드 사장으로 이동한 사례다. 김 사장도 2010년 삼성생명 경영지원실 상무에 선임된 이후 약 10년간 재무관리를 전담해온 재무 전문가다. 안정성이 중요시되는 현 시장 상황에 맞춰 적임자를 대표로 선임하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강점이 또 한 번 발휘됐다는 평가다.

◇현대카드, 20년동안 정태영 부회장 1인 체제 유지

반면 현대카드는 정태영 부회장(사진)의 경영체제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출범 초기 잠시 대표를 맡았던 이계안, 이상기 대표를 제외하고는 줄곧 정태영 부회장이 경영을 전담해왔다.

후발주자인 현대카드가 삼성카드를 비롯한 선두 기업들을 추격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고 그 역할을 정 부회장이 담당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카드사태가 발생한 2003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2002년까지만해도 기아자동차 구매총괄부본부장 전무직을 맡고 있었다.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은 당시 정의선, 정일선, 정태영, 신성재 등 3세 경영인들을 모두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세대교체를 단행했고 정 부회장에게는 현대카드 경영 정상화 특명이 내려졌다.

정 부회장은 곧장 그룹과의 협상을 통해 약 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증자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영업을 축소하는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영업 규모를 늘리며 중위권 카드사로의 도약을 시작했다.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광고와 투명 카드와 같은 디자인 혁신 등 변화를 주도했고 M시리즈 흥행의 결과를 이끌어 냈다.

2005년 GE캐피탈 투자 유치를 계기로 '정태영 체제'는 더욱 공고해 졌다. 줄곧 현대캐피탈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던 정몽구 회장이 이사회에서 빠졌고 오너일가 중에서는 정 부회장만이 유일하게 이사회에 남게 됐다. 금융계열사 전권을 사실상 정태영 부회장에게 맡긴 상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2013년 정 부회장은 새로운 혁신 전략 '현대카드 Chapter 2'를 발표하며 내실 경영 기조로 전환했다.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카드', 'PLCC카드(사업자 전용 신용카드)' 출시 등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시도했다.

올해 3월 론칭한 애플페이 역시 정태영의 오너십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단기 실적이 중요시되는 전문경영인 체제 하에서 수년에 걸친 애플과의 협상은 성사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애플페이 자체도 당장의 수익보다는 장기 시장 점유율 등에 중점을 둔 사업이다.

최근 정 부회장은 공동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경영체제 변화를 조금씩 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김덕환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처음으로 공동 대표 체제를 구성했다. 이듬해 김 대표의 사임으로 잠시 단독 대표 체제로 돌아갔지만 올해 김 대표가 복귀하며 다시 공동 대표 체제를 이루게 됐다. 정 부회장이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의 중장기 경영전략을 총괄하고 김 대표가 CEO 실무를 수행한다.

김 대표는 1972년 출생으로 국내 카드사 CEO 중 가장 어린 나이를 자랑한다.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체이스 맨허튼뱅크, 로얄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 GE캐피탈 등 외국계 금융사에서 근무했고 2007년 삼성카드에 입사하며 국내로 들어왔다. 2011년에 현대캐피탈에 입사하며 현대차그룹 계열 금융사와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현대캐피탈 금융기획실장, 현대카드 카드마케팅부본부장, 카드부문 대표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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