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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로 본 금융사 브랜드 전략]금융광고 '상징' 카드사, 대표 모델 사라진 까닭은①2000년대 초반 '국민스타' 경연장…점차 자체 모델 기용 줄어

이기욱 기자공개 2024-07-01 12:35:02

[편집자주]

'피겨퀸' 김연아, '국가대표' 손흥민, '국민여동생' 아이유까지. 금융회사는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을 자사 브랜드 대표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전 국민 대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연령·성별 불문 호감도가 높아야 하고 그룹 지향점과도 일맥상통해야 한다. 금융 서비스별 모델 면면에는 경쟁사와 차별화를 위한 디테일한 전략도 숨어있다. 일류 모델들의 각축장이 된 금융권의 사별 브랜드 전략을 해부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8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러분, 부자되세요"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2000년대 초반 광고계를 넘어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광고 카피들이다. 이 카피들의 공통점은 모두 카드사의 광고에 활용됐다는 점이다. 이 문구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광고모델 역시 전국민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국민스타'들이었다. 카드업계는 당시 금융권 광고의 상징으로도 여겨졌다.

현재는 180도 달라진 양상을 띠고 있다. 카드사들을 대표하던 얼굴들이 자취를 감췄다. 대기업계열 카드사들은 별도 광고모델을 기용하지 않고 있으며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도 주로 그룹 광고모델의 도움을 받고 있다. 과거와는 달라진 업황과 경쟁 체제 등이 광고 트렌드 변화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히딩크·김정은·박찬호·배용준 등 빅모델 '즐비'…2000년대 후반 기조 변화

2000년대 초반은 카드업계 점유율 경쟁이 극에 달했던 시기다. 정부의 카드 소비 장려 정책으로 인해 카드 사용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시기였다. 2000년말 5788만장이었던 신용카드 개수는 이듬해말 2001년말 8933만개로 54.3% 증가했고 2002년말 1억480만장으로 17.3% 증가했다.

고객 유치 경쟁은 자연스럽게 광고 경쟁으로 이어졌다. 각 카드사들은 앞 다퉈 유명 스타를 광고 모델로 모셨고 이는 숱한 화제를 낳았다. 당시만 해도 1금융권 은행보다 카드사의 광고 모델들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2002년 BC카드 광고모델로 활동했던 배우 김정은
대표적인 인물이 BC카드의 김정은이다. 2002년 김정은은 흥행 영화 '가문의 영광'에 출연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BC카드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아직까지 회자되는 '여러분, 부자되세요' 유행어를 만들며 카드업계 '빅모델' 성공 사례를 남겼다.

다른 카드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카드는 축구 국가대표 감독 '히딩크'를 앞세워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광고를 흥행시켰고 현대카드도 배우 정준호와 함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명광고를 남겼다.

이들에 비해서는 다소 부족한 임팩트로 평가받지만 LG카드(현 신한카드)도 배우 배용준과 이영애라는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했고 KB국민카드와 외환카드(현 하나카드)도 각각 박찬호, 이정재라는 국민스타를 전면에 내세웠다. 동시대 우리카드의 광고모델도 이병헌과 김희선으로 인지도면에서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이러한 카드업계의 '빅모델' 전략은 2000년대 중반까지도 이어졌다. 카드사태로 인해 각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을 때도 배우 전지현·이미연(LG카드)과 장동건·이나영(삼성카드), 송혜교(BC카드), 손예진(외환카드), 하지원(롯데카드) 등 유명 연예인들이 광고모델로 활동했다.

◇업계 성장 둔화로 광고 효과도 감소…불황 속 내실 경영 기조도 확산

2000년대 후반 들어 조금씩 양상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배우 김태희(현대카드), 가수 비·보아(국민카드) 등 여전히 톱모델을 기용하는 곳도 있었지만 다수의 카드사들이 단발성 광고모델 또는 조연 배우, 예능인 등으로 시선을 돌렸다. 배우 오달수, 연예인 현영(BC카드), 배철수(롯데카드) 등이 대표적 사례다.

2010년대로 넘어와서는 친숙한 광고 모델을 선호하는 기조가 생겨났다. 육아 예능으로 인기를 얻었던 배우 송일국(하나카드)이나 예능인 이휘재(롯데카드)를 그 가족들과 함께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현대카드의 경우 2000년대 후반을 끝으로 광고모델을 기용하지 않았다. 롯데카드 역시 2010년대 중반부터 광고모델 기용을 중단했다. 대기업계열 카드사 중에서는 삼성카드만이 2018년 아이유를 모델로 기용하며 빅모델 전략을 활용했다. 대기업 계열 또는 사모펀드 계열 카드사(삼성·현대·롯데·BC카드)들은 현재 모두 광고모델을 쓰지 않고 있다.

은행 지주계열 카드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신한카드가 2021년 BTS를 잠시 기용한 적은 있지만 개별 광고모델이 거의 사라지는 추세다. 신한카드와 국민카드, 하나카드에서는 각각 그룹 광고 모델인 뉴진스와 박은빈, 안유진 등이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카드만이 우리금융 모델 아이유 외에도 배우 박지환을 기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특정 상품인 '위비트래블 체크카드' 브랜드의 광고로 역할이 제한된다.
최근 금융지주계열 카드사들은 그룹 모델을 함께 광고 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KB금융그룹 광고모델 박은빈(위쪽)과 신한금융그룹 광고모델 뉴진스

카드사를 대표하는 대형 광고 모델이 사라진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카드업계 자체의 성장이 오랜 기간 정체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신용카드 수는 1억2980만개로 카드사태 전인 2002년말(1억481만개)와 비교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2011년 1억2138만개를 기록한 이후 증감을 반복하다 지난해말 2022년말 11년만에 처음으로 이 수치를 넘어섰다. 카드사간 점유율 경쟁 구도가 고착화됐고 광고를 통한 신규 회원 유치 효과도 점차 떨어졌다. 2010년대 후반 결제 플랫폼 경쟁 시대에 접어들면서 TV 및 인쇄 광고의 효율도 감소했다.

코로나19 국면 이후 고금리 시대에는 업황도 지속 악화되는 중이다. 전 카드사가 비용을 효율화하는 '내실 경영' 전략을 실행 중이다. 그룹 차원의 모델 기용이 아니면 쉽게 대형 모델을 기용하기 쉽지 않다. 지난해 8개 카드사의 광고선전비 총합은 2141억원으로 전년(2419억원) 대비 11.5%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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