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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트는 K-순환경제]율호, 73조 리사이클링 시장 흔들 '다크호스' 부상②친환경·생산성 극대화 기술력 갖춰 연내 양산…美 협업·로봇 도입도 '차별점'

서하나 기자공개 2023-06-20 08:32:42

[편집자주]

순환경제(Cirucular Economy) 시대가 오고 있다. 자원투입→생산→사용→폐기에서 종결되는 선형경제를 탈피하고, 영속가능한 경제 모델이 글로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RE100(100% 전력대체)' 행렬에 동참하고, 코스닥·비상장사들은 폐자원으로 다양한 소재를 뽑아내는 등 K-순환경제가 태동하고 있다. 더벨은 K-순환경제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6일 09: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율호가 73조원 규모의 2차전지 리사이클링(재활용)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최상의 순도를 뽑아내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내 국내 최대 규모 양산을 시작한다. 또 미국 등 해외 주체와 기술협력, 로봇을 활용한 생산 등도 차별점이 될 전망이다. 신 재생에너지 사업은 스토리지 구축 사업과 함께 율호의 성장을 이끌어갈 양대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크호스' 율호, 연내 최대 규모·고품질 블랙매스 생산

전기차의 배터리 수명은 1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평균 7~8년 주기로 배터리 교체가 이뤄진다는 뜻인데 늘어나는 전기차 판매만큼 폐배터리 배출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2030년부터 전기차 폐배터리가 매년 10만개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율호는 바로 이 2차전지 리사이클링(재활용)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이차전지 관련 폐전지원료가공·처리 및 중간 재활용업'을 신설하는 정관 변경의 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1월엔 1월 19일 폐기물수집운반·중간처리업체 에코랜드를 100% 자회사로 인수하면서 신사업을 전개할 준비를 마쳤다.

율호는 업계 후발주자라는 페널티를 차별화된 플랜트 공정 기술과 최대 규모의 생산 설비를 앞세워 뛰어넘겠다는 포부다. 국내에선 성일하이텍과 아이에스동서 등이 이미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에 주요 플레이어로 뛰고 있다. 관련 업계의 다크호스 떠오르고 있다.

2차전지 리사이클링 사업 주체로는 율호의 자회사 율호머트리얼즈가 나선다. 율호머트리얼즈는 조만간 경기도 화성시에 일 30t(톤) 규모의 블랙매스(폐배터리를 전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검은색 분말) 생산 설비를 발주할 예정이다. 하루 8시간 기준 연간 8000t(톤)의 블랙매스 생산이 가능한 생산 설비로 이는 국내 최대 규모다.

생산 설비의 차별점은 크게 △친환경(유해가스 유출·분진 최소화) △생산성 극대화 △전공정 자동화 등 세 가지다. 율호머트리얼즈는 유독가스 배출을 제로(0)에 가깝게 잡아내면서 분진을 최소화하는 첨단 생산 설비 기술을 도입한다. 기존 공정은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환경문제가 있었다.

또한 파분쇄 등 전처리 공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화재·폭발의 선제적 대응관리 기술로 생산설비 가동률 저하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이를 통해 타사 공정 대비 3배에서 최대 5배에 이르는 생산성 극대화가 기대된다. 블랙매스는 수명이 다한 폐배터리를 분쇄해 제조한 검은색 분말로, 여기서 추출한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금속은 광산에서 채굴한 천연 금속과 물리적·화학적 특성이 동일하다.

재료 투입부터 블랙매스 생산까지 전 공정 자동화를 통한 최상의 순도도 확보할 예정이다. 율호는 설비에 폐배터리 파쇄 시 발생할 수 있는 폭발이나 화재 위험성을 배제하기 위해 전해액 제거를 위한 특수 공정을 추가한다. 이 공정을 통해 배터리 내의 분리막 및 바인더 등의 불순물을 제거해 순도 높은 블랙매스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율호머트리얼즈 공장 부지.

◇美 학계· 기업 협업과 자동화 로봇 도입 '차별점'

미국 현지의 후처리 기업과 전략적 업무 협업도 차별점이 될 전망이다. 율호는 미국에서 설비 첨단화를 위해 주립대 등 학계와 로봇 기업 등과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전처리 사업에 적극적이지 않아 블랙매스 수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지 미국 후처리 기업들이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략적 업무 제안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현장의 안전성 확보와 라인 정지 없는 풀타임 생산에 대응하기 위해 로봇도 도입한다. 기존 공정은 음극재, 양극재, 분리막, 전해액이 뒤섞인 상태의 셀을 파쇄해야 해 위험 요소가 있다. 로봇을 활용하면 폐배터리를 자르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발이나 인명 피해 등을 방지할 수 있다.

로봇은 파쇄 공정에도 도입된다. 파쇄 공정은 셀을 길쭉한 형태로 잘라내는 작업이다. 기존엔 블랙매스 중간 과정재가 쏟아져 나오는 파쇄기가 불순물로 막힐 경우 근로자가 직접 두꺼운 방열복을 입고 노즐 입구를 쇠막대기로 쑤셔야 했다. 율호는 이 노즐을 로봇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안전 점검 로봇, 분류 자동화 로봇 등을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스토리지’ 안정적 수익원 기반, ‘자원’ 성장 엔진 장착

율호는 스토리지의 설계부터 설치·응용 등 저장정치 솔루션의 전(全) 공정을 내재화했다. B2B 제품군 매출 성장이 꾸준하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전략 상품 출시를 통해 수요 변화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오고 있다. 특히 스토리지업계의 터줏대감답게 25년 간 장기 고객사들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안정적인 매출 확보에 큰 이점으로 꼽힌다.

율호는 5년 연속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로 약 1120억원을 거둬 직전연도 약 904억원 대비 약 23.9% 성장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34억원을 기록해 25억원보다 약 35.6% 증가했다. 영업이익 증가와 함께 자본총계도 꾸준히 늘었다. 2020년 약 277억원 규모였던 자본총계는 지난해 약 578억원으로 불어났다.

율호는 회사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성장 가속화를 염두하고 먹거리로 신재생에너지 시장 공략 준비해 왔다.

2차전지 리사이클링 사업의 성장 전망은 상당히 유망하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이 파이를 키우고 있다. IRA법에 따르면 2024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재료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미국은 지난해 첨단배터리연방컨소시엄(FCAB)을 구축했다. 2025년까지 리튬·니켈·코발트·흑연 등 핵심 소재 회수율을 향상한단 내용과 2030년까지 미국 내 배터리 원재료의 90%를 재활용 메탈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는 단·장기 목표가 담겼다.

한국 정부도 관련 법제화를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최근 폐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닌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지난 9월 자원순환기본법을 개정해 '순환자원 선(先)인정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폐배터리가 더 이상 폐기물관리법의 규제를 받지 않게 되면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율호 관계자는 “미국 자원재생 회사 및 학계와 구체적인 사업 프로젝트 논의가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며 “현재 협의를 위한 현지 방문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이번 방미가 사업의 중요 변곡점이 될 수 있길 기대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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