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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사무관리와 부당거래 [thebell desk]

김일문 자산관리부장공개 2023-06-19 09:35:34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9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펀드업계에는 개인 투자자나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무관리업체들이 있다. 회계처리와 기준가 산정, 시스템 지원, 컴플라이언스 모니터링, 운용 보고서 지원 등이 주요 업무다.

쉽게 말해 운용에서 파생되는 각종 부수업무들을 대신해 주는 서비스업체로 펀드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다. 사모펀드에 매각된 한국펀드파트너스, 신한펀드파트너스나 하나펀드서비스, 우리펀드서비스 등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시장에서 과점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현대자산운용이 사무관리사 변경을 위한 공개경쟁입찰을 결정해 업계가 시끌시끌하다. 의도가 뻔히 보이는 행태라는 것이 공통된 해석이다. 시장에서는 기존 서비스 제공업체였던 신한펀드파트너스가 실제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시스템 변동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감안하면 사무관리사 교체는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상당히 번거롭고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자산운용은 왜 사무관리사 공개입찰에 나선걸까. 결국엔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꼼수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사무관리업체들은 일감을 맡기는 운용사들에게 상대적 약자일 수 밖에 없다. 업체별로 서비스에 큰 차별도 없다보니 고정비 절감의 대상이 되곤한다. 현대자산운용도 재계약 과정에서 수수료 협상을 위해 입찰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을 공산이 크다.

최근 수년간 펀드 비즈니스가 날이 갈수록 위축되면서 벌어들이는 돈 역시 줄고 있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이 절실해 보이긴 한다. '얼마나 어려우면 사무관리 비용까지 줄이려 할까'는 측은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운용사의 서비스 수수료 후려치기로 인해 사무관리업체의 수익성도 덩달아 나빠진다는 사실이다. 매일 시세가 변동하는 산업이 아닌 한 서비스 가격은 한번 올리거나 내리면 제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바꿔 말하면 한번 내려간 사무관리 수수료는 다시 정상화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엔 수익성 훼손이 업체로 전가되는 꼴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러한 짜고치는 고스톱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러한 행태는 과거에도 종종 시장에서 목격되곤 했다. 지난해 NH아문디운용도 사무관리 계약 종료 시점에 입찰을 핑계 삼아 수수료를 낮춘 전례가 있었다. 결국 기존 업체였던 신한펀드파트너스가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를 깎아주고 재계약할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관행이 고착화되면 종국에는 펀드 가입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단가 인하가 일상화 될 경우 사무관리업체도 살아남기 위해 비용을 줄여야 하고 필연적으로 운용사에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기준가 산정 오류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운용사들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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