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우보'로 항암신약 노리는 대웅제약의 R&D 전략 '퍼스트 인 클래스' PRS 저해제로 아이디어… "다양한 모달리티+한올바이오파마 등 공조"
최은수 기자공개 2023-06-27 12:39:33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3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웅제약은 항암신약 위주로 움직이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다른 길'을 걸어왔다. 보유 파이프라인에서 항암제 무게를 줄이는 대신 위장관계 및 대사질환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신약 개발 성과를 냈다.차세대 신약 개발 동력은 역시 항암 영역이 아닌 아닌 특발성폐섬유화증(IPF)에서 찾고 있다. 주목할 점은 IPF R&D를 통해 대웅제약이 그간 미뤄왔던 항암신약으로의 넥스트 스텝 실마리가 포착된다는 점이다. 사실상 자회사 한올바이오파마가 일임하던 항암제 개발을 점차 인하우스에도 이식하려는 행보를 보이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후속 파이프라인 DWN12088 'PRS 타깃 기술', 항암에도 접목 가능성
대웅제약의 최근 상업화 성과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와 2형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로 요약된다. 잇다른 신약 출시는 일반적인 항암신약 R&D보다는 미충족 수요가 큰 특화 시장을 노린 전략의 성과다.
대웅제약은 연이은 상업화를 이어갈 파이프라인으로 DWN12088을 낙점했다. 베르시포로신(Bersiporocin)이라는 성분명의 해당 파이프라인은 고 조양호 회장의 사인으로 유명해진 IPF를 타깃한다. 특발성으로 규정된 만큼 발병 원인이 분명치 않고, 폐 섬유화가 일어나 근본치료가 어려운 질환으로 꼽힌다.
후속 파이프라인이 다시금 비항암신약인 점, 또 다른 자가면역질환 및 대사질환으로 채우면서 다시금 항암신약 순번을 뒤로 미룬 듯해 눈길을 끈다. 외관상으론 큰 R&D 전략 변화 없이 미래 개척에 나선 것으로도 보인다. 다만 계열 내 최초 PRS 저해제 기전 'IPF' 치료제가 전면에 나서게 된 점에서 대웅제약의 항암신약 개발을 둔 비밀을 찾을 수 있다.
베르시포로신은 PRS(Prolyl-tRNA Synthetase) 단백질의 작용을 감소시켜 IPF를 비롯한 섬유증의 원인인 콜라겐의 과도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여기에서 tRNA는 단백질을 만드는 일종의 공장인데, PRS는 여러 단백질 합성 효소(ARS) 가운데 프롤린(Prolyl)이란 아미노산과 tRNA가 붙는 걸 저해하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베르시포로신의 특정 단백질합성효소 저해 기능을 암 전이에 관여하는 효소인 KRS나 면역항암과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진 GRS 단백질을 저해하는 데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합성치사(Synthetic Lethal) 콘셉트의 항암 치료제 개발에 높은 관심을 갖고 신약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며, 기존의 항암 저분자 약물 (Small Molecule) 이 외에도 프로탁 (PROTAC)과 같은 타깃 단백질 분해제, mRNA 기반 항암 치료제 개발 등 다양한 신규 신약 개발 모달리티를 활용한 항암제 개발 연구로 확장 중"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한올바이오파마 통한 정중동 행보… 올해 본임상 진입으로 구체화
그간 대웅제약의 항암신약 개발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조용해 보였던 이유는 2015년 인수한 한올바이오파마의 개발 성과가 있었던 것에도 영향을 받았다.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 인수 후 오픈컬래버레이션(오픈 이노베이션) 목적으로 면역항암항체인 HL186과 HL187의 공동개발계약을 맺었다.
특히 면역항암항체 신약 프로그램 가운데 'HL187'이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점이 눈길을 끈다. HL187은 작년 11월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신약 R&D 생태계 구축 연구' 사업 지원과제에 지정됐다.
HL187은 키트루다와 기전상 동일한 면역관문억제제(Checkpoint inhibitor)다. 다만 PL-1과 PL-L1을 잡는 키트루다와 달리 T세포나 NK세포에서 면역반응을 제어하는 TIGIT 단백질을 타깃한다. 또한 항체 작용 기능(Effector function)을 전반적으로 강화해 면역세포를 더욱 증강하는 기전도 보유 중이다. 올해 임상 1상 돌입을 목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와의 항암신약 개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직원 간 업무 교류 및 협력 체제도 줄곧 강화해 왔다. 양사는 셰어드(Shared) 경영으로 요약되는 인사제도를 도입해 항암신약을 포함한 업무 전반의 시너지를 염두에 둔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3월 박수진 대웅제약 ETC 영업본부장이 한올바이오파마의 공동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어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는 한올바이오파마 부회장 겸 대웅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승진한 것도 앞서의 협업을 전제로 한 경영 기조와 무관치 않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수준 높은 신약후보물질 발굴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유망한 외부 파트너사들과의 오픈컬래버레이션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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