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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FA-50 폴란드 수출은 글로벌 광고판 역할" 경쟁력 원천인 사천 완제기 공장, 신속성 및 신뢰성 확보…잇따른 수출 낭보 기대

사천(경남)=강용규 기자공개 2023-06-29 10:55:03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8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정치의 신냉전 구도가 국가간의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제 글로벌 각국은 외교를 통한 분쟁 해결에만 매달리지 않고 자체적인 방위력을 갖추기 위해 움직인다. 이러한 세계정세의 변화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게는 큰 사업기회가 되고 있다.

KAI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선진국들의 군용기 생산능력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이 자유진영 영공 방위력의 핵심 방위산업체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폴란드와의 FA-50 경공격기 수출계약을 통해 K-방산 수출의 선봉에 선 뒤 말레이시아를 거쳐 이집트로의 수출도 노리고 있다. 심지어 글로벌 방산 최강국인 미국 시장까지 넘보는 중이다.

KAI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 공정 자동화로 확보한 FA-50 신뢰성, 국군도 신속성 '우회 지원'

20일 경상남도 사천에 위치한 KAI 본사 생산공장을 찾았다. 휴대폰 카메라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보안절차를 거친 뒤 가장 먼저 고정익 공장을 살펴봤다. 이곳은 축구장 3개 넓이의 광활한 공장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지지대가 없는 '무주공법'으로 지어져 공장에 천장을 받치는 기둥이 없다. 공간 활용도를 제약하는 기둥이 없는 만큼 고객의 요구에 맞춘 생산체제를 즉시 갖출 수 있다.

이 공장에서 폴란드로 향할 FA-50 경공격기의 동체 조립 공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과거에는 동체 조립을 수작업으로 진행했으나 지금은 '동체 연결 공정시스템(FASS)'이라는 자동화 공정으로 진행한다. 조립체의 위치를 조정하는 장비 '포지셔너(Positioner)'는 KAI가 자체 개발했다.

성창열 KAI 고정익최종조립기술팀 부장은 "포지셔너를 활용하면 1000분의 1인치 단위로 위치 조정이 가능해 수작업 대비 품질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 군비청은 지난해 7월 KAI와 FA-50 경공격기 48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나토 무기체계에 속한 장비인 만큼 폴란드의 기존 주력 전투기인 미국 록히드마틴의 F-16과 80% 이상의 부품이 호환된다는 점뿐만 아니라 높은 품질 신뢰성, 수요에 적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KAI가 폴란드에 공급하기로 한 FA-50 48대 중 12대는 공급시한이 2023년 말인 '시급 물량'이다. KAI는 납기 준수를 위해 군과 협의를 거쳐 공군에 배치할 예정이었던 물량을 폴란드에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신속한 수요 대응을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까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 내년 중 증설을 통해 물량 공급에 더욱 속도를 내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KAI 고정익 공장의 T-50(FA-50의 기본형) 동체 조립공정. (자료=KAI)

◇ 수출실적 '0' 수리온, 핵심부품 국산화로 찾는 수출길

회전익 공장에서는 KAI의 주력 헬기인 수리온의 해병대 파생형 마린온이 조립되고 있었다. 수리온은 해병대형뿐만 아니라 △경찰형 △산림청형 △소방청형 △의무후송형 △해양경찰형 등 다양한 파생 모델이 존재한다. 고객의 수요에 '맞춤 대응'하기 위한 준비다.

다만 수리온은 아직 수출실적이 없다. 때문에 수출길을 열기 위한 KAI의 고민도 현재진행형이다. 회전익 공장 한 켠에서 진행 중인 주기어박스의 자체개발 시도 역시 이러한 고민의 일환이다.

주기어박스는 동체와 프로펠러를 연결하고 동력을 전달하는 헬기의 핵심 부품이다. KAI는 프랑스 에어버스헬리콥터스(AH)에서 주기어박스를 수입해 헬기를 생산하고 있으나 AH의 주기어박스는 2016년 결함이 발견돼 수리온의 운항 중단을 야기하는 등 논란이 된 바 있다.

박용우 KAI 헬기생산관리팀 팀장은 "주기어박스를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되면 도입비용 절감과 안전성 확보는 물론이고 헬기의 적시 생산까지 가능해져 수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AI 회전익 공장의 수리온 조립라인. (자료=KAI)

◇ 폴란드가 터준 수출 반등 물꼬, 추가수출 기회 잡을까

방산업계에서는 군용 완제기를 놓고 '90년 사업'이라는 말도 나온다. 30년을 개발해 30년을 생산·판매한 뒤 30년의 후속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이라는 의미다. 군용 완제기의 구매 국가로서는 새로운 기종에 파일럿을 적응시켜야 하는 만큼 시뮬레이터 등 교육용 장비도 함께 사들여야 한다. 값비싼 전투기를 다소 노후화했다고 퇴역시킬 수는 없는 만큼 추후 성능개량 등 추가 사업의 여지도 존재한다.

게다가 구매 제품에 더 이상 개량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될 때에는 같은 계통, 혹은 같은 기업의 신형기를 구매하도록 유인하는 기반이기도 하다. 완제기 판매기업에게는 한 차례의 수출이 가져다주는 효과가 어마어마한 셈이다.

KAI는 FA-50 경공격기와 원형인 T-50 고등훈련기, KT-1 기본훈련기 등 완제기를 세네갈, 이라크, 인도네시아, 태국, 튀르키예, 페루, 필리핀 등 다양한 나라에 수출하며 군용기 수출시장에서 나름의 입지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최근 5년은 완제기 수출 규모가 2018년 6797억원에서 지난해 1271억원까지 꾸준히 내리막을 걷고 있었다.

KAI가 작년 폴란드와 체결한 FA-50 수출계약의 총 규모는 4조2081억원으로 전년도 매출 2조5623억원의 164%에 이른다. 수출 반등의 계기가 절실했던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커다란 기회를 마련해 준 셈이다.

방산업계에서는 폴란드와의 FA-50 수출계약이 '광고판'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KAI는 올해 2월 말레이시아와도 FA-50 18대의 1조1952억원 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는데 폴란드와의 대형 계약이 말레이시아에서도 신뢰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KAI는 FA-50을 앞세워 미국 해군과 공군의 전술훈련기 교체사업에 도전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 사업은 완제기 수요가 총 500대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으로 금액 기준 사업규모가 최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AI는 이집트와도 FA-50 36대의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KAI는 베트남 국영기업 VTX와 회전익기(헬기)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약을 통해 KAI가 베트남에서 수리온의 첫 수출실적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퍼지고 있다.

완제기 핵심 생산기지인 사천공장을 돌아보면 공정 자동화와 핵심 부품 국산화 등 노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KAI가 지닌 경쟁력의 원천이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신속성과 제품의 품질 신뢰성이라는 해답을 도출할 수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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