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7월 03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근래 기업들을 만나면 낯빛이 어둡다. 최근 2~3년 내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 트랙으로 상장을 마친 곳들이다. 저마다 세부 업종과 비즈니스는 다르다. 다만 한 가지 공통적으로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건 '이별'이다. 모두 생존 혹은 재기를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구성원의 손을 놓은 건 빠듯한 살림살이 때문이다. 매년 벌이는 시원찮은데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파도가 이들을 덮쳤다. 동고동락했던 동료는 하나둘 곁을 떠났다. 필수 인력만 남은 내부 조직도 어깨가 무겁다.
돌이켜 보면 다소 수월히 시장에 데뷔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쇼크 회복을 위해 전세계 중앙은행이 일제히 금리를 낮추며 시중에 유동성을 불어넣던 때다. 자연히 IPO(기업공개)를 위한 우호적 환경이 조성됐다. 역대급 유동성 파티 속에 공모가액 밴드 최상단 혹은 초과 수준에서 대규모 자금을 손쉽게 조달했다. 이 시기(2021~2022년) IPO 공모금액 역시 최절정에 달했다.
한껏 고조된 분위기 속에 당초 약속을 잊었다. IPO 당시 한국거래소와 투자자를 대상으로 약속한 영업실적 예측치는 수년째 달성이 묘연하다. 당장의 수익성 보다 성장성이 더 우선시 되는 기술특례상장 트랙이라곤 하지만 스스로 공언한 수치마저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술력이 매출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투자자는 애가 탄다.
덩달아 후배 기업의 부담도 고조되고 있다. 동일하게 기술특례상장을 시도하지만 영업손익을 맞추기 위해 이미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기술특례상장 선배 기업들이 장기간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코스닥 문턱을 넘었던 것과 상반된다. 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비상장사 얘기는 올해 심심찮게 들린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한 비상장기업 CFO는 "영업손실폭이 커지는 상황인데 IPO 이후의 재무 예측치만 희망적으로 올려버리면 분명히 심사 감점 요소가 있을 것이란 상장주관사 측 조언이 있었고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올해 흑자 전환 과제까지 요구받은 상태"라며 "근래 마켓이 어렵다 보니 거래소에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IPO 청구 기업의 사업성 등을 보다 꼼꼼히 검증하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지난 몇 년간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한 기업은 너무 이른 샴페인을 터뜨리지 않았는지 스스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고 기술만 붙들고 있을 수 없다. 이를 수치로 증명할 때 비로소 그 가치는 선명해진다. 후배 기업이 안심하고 뒤를 따를 수 있게 선두에서 길을 잘 닦아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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