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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 JB금융]'기틀 만든' 김한 회장, '내실 다진' 김기홍 회장③삼양사 일가로 강한 오너십 발휘…지방금융 '자본비율 1위' 도약

최필우 기자공개 2023-07-12 07:11:44

[편집자주]

JB금융지주가 닻을 올린 2013년 7월 1일, 현 지방금융 판도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모태인 전북은행은 지방은행 자산 규모 최하위권이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 JB금융지주는 독특한 성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자본적정성과 수익성 지표는 이미 지방금융 1등이고 순이익도 1위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더벨은 지방금융 성장 역사를 새로 쓴 JB금융의 전략과 키맨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6일 16: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JB금융의 전격적인 지주사 전환과 고속 성장은 김한 전 회장(사진) 없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김 전 회장이 JB금융 최대주주 삼양사 오너 일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본시장 경력과 KB금융지주 설립 초창기 이사회 경험을 바탕으로 삼양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냈다.

김 전 회장이 지주 기틀을 만들었다면 내실을 다진 건 김기홍 JB금융 회장(사진)이다. 빠르게 계열사를 늘린 여파로 JB금융은 자본적정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김 회장은 내부등급법을 도입하는 등 JB금융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토양을 조성했다.

◇오너 일가라 가능했던 지주사 전환과 M&A

김 전 회장은 2010년 전북은행장에 취임했다. 당시는 지방은행의 금융지주 설립 논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일찌감치 지주사 전환으로 가닥을 잡고 물밑 작업에 한창이었다. 김 전 회장은 KB금융지주 설립 초창기인 2008~2010년 사외이사로 재직해 지주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증권업 경험이 있어 지주를 세울 적임자였다.

*김한 전 JB금융지주 회장(좌),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우)

김 전 회장의 경력 외에도 그가 삼양사 오너 일가라는 점이 CEO 선임에 결정적이었다. 김 전 회장은 삼양사 창업주인 고 김연수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상협 전 국무총리의 외아들이다. 김윤 삼양사 회장과는 사촌 지간이다. 삼양사가 1969년 전북은행 설립에 참여한 이래 오너 일가에서 CEO를 선임한 건 이때가 처음이다.

삼양사는 50여년 동안 전북은행과 JB금융의 최대주주로 자리했으나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해도 금산분리 규제를 의식해 경영진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예외적으로 김 전 회장을 CEO로 기용한 건 지주사 전환이 중대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삼양사 입장에서 지주사 전환은 전북은행 설립보다 더 큰 부담이었다. 수십년 간 전북은행에 자본을 투입해왔는데 앞으로는 비은행 사업을 확장하는 데 따른 부담도 감수해야 했다. 이왕 지주사로 전환해야 한다면 신뢰할 수 있는 CEO가 필요했다.

김 전 회장은 전북은행 CEO로 삼양사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지주사 전환을 진두지휘했다. JB금융지주 설립 뿐만 아니라 계열사 M&A도 대부분 김 전 회장의 손에 의해 이뤄졌다. 그는 우리캐피탈(현 JB우리캐피탈), 더커자산운용(현 JB자산운용), 광주은행, 캄보디아프놈펜상업은행(PPC Bank), JB캐피탈미얀마(JB Capital Myanmar)을 인수했다.

자본시장 전문가로의 면모도 돋보였다. JB금융은 광주은행을 인수할 때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인수대금 5000억원 중 2000억원을 마련했다. 이는 국내 금융지주 최초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었다. 임기 중 총 5000억원에 육박하는 유상증자를 이끌어 낸 것도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JB금융지주 관계자는 "오너 일가인 김한 전 회장은 M&A나 자본 확충 의사결정을 내릴 때 삼양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며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CEO라 해도 오너 일가가 아니었다면 지주사 전환과 수천억원이 투입된 광주은행 인수를 일사천리로 진행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등급법 도입, '고마진 추구' 전략 뒷받침

김 전 회장 덕에 JB금융은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으나 펀더멘털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유증으로 갖춘 자본력을 계열사 인수에 대거 소진했기 때문이다. 내부 정비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김 회장 취임 직전인 2018년만 해도 JB금융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지방금융지주 최하위였다. 2018년 9.1%로 DGB금융(9.8%), BNK금융(9.55%)에 미치지 못했다. 김 회장 취임 후 2019년 9.67%, 2020년 10.05%로 치고 나갔으나 2021년 10.3%로 다시 최하위가 됐다. DGB금융과 BNK금융이 잇따라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으면서다.

내부등급법은 은행이 자체적으로 만든 시용평가시스템으로 리스크를 측정하고 위험가중자산(RWA)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면 금융 당국의 표준등급법을 쓸 때보다 RWA가 적게 산출되는 효과가 있다. RWA가 줄면서 자본비율이 높아져 더 공격적인 경영이 가능해진다.

내부등급법 도입은 JB금융의 숙원이었다. 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을 주력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어 RWA 성장률이 다른 지방금융이나 시중은행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내부등급법을 적용해야 자본비율 부담을 덜어내고 고마진을 추구하는 핵심 경영 전략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이 분리돼 있어 단일 체계 마련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김 회장을 필두로 내부등급법 승인을 성사시켰다. 그는 금융감독원 부원장, KB국민은행 지주회사설립기획단장 지낸 금융권 대표 브레인이다. 선진 금융 기법으로 내부 체계를 정비하는 데 최적화된 인물인 셈이다. 지난해 JB금융 CET1비율은 11.41%로 지방금융 1위가 됐다.

지방금융 관계자는 "김기홍 회장은 금융 제도와 시스템에 밝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라며 "JB금융이 김 회장 대에서도 빠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내부등급법 도입을 비롯한 체계적인 시스템 정비가 이뤄지면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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