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7월 14일 08: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국 런던의 고등법원(High Court of Justice)은 지난 5월 12일 주식회사 이사의 기후변화에 대한 법률적 책임에 관해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ClientEarth v. Shell).사건 원고는 글로벌 환경단체인 ‘ClientEarth’인데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쉘(Shell Plc.) 주식 27주를 보유한 명목상 주주다. 2007년에 설립되었고 런던에 본부를 둔다. 콜드플레이가 후원자로 유명하다. 소 제기를 위해 다른 주주들도 일부 규합해서 회사 전체 지분의 약 0.17%에 해당하는 총 12,200,000주가 주주대표소송에 참가했다. 피고는 쉘과 쉘 이사회 구성원 11인이다.
영국 회사법은 그 제172조에서 주식회사 이사에게 회사의 사업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 경영 판단을 내리게 한다. 원고는 쉘과 이사회가 이 의무를 해태했다고 주장하면서 법원이 회사가 법령에 맞는 환경 영향을 배려해 사업을 조정할 것을 명하고 이사 전원이 회사에 대한 법률상의 충실의무를 위반했음을 확인해 달라고 청구했다. 청구는 기각되었다.
법원은 쉘과 같은 거대기업의 이사회는 회사가 부딪히는 다양한 종류의 리스크를 평가하고 관리함에 있어서 상충하는 여러 가지의 고려 요소들을 참작해야 한다고 하면서 법원이 그 결정의 당부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보았다. 법원은 기후변화와 관련한 주식 회사 이사의 의무 내용을 일의적으로 정립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며 이에 관하여는 회사의 경영진과 이사회가 상당한 재량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어느 사회에서나 소수자 배려와 보호는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주식회사의 소수주주는 약자인 소수자의 지위에 있기는 하지만 그 지위는 자발적이고 일시적이다. 블랙록도 소수주주가 될 수 있다. 정치적, 사회적 소수자와 다르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소수주주는 기본적으로 다수의 결정에 따라 경영되는 회사라는 조직체에서 그 자본적 기초에 가장 적게 기여하고 가장 적은 위험을 부담한다. 보유 기간이 짧은 소수주주들은 주주라기 보다는 투자자다. 주주와 투자자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고 세계 각국의 법률도 그를 반영하는 추세다.
소수주주와 소수자는 구별되어야 한다. 정치에서와 같은 맥락의 소수성을 근거로 회사의 의사결정과 운영에서 사실상의 특별 배려를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물론 법률은 소수주주의 경제적 이익을 비례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작든 크든 당사자에게 경제적 이익은 타인의 그것과 비교될 수 없는 것이다. 또 소수주주는 회사 운영에서 다수의 횡포에 노출되고 그로 인한 피해를 입기도 쉽다.
그러나 법률이 배려하는 소수주주의 권리를 이 사건 원고, 내지는 원고의 구성원들과 같이 정치적인 외부 목적에 활용하는데 행사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ESG가 그런 경향을 촉진시키고 있다. ESG는 기업의 목적과 사회 운영 이념을 근접시킨다. 이 사건 법원은 다소 회의적으로 보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요소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 사건 원고인 환경단체의 구성원들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사는 지는 알 수 없다. 또, 누구든 단 한 가지 목적만으로 살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기업의 극소수주주가 되어 다른 소수주주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그 성과를 발판으로 정관계에 진출하거나 영향력, 권력을 지향한다면 달갑지 않은 일이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소송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런던의 고등법원은 원고가 소송을 제기한 의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법원은 원고가 극히 적은(de minimis) 지분을 보유한 소수주주임에 비추어 볼 때 주주 전체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 그 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 목적이라면 법원보다는 주주총회가 더 적합한 장소다. 법원 판결 2주 후에 개최된 쉘의 2023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압도적 다수로 ClientEarth의 주주제안을 부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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