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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말많았던' CJ CGV·SK이노 유증...IB들 "딜 구조 잘짰다"비교적 풍부한 유동성에 타이밍 '적절'…조달액 일부 상환에 활용, 이자비용 희석 효과

남준우 기자공개 2023-07-14 13:52:00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2일 14:3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유상증자를 발표했던 CJ CGV와 SK이노베이션이 연일 시장에서 질타를 맞고 있다. 주주들로부터 조달한 자금 중 상당 부분을 채무 상환 등에 사용하는 '악성 유상증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도 하락세다.

하지만 IB들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현금 확보 수요는 절실한데 이 타이밍에 시중 자금을 최대한 많이 끌어들이겠다는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해석이다.

조달 비용 측면에서도 이번 유상증자로 이득을 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최근까지의 금리 상승 기조 속에서 이자 부담이 만만찮았다. 유상증자를 통해서 비용 부담을 낮추고 재무 안정성을 최대한 건전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도 있다.

◇CJ CGV·SK이노, 조달 금액 중 상당 부분 채무상환에 사용

CJ CGV는 지난달 20일 1조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CJ CGV는 시장에 유통되는 총 주식(4772만주)의 1.5배에 달하는 7470만주를 새로 발행한다고 했다. 증권신고서상 모집총액은 약 5700억원으로 설정했다.

코로나19 이후 사업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으나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CJ CGV는 코로나19 이후인 지난 2020년 2210억원의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3000억원, 2022년에는 4000억원에 달하는 공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2020년 유상증자 때만 하더라도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청약률이 99.43%에 달했다. 재작년에는 일반투자자 청약 결과 청약률 5440.02%를 달성했다. 다만 작년에는 기존 주주 청약률 3.64%, 일반투자자 대상 판매에서도 7.78%의 청약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이후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며 주주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3800억원을 채무 상환에 사용한다는 계획에 시장의 불만이 가득했다.

SK이노베이션도 마찬가지다.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이 중 3500억원을 기업어음과 회사채 차환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나머지 금액은 대부분 신사업 투자 등에 사용된다.

두 기업의 유상증자는 규모나 자금 활용 등을 고려하면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도 결과적으로 주주 권익을 침해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SK그룹의 잦은 물적분할과 쪼개기 상장 전례 등을 참고한다면, 주주들이 향후 SK이노베이션의 신사업 투자 결실을 함께 누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CJ CGV, 사실상 선택지가 하나…SK이노, 하반기 분위기 고려

시장에서의 질타와 달리 IB 업계에서는 딜의 타이밍이나 구조만 놓고 본다면 굉장히 짜임새 있게 잘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증권사 IB들은 기업과의 미팅 시 자금 조달 루트에 대해 여러가지 안을 들고 가져간다.

CJ CGV는 사실상 선택지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2015년까지만 해도 선순위 채권 기준으로 AA- 등급이었지만 6년 만에 A- 등급까지 떨어졌다. 회사채를 한번 더 찍으면 부채비율 등의 문제로 하이일드급 추락이 불가피했다는 평가다. DCM 조달은 사실상 막혔다.

SK이노베이션은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 시장 유동성이 아직까지는 어느 정도 받쳐주는 상황이다. 특히 하반기 이후 주식시장 유동성이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발행을 서둘렀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4월 회사채로 6000억원을 발행한 이력이 있는 점도 한 몫 했다.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조달 비용이 만만찮았다. 당시 AA0 등급민평 수익률은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가 대부분 트렌치에서 100bp에 육박했다. 이번 유증이 채무 상환까지 이어지면 이자 비용 희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질타를 맞고 있는 상황인 건 잘 알지만 IB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적합한 타이밍에 진행하는 딜"이라며 "일반 투자자와는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두 기업은 주식시장 유동성이 비교적 풍부한 상황에서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한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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