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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유통업 리포트]'중소사만의 리그' 피코이노베이션, 생존과 도전사이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대표 중심, 제약사 26곳 출자…도매상 '밥그릇 뺏기' 비판

최은진 기자공개 2023-07-14 11:09:12

[편집자주]

리베이트·약가·편의성·규제. 의약품 유통을 둘러싼 다툼은 수십년간 첨예했다. 누가 유통의 중심에 서야 하느냐에 대한 이견은 여전히 정답이 없다. 다만 도매상에게 전적으로 유리했던 '유통일원화 제도'가 폐지된 지 12년, '온라인몰'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에 맞서 덩치를 키우는 도매상과 온라인몰을 활용해 틈새를 파고드는 제약사들간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더벨은 의약품 유통업계를 들여다보고 이슈를 따라가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3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여개의 중소형 제약사들이 뭉쳤다. 대형 제약사와 도매상 중심의 유통시장을 '그들만의 리그'라고 지적하며 짱돌을 던졌다. 대형사 대비 높은 유통 수수료 등에 반기를 들면서 비용절감을 화두로 내세웠다. '우리끼리의 리그'를 만들어 자체 유통망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비판과 견제도 만만찮다. 유통업체서는 불공정 행위라고 규탄하는 건 물론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갑질'이라고도 지적한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제약사 본연의 역할인 '신약연구'에 매진하지 않고 타 업권을 침해하는 '밥그릇 싸움'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유가 뭐가 됐든 피코이노베이션은 그 자체가 논란이기도, 혁신이기도 한 상황이다.

◇동구바이오·HLB·일성신약 '주요주주'…공동 물류센터 준공, 본격 가동

2020년 7월 피코이노베이션이라는 법인이 설립됐다. 의약품 도·소매업이 핵심 사업목적이다. 2022년 말 기준 주주구성은 동구바이오제약·HLB제약·일성신약이 각각 8.39%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74.83%는 기타주주로 돼 있다.


중소형 제약사의 공동물류 법인이다. 중소·중견제약사들의 공동이익 도모를 위해 설립된 한국제약협동조합, 구체적으로는 조합장인 동구바이오제약의 조용준 대표가 중심이 됐다. 조 대표는 피코이노베이션의 초대 대표다. 출자회사 및 참여업체는 현재로선 26곳으로 추산된다.


물류사업을 하는 한진그룹을 비롯해 건설사, 에너지사 등도 출자자로 참여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한진그룹은 20억원을 투자하며 적잖은 지분을 확보했다. 의약품 전담 배송을 담당하는 사업을 하고 있어 추후 피코이노베이션과 파트너십을 맺겠다는 복안이다

법인설립에서만 그친 게 아니다. 2021년 평택에 짓기 시작한 공동물류센터를 최근 완공했다. 출자사들이 함께 쓰는 물류센터다. 총 1만6000평 규모로 1차로 대지 5200평, 연면적 1만2500평 규모의 첨단 자동화 제약 물류센터(지상 5층·지하 1층)를 구축했다.

2023년 3월 평택 드림산업단지에서 피코이노베이션 물류센터 준공식이 개최됐다.

자동화 창고 2만4000셀(cell)을 포함해 총 3만6600셀 규모로 피킹시스템 등 첨단 자동화 설비와 냉장·냉동창고를 갖췄다. 참여하는 중소제약사들의 제품 보관과 포장, 배송 등 출고 업무는 물론 반품, 회수까지 담당하는 '토털 물류 시스템'을 제공한다.


'피코몰'이라는 직거래 플랫폼도 만들었다. 당초 직거래 플랫폼에 대해선 미온적인 태도였지만 결국 의약품유통업체 허가를 받아 오픈했다. 물류센터 조성에 직거래 플랫폼까지, 본격적인 유통사업에 뛰어는 셈이다.

제약사들은 물론 소규모 도매상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오픈마켓이다. 다만 유통업계가 한 목소리로 온라인몰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약사 외 도매상들은 입점을 눈치보고 있는 실정이다.

◇비용절감 불가피한 선택 vs R&D 없이 유통업계 기웃 비판

중소형 제약사들이 피코이노베이션을 설립하고 또 참여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유통 마진을 줄이기 위해서다. 도매상, 특히 상위 몇개의 도매상 중심으로 유통 질서가 잡힌 상황에서 대형 제약사보다 중소형 제약사의 유통 수수료가 더 비싸다는 데서 문제의식이 생겼다.

도매상들은 우량신용등급의 거래처에 더 많은 디스카운트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하지만 중소형사들은 이에 대한 돌파구가 필요했다.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단 한푼이라도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절실한 이유가 있었다. 한미약품 등 제약사들이 자체 온라인 직거래몰을 구축하며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기폭제가 됐다.

피코이노베이션에 참여한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공동물류망은 기존 대형사 중심의 유통질서에선 더이상 실적을 쌓기 어려운 제약사들의 공통된 사정이 반영된 것"이라며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고 생존하기 위한 불가피한 연대"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코이노베이션에 대한 공격논리도 탄탄하다. 우선 도매상들은 불공정거래, 제약사 갑질 이슈를 꺼낸다. 물건을 도매상들에 주는 제약사들이 갑의 위치에서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는 곧 도매상들을 도사시키고 유통질서를 해치는 갑질, 불공정거래라고 주장한다.

제약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업무분담은 필요하다는 논리도 있다. 제약사는 제품, 즉 약을 잘 개발하고 만드는 게 주된 역할이고 유통은 도매상 등 유통업자들의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즉 신약개발이나 연구개발(R&D)에 몰두하지 안혹 다른 영역에 관심을 쏟게 되면 제약산업 발전 자체가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제약사 자체 유통의 한계도 문제로 거론된다. 약의 특성상 배송 및 관리의 문제가 상당히 중요하다. 얼마나 빨리 적기에 잘 관리된 질 좋은 약을 배송할 수 있냐는 거다. 단 한개의 물류망을 가지고 있는 피코몰이 전국구 배송을 커버할 역량이 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피코이노베이션 출자자 대부분이 R&D와는 거리가 먼 제약사들인데, 자체 역량을 기르려는 노력보다는 엄연히 다른 영역인 유통시장에 진출하며 파이 뺐기에 나선 것"이라며 "추후 운영 및 경영이 원활하게 돌아갈 지도 미지수인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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