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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기술을 움직이는 사람들]R&D 인재 시너지 발굴하는 박일평 사장①융합 R&D '메카' LG사이언스파크 사장...경쟁사 하만 CTO 출신

김동현 기자공개 2023-07-20 07:25:58

[편집자주]

전자·통신·화학 등을 주력으로 하던 LG그룹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스마트폰과 태양광 패널 사업을 정리하고 자동차 전장, 이차전지 등 공들여 키워온 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며 그룹 포트폴리오의 무게추가 옮겨갔다. 여기에 신사업 분야로 인공지능(AI)과 바이오(Bio), 클린테크(Cleantech) 등을 꼽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에 투자하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이어졌기에 가능했다. 더벨이 LG그룹의 R&D와 기술투자를 이끌고 있는 인물들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8일 1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은 1995년 취임 이후 매년 연구개발(R&D) 성과 보고회에 직접 참석해 R&D 현황과 성과를 꼼꼼히 살펴본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철저한 R&D를 통해 기업이 영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평소 의중이 반영된 행보다.

2010년대 들어서는 전통의 제조업에서 벗어나 산업 융복합 시대를 준비할 것을 주문하며 계열사 및 외부 R&D 인재들을 한곳에 모을 클러스터 조성을 지시한다. 그 결과물이 마곡산업단지에 조성된 'LG사이언스파크'다. 이곳에는 8개 그룹 계열사와 외부 스타트업의 R&D 인력 2만여명이 근무한다. 그래서 마곡이 곧 LG다.

그룹 내외부의 산업 융복합 R&D 시너지를 발굴하라는 선대회장의 주문에 맞춰 LG사이언스파크에는 8개 계열사의 연구공간 외에도 공동실험센터(SLC)·통합지원센터(ISC)·오픈랩(스타트업 연구공간) 등 공동의 R&D 시설이 갖춰졌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이차전지 신제품(황화물계 전고체전지) 등 선행연구가 이곳에서 진행된다.

그룹의 미래를 준비하는 LG사이언스파크를 이끄는 인물은 박일평 대표(사장)다. 산업융합이라는 비전을 이뤄가는 곳에 계열사 R&D 조직의 기술협의회를 운영하며 융복합 시너지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학계 출신의 소프트웨어(SW) 전문가로 계열사 간 가교 역할을 맡았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이 2017년 9월 LG사이언스파크 마무리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LG)
◇하만 CTO 영입, 미래기술 로드맵 정립

1963년생인 박 사장이 LG그룹에 합류한 시점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과거 내부 인재 출신을 중용하는 그룹 기조 속에서 박 사장은 2017년 LG전자 소프트웨어센터장(부사장)으로 영입된 외부 인재다.

박 사장의 영입이 주목을 받은 것은 단순히 외부 출신 인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직전에 재직한 회사가 당시 전장 사업을 키워가고 있던 LG전자의 최대 경쟁사라 할 수 있는 하만이었기에 주목도가 더욱 높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LG전자 전장사업(VS사업부문)이 지난해 처음 연간 흑자를 기록하며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갈길이 멀었다. 인포테인먼트 장비(LG전자)를 비롯해 이차전지(LG에너지솔루션 분사 전 LG화학),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LG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센서(LG이노텍)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 그룹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을 이제 막 마친 상태였다.

전장 사업의 핵심을 담당하는 LG전자 SW센터장으로 영입된 박 사장은 차량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전장부품 SW의 표준모델 개발에 참여하는 한편 사내에 인공지능(AI)·로봇 개발 역량을 이식했다. 성과를 인정받은 박 센터장은 영입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며 LG전자 제품·솔루션의 전체 R&D 파이프라인을 담당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을 맡기 시작했다.

사장 대열에 합류한 뒤 4차산업 관련 기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이노베이션 카운실(Innovation Council)' 개최를 제안했다. 2020년 7월 시작된 카운실은 차세대 기술 전문가들과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로봇, AI 등 LG의 미래기술 로드맵을 정립하며 지금은 그룹의 대표적인 개방형혁신(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융복합 R&D 미션, 기술협의회 의장 수행

LG사이언스파크는 2018년 개관 이후 지금까지 LG전자 CTO 출신들이 대표를 맡았는데 이는 단순히 LG전자의 입주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 CNS·LG유플러스·LG생활건강·LG에너지솔루션까지 8개 계열사의 산업 융복합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조직 특성상 4차산업 사업과 가장 맞닿아 있는 계열사라는 상징성이 더해졌다.

2021년 7월부터 LG사이언스파크 대표를 겸하던 박 사장은 2021년 12월을 끝으로 LG전자 CTO직을 내려놓고 LG사이언스파크 대표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 이노베이션 카운실을 이끌었던 경력에 걸맞게 그는 대표직을 수행하기 전부터 이미 LG사이언스파크 내 그룹 기술협의회를 주관하며 각 계열사의 CTO와 사업본부 연구소장들과 소통했다.

여기서 나아가 스타트업 교류 행사를 활발히 개최하며 내외부에서 R&D 생태계도 조성하고 있다. 기존의 오픈랩을 '슈퍼스타트랩'으로 개편하며 스타트업 육성에 15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사실 박 사장은 과거부터 연구조직을 꾸리고 R&D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의 역할을 오랜 기간 수행한 경험이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학사)를 나와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 컴퓨터과학과 석·박사를 마친 그는 1993년부터 6년 동안 미국 뉴욕공과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1999년부터 타임크루저 컴퓨팅(Timecruiser Computing)에서 2년 간 SW 개발자로 근무하다 2001년 파나소닉 연구소장으로 합류했다. 2000년대 초반 삼성전자·소니·필립스 등 가전·통신업체들이 미래 제품의 상호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결성한 가전리눅스포럼(CELF)의 워킹그룹 출범 초창기부터 활동하며 기업 간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2011년 삼성리서치파크 퓨처IT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서울대와의 SW공동연구센터 조직에 참여했다. 현재 LG사이언스파크에서의 역할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종산업 계열사들이 모여 융복합 R&D를 수행하는 데 있어 미래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며 신사업 청사진의 밑바탕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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