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7월 21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생활건강의 역사는 2022년 11월을 기점으로 나뉜다. 이전까지 차석용 전 부회장(현 휴젤 회장·기타비상무이사·이사회 의장)을 빼놓고 논하기가 어려웠지만 현재는 그보다 10년 젊은 이정애 사장을 중심으로 새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업계가 기대와 우려가 섞인 시선으로 LG생활건강을 바라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 전 부회장의 성공 신화를 재현해낼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와 올해 이뤄진 세대교체를 기반으로 시장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변화에서는 항상 기회비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세대교체와 새로운 사업전략을 내세우면서 발생한 비용은 '잃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사장으로서는 대표 교체가 기회비용을 넘어선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화장품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대표가 갖는 권한과 지위가 LG생활건강에서 가장 크게 변경됐다고 전했다. 차 전 부회장은 2022년까지 18년 동안 28건의 인수합병(M&A)을 추진했고 그때마다 그를 중심으로 최종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올해는 이 사장이 등극하면서 이러한 기조에 변화가 생겼다. 내부적으론 중간관리자를 없애고 대표에게 직보고하는 구조로 간소화됐지만 그룹과 거리를 두고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대표 권한이 이전에 비해 다소 축소됐다고 한다.
물론 이 사장 대표체제가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이 사장으로서는 그룹과 소통을 해나가면서 신뢰를 쌓아가야 하는 시기다. 이를 의식한 듯 실적 부진 속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신청자는 20여명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인력 구조조정보다는 오히려 내부에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한 취지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유통채널을 개척하기 위해 가맹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가맹점은 멀티숍으로 전환되고 점주는 타사 제품도 판매할 수 있다.
이를 시작으로 이 사장은 신속하게 사업구조를 재편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추구하는 방향키는 '젊음'이다. 대표 화장품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의 새로운 라인 '로얄 레지나'를 출시한 것도 노후화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해석된다.
우려와 기대는 '새로움'에 대한 불안이자 희망이기도 하다. 이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신선한 시도'라는 키워드를 언급했다. 이에 따른 기회비용을 염두해야 하지만 신임 대표가 일으킬 물결이 이 시대의 최선의 선택이라는 자신감도 있다.
빌 게이츠는 매일 '오늘은 내게 큰 행운이 있을 거다. 그리고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최면을 건다고 한다. 그리고 그 최면은 현실이 됐다. LG생활건강이 젊음에 거는 자신감과 의지가 현실이 되기를. 기회비용은 순간이고 차선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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