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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오른 HMM 매각]흐름 바뀐 해운업황, 매각 항로 어디로①SCFI 하락세·글로벌 해운사 경쟁 심화…복잡해진 셈법

허인혜 기자공개 2023-07-26 07:24:56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4일 09: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처럼 해운업계의 배가 요동친 때가 있을까. 유동성 위기로 전복 위기를 겪었던 해운사들은 지난 3년간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최근 운임비 하락으로 다시 파도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나마 운임비 태풍을 막아주던 방파제 글로벌 해운동맹도 재편을 앞두고 있다. 해운업계가 전에 없는 파고를 겪는 사이 HMM 매각전도 풍랑 속에 던져졌다.

팬데믹 이후 실적이 곤두박질친 기업도 많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가장 수혜가 컸던 부문은 운송, 그중에서도 화물 운송이 수익에 절대적인 해운업이다. 글로벌 해운업계 동향과 HMM 실적은 똑같은 궤적을 보였다. 외부 요인과 해운사의 실적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인 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산업은 없겠지만 해운업은 특히 민감도가 큰 업종이라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HMM 매각은 시기가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요소다. 팬데믹의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지금 HMM 매각전에 시동이 걸리며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다. 하락 중인 글로벌 해운비와 국제 해운사 사이의 경쟁, HMM 인수 후보자들의 면면 등이 HMM 매각전에서 따져볼 만한 조건이다.

◇처지도 몸값도 급변 중인 HMM

HMM은 2021년과 2022년 '최전성기'를 맞았다. 역대 최대 실적을 연달아 갈아치웠다. 성장 속도도 규모도 전례없이 가팔랐다. 전성기 전후를 살펴보면 사업 포트폴리오 등의 변화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과거나 지금이나 HMM의 절대적인 수익원은 컨테이너선 사업이다. 역대급 실적을 쓴 가장 큰 원인이자 사실상 유일무이한 배경으로 해운 운임 상승이 꼽히는 이유다.


이 기간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의 흐름이 곧 HMM의 실적 추이와 같았다. 2020년 1월 981.19포인트(P)에 불과했던 SCFI가 같은 해 6월 순익분기점으로 꼽히는 1000P를 넘겼다. 2021년 1월 2870.34P로 전년 동기 대비 3배로 치솟았고, 이듬해인 2022년 1월 5109.6P로 최고점을 찍는다.

HMM은 2020년 즉각 흑자전환에 성공한다. 2020년 매출은 6조4132억원, 영업이익은 9807억원으로 뛰었다. 직전 년도만 해도 영업이익이 마이너스(-)2996억원이었다. 2021년 매출 13조7941억원, 영업이익은 7조3775억원으로 재차 올랐다. 2022년에는 매출 18조5868억원, 영업이익 9조9455억원으로 최고 기록을 또 한번 갱신한다.

HMM은 2021년 코로나 위로금 100만원을 지급했다. 명목은 위로금이었지만 사실상 전년 흑자전환에 따른 성과급으로 해석됐다. 2010년 이후 10년만이다.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지급하는 올해 성과급은 월 기본급의 600%. 연봉도 두배 올랐다. 6105만원이었던 HMM의 직원 평균 연봉은 팬데믹 이후 1억2358만원으로 102.4% 늘었다.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이야기다. 또 다른 전환점은 산업은행의 HMM 매각 선언이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이달 2016년 이후 7년 만에 HMM 경영권 공동 매각 공고를 냈다.

매각 대상 지분은 산업은행 보유분 20.69%와 해진공의 19.96%, 즉 보통주 1억9900만주다. 여기에 두 기관이 2조7000억원 가량의 영구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10월 콜옵션 행사 시점이 돌아오는 1조원 어치를 전환 후 구주에 얹어 함께 팔 계획이다. 주식으로 전환될 2억주를 포함하면 총합 3억9900만주 수준이다. 남은 CB와 BW의 처리 방안도 고심 중이다.

주식과 영구채가 섞여있다보니 시장에서 바라보는 HMM의 매각 전망가는 5조원에서 10조원까지 폭넓다. 현 상황에서는 5조원 안팎이 거론된다. 보유 주식의 시가로 약 4조원이, 현금성 자산이 많고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의 경영권을 사들인다는 프리미엄이 약 1조원이라는 분석이다. 넘치는 유동성도 매각의 조건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등을 포함한 현금여력은 14조6871억원 수준이다.

◇초호황기 이끈 SCFI 하락세·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예고

문제는 SCFI가 또 다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SCFI는 올해 2월 1000P 아래로 떨어졌다. SCFI는 1분기 평균 969P를 기록했고 2분기에도 983.5P로 1000P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최고점 대비 5분의 1만 받고 운항해야 하는 상황이다. 운송하면 손해를 보는 적자의 고리가 다시 시작된 셈이다. 운임비가 가파르게 낮아지자 해운사들은 아예 우회로를 택해 화물 운송 기간을 늘려 공급량을 조절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요인은 두 가지다. 물류 특수가 잦아들고 있는 데 반해 공급량이 넘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라면 해운 운임은 지금보다도 더 빠르게 하락할 여지가 크다. 이미 공급량이 수요 대비 넘치는데 격차가 더 벌어질 일만 남아서다.

팬데믹 물류 호황기를 맞아 발주한 선박들이 인도되고 있다. 프랑스 해운 조사기관 알파라이너는 2025년까지 화물 수요가 1.4% 늘어나는 사이 컨테이너 공급량은 8%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 리서치는 내년 컨테이너선 신조 인도량이 역대 최고치인 289만TEU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그나마 운임비를 방어해주던 글로벌 해운동맹도 재편될 조짐이 보인다. 해외 대형 해운사들의 연합체인 글로벌 해운동맹은 국내 해운사들에게는 지배력 확대의 걸림돌이 되기도 했지만 해상 운임비를 유지해주는 안전망이기도 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의 동맹 2M은 2025년 해체를 선언했고 이 여파로 3대 해운동맹인 오션얼라이언스, 디얼라이언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시기가 지나면 지날수록 HMM에 현재 책정된 가치가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매각 주체는 빨리 팔면 팔수록 유리하지만 인수 후보자들은 인수 경쟁과 적정가의 시점 사이에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전과 달리 SCFI가 하락세를 보이는 만큼 해상 운임 흐름만으로 HMM을 평가하기는 어려운 시기가 됐다. HMM의 사업 포트폴리오도 중요한 채점요소다. 다만 포트폴리오로도 점수를 따기는 쉽지 않다. 경쟁이 심화된 컨테이너선 비중이 커서다. 벌크선 사업 확장 의지는 있었지만 컨테이너선 사업 비중이 여전히 90%를 넘는다.
HMM 오슬로호(Oslo). 사진=한국해양진흥공사

◇출사표 던진 기업도, '안 산다'던 곳도…인수 가능성 열려있다

HMM 인수 후보자들은 각자의 이유로 여러 곳이 거론됐다. 기존 해운사들은 해운업 시너지를, 해운사가 아닌 곳들은 물류 시너지를 배경으로 물망에 올랐다. 일부 후보자를 두고는 정통성 계승이라는 정성적인 요소도 언급됐다.

공식 출사표를 던진 건 6.56%의 HMM 지분을 보유한 SM그룹이 유일하다. SM그룹은 SM상선을 필두로 대한해운과 대한상선 등을 경영하고 있다. HMM을 인수하면 SM상선과 합병해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대한해운이 벌크선 사업을 영위해 HMM의 사업 영역도 보다 넓어질 수 있다.

인수 가격에 따라 실제 참여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4조5000억원이 HMM의 적정가라고 평가했다. 조금이라도 비싸면 매수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사지 않겠다고도 했다.

최소 5조원의 메가딜인 만큼 대기업들이 주요 후보로 꼽힌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 등이다. 두 대기업은 자금력부터 경영 능력까지 규모는 충분하다.

문제는 실제 시너지와 그에 따른 두 대기업의 인수 의향이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운수와 벌크선 사업을 영위하고 포스코는 원료 수입과 완제품 수출 등 물류 수요가 확실하다. 다만 컨테이너선 사업이 90%를 차지하는 HMM을 사들이는 것은 곧 컨테이너선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선포다. SCFI 하락과 글로벌 경쟁 심화 등 업황 변화가 있는 상황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포스코는 올해 초 기업설명회(IR)에서 인수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도 인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매각 조건 등의 변화가 있다면 참여 가능성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LX그룹과 CJ도 후보군 중 하나다. LX그룹은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물류 포워딩 회사인 LX판토스와의 시너지 효과가 예견된다. 2021년 출범한 만큼 그룹 규모 키우기에 속도를 내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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