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8월 04일 07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초대는 대개 반가운 일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최근 한 대기업 계열사가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해 보낸 입찰제안요청서(RFP)는 일부 IPO 하우스에게 달갑지 않은 초대장이었던 것 같다.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제안서 작성에 투입된 일부 하우스 직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까지 나온다.단순히 업무가 주어진 것에 대한 불만이 아니다. 일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그깟 휴가가 대수겠는가. 품을 들인 만큼 보람을 얻지 못할 것이란 걸 직감했기에 힘이 빠진다. 어차피 후보군은 정해져 있단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이번에 RFP를 돌린 회사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많은 IPO 담당자들이 대기업 계열사의 주관사 선정과정에서 제안서 작성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게 된다. 결국 제안서가 당락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제안서를 최종 결정권자가 읽어보기나 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제안서보다 중요한 건 커버리지 역량이다. 그룹의 수없이 많은 조달을 도우며 쌓은 하우스에 대한 신뢰관계가 번뜩이는 제안서보다 더 높은 점수를 얻는다.
더 나아가면 당락을 가르는 핵심요소는 결국 윗선에서 이뤄지는 ‘고공 플레이’인 경우가 많다. PT가 열리는 날이면 증권사 사장단이 우르르 출동해 얼굴을 비추는 것도 이 때문이다. 키를 쥔 인물의 마음을 잡기 위해 혈연·학연·지연을 총동원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발행사에 대한 커버리지가 약하고 고공 플레이도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제안서를 쓰더라도 들러리 신세를 면하긴 힘들다.
어차피 안될 것을 안다면 제안서를 내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기업집단에 대한 커버리지를 유지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성의표시는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성의가 간단치는 않다. 단순한 입찰제안서가 아니라 경영컨설팅보고서에 준하는 내용을 요구한다. 사실상 무보수로 경영컨설팅을 해줘야 하는 셈이다.
물론 IPO에 나서는 발행사의 요구가 이해 못할 건 아니다. IPO는 기업의 생애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다. 기업의 미래에 대해 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싶을 테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사 제안서 작성에 지쳐버린 IB들이 수없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의 자성은 필요할 것 같다.
다수의 하우스를 초청해 경쟁시키고 싶다면 초대에 응한 하우스엔 작은 답례품이라도 선사하는 게 어떨까 생각해 본다. 제안서에 열정과 성의를 보여준 하우스라면 작은 비중이나마 인수 물량을 담당할 자격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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