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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평가를 움직이는 사람들]배영찬 기업본부장, 우직하게 지킨 '평가의 길'①28년 재직, 기업 신용평가 총괄…"시장 발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

김슬기 기자공개 2023-08-28 13:55:41

[편집자주]

한국기업평가는 올해로 설립 40주년을 맞이했다. KDB산업은행에서 분사한 후 국내에서 가장 오랜 시간 사업가치평가 사업을 진행해왔고 1987년부터 회사채 신용평가기관으로 지정된 후에는 신용평가업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자본시장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는만큼 늘 보고서로 시장과 소통해왔다. 더벨은 보고서 대신 한국기업평가를 이끌고 있는 인물들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9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 회사의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는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성적표와 같은 지표가 있다. 바로 조달할 때 반드시 필요한 신용등급이다. 신용등급은 회사의 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신용평가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만 할 수 있는 사업으로 새로운 서비스보다는 높은 품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국내 신용평가사 3사 중 한국기업평가는 유달리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이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기보다는 원리·원칙을 지키고 깐깐하다는 의미가 더 크다. 한국기업평가는 때론 기업으로부터 엄격한 평가로 뭇매를 맞기도 했지만 내부 원칙에 따라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신뢰의 아이콘이 됐다.

한국기업평가의 기업본부는 국내 비금융기업들의 재무를 면밀히 들여다 봐왔다. 올해부터 기업본부는 배영찬 본부장이 이끌고 있다. 업계에서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낸만큼 이제는 조직원들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 한국기업평가와 함께 한 28년, 올해 기업본부장으로 낙점

배영찬 본부장은 지난해말 기업본부장으로 선임, 해당 본부를 맡게 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995년 한국기업평가 신용평가본부에 입사했다. 이후 정보사업부·사업컨설팅팀 연구원을 거쳤다. 이후 줄곧 기업본부에 몸담았다.

그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IT·통신·벤처 쪽을 담당하는 평가1팀 책임연구원을 지냈다. 당시 벤처 붐이 한창 일기 시작했던 때여서 중소벤처업체에 대한 평가도 많았다. 특히 중소기업진흥공단(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처음으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채권(P-CBO)을 발행하는데 당시 평가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그는 건설, 시멘트, 레미콘 등의 사업군을 들여다보는 평가4팀 수석연구원으로 있었다. 건설업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는 데에 이때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인해 건설사 신용등급이 대거 하향조정될 때 실무를 담당했다. 2008년에만 20개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고 5개의 기업의 등급전망이 조정됐다.

2011년부터는 한국기업평가가 철저하게 분석과 영업을 분리하면서 그가 2년간 BD본부(현 BRM본부·Business relation management) 기업실 팀장으로 이동했다. 해당 본부는 외부 영업을 책임지는 곳이다. 즉 연구원들이 평가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본부라고 볼 수 있다. 그는 "담당 업종 외에 업체와도 접촉점을 가져가는 기회가 됐다"고 평했다.

2014년부터는 다시 기업본부로 컴백, 평가1실 실장이 됐다. 애널리스트에서 관리자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그간 담당했던 건설, IT, 건자재 외에 철강, 기계 업종까지 범위가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업본부장으로 발령이 났고 올해부터 본부를 이끌기 시작했다. 비금융기업의 등급 평가 전반을 책임지면서 그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그는 "사실 입사 후 거의 기업본부에서 일을 해왔다"면서도 "이제는 커버리지가 휠씬 넓어졌고 본부를 이끌어야 하니 개인적인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입사 동기나 동년배에 비해 늦은 시기에 본부장이 됐다"며 "앞으로 어떻게 조직을 안정적으로 꾸릴 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기업본부, 비금융기업 전체 평가 중책…신용평가업계와 함께 성장

현재 기업본부는 총 4개의 실로 나뉜다. 평가1실은 화학·정유·발전·도시가스·의류 업종을 다루며 평가2실은 건설·건자재·환경·유통·음식료 업종, 평가3실은 통신·전자·시스템통합(SI)·미디어·철강·지주·제약업종, 평가4실은 자동차·조선·해운·물류·상사·기계 등의 업종을 담당하고 있다. 본부장을 비롯, 총 33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는 "신용평가업계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2000년초 카드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최근 코로나19 등과 평가업계 내부적으로 동양 사태 등을 겪으면서 평가역량이 꾸준히 발전해왔다"며 "그간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갖춰 신용평가업무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체계적인 평가시스템은 외부 이용자들에게나 내부 신용평가 업무를 하는 애널리스트에게 신용등급에 대한 확신을 주고 이를 토대로 신용평가등급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근거가 된다"며 "평가담당 애널리스트 들이 피평가회사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지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는 기업본부장은 신용등급 평가에는 의견을 내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의견이 갈리는 경우에는 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의 신용등급은 평정위원회가 만장일치로 등급을 결정하지만 의견이 다를 경우 확대평정위원회가 열린다. 기업본부장은 위원장이 된다.

그는 "각 실에서 다른 의견을 낼 수도 있는데 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며 "업종에 대해 국한된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 다른 실이 어떻게 가는지도 방향을 제시, 4개의 실이 방향성이 흐트러지지 않게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업본부의 올해 화두는 '인력 관리·역량 강화·적시 평가'

최근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인력이탈이다. 그는 한 직장에서 28년간 근무했지만 요즘 직원 이탈도 더러 발생하면서 인력운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후문이다. 그는 "최근 2년간 직원이탈이 일부 있었는데 이미 갖춰놓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새로운 직원들이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본부장으로서 조직원들 개개인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신용평가 업무는 여타 업무와 달리 하나의 일을 완결해야 하기 때문에 배우기 힘들지만 충실히 트레이닝이 된다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외부에서 신용평가사들이 여러 기업 사안에 대해 발빠른 리서치를 원하는 분위기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그는 "최근 외부에서 크레딧 애널리스트가 줄어들다보니까 점점 더 신용평가사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며 "개별 애널리스트들이 민감하게 반응을 하면 좋겠지만 업종별로 이슈가 몰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할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대내외적인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은만큼 평가에도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전체적으로 하향하는 추세지만 조선이나 기계·방산, 자동차, 2차 전기 등 우수한 실적을 내고 있는 업종도 혼재돼 있다"며 "평가사로서 균형감을 가져가면서 선제적으로 위험요인을 분석하고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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