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리스크와 신용평가]한기평, 방법론부터 열지도까지…ESG로 산업계 조망①평가기준실 주도, 업계 최초…내년부터 업종별 적용 검토, 환경 리스크 '예의주시'
이지혜 기자공개 2021-10-27 08:00:12
[편집자주]
ESG가 어느덧 채권시장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크레딧 업계도 ESG가 신용도에 미칠 영향을 따지는 데 한창이다.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각종 규제와 유인책이 쏟아지고 있다. 더이상 ESG 리스크를 따지지 않고는 자금 조달도, 운용도 원만하게 하기 어렵게 됐다. 채권시장의 안내자인 신용평가사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ESG를 신용도에무엇을 중점에 두고 어떻게 반영할지 방향을 찾아봤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0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기업평가가 산업계를 망라해 ESG 열지도(히트맵)를 완성했다. 평가방법론을 펴낸 데 이어 실제 적용 사례를 한눈에 제시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방법론을 낸 것이나 산업계 히트맵을 제시한 것은 한국기업평가가 처음이다. 이를 시작으로 업종별 리포트도 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ESG의 틀로 산업계를 원경과 근경에서 살펴보는 셈이다.뜨거운 감자는 환경(Environmental) 요소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화석연료 관련 기업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금융사도 줄을 잇는다. 이에 따라 석탄발전업종의 리스크가 매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회(Social) 요소는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다양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배구조(Governance)는 개별 기업, 그 중에서도 금융업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ESG 평가방법론·히트맵 '앞당겨‘ 투자자 요구 부응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평가기준실이 주도한 ESG 프로젝트가 최근 히트맵으로 결실을 맺었다. 평가기준실은 평가정책본부 산하 조직이다. 모든 업종을 대상으로 평가방법론을 제정하는 등 이론을 정립한다. 김태현 실장이 이끌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 2월 ‘ESG, 신용평가의 새로운 고려요소일까?’라는 제목으로 이슈리포트를 발표했다. 뒤이어 7월 신용평가 일반론인 ‘ESG와 신용평가’를 공표, 최근 업종별 히트맵까지 그려 내놨다. 신용평가 일반론은 신용평가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총론적 평가방법론을 말한다.
이슈리포트는 기존 신용평가와 방법론에 ESG 요소가 어떻게 녹아있는지 보여준다. 여기에서 ESG 요소만 추려 평가방법론을 펴내고 업종별 ESG히트맵으로 실제 적용사례를 제시했다. 투자자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서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투자자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ESG 신용평가 방법론을 앞당겨 만들었다”며 “ESG 요소가 이미 신용평가에 반영되고 있었지만 투자자 문의가 늘면서 업계 최초로 평가방법론까지 펴냈다”고 말했다.
전세계적 흐름에 국내 투자자가 호응하자 한국기업평가도 발맞춘 셈이다. UN은 2006년 책임투자에 관한 6대 원칙(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을 제정했다. UNPRI에 서명한 기관은 올해 8월 기준으로 3800곳을 넘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이자 한국기업평가의 모회사인 피치(Fitch)도 여기에 포함된다.
◇익숙한 'G‘와 새로운 ’E' 리스크
한국기업평가는 ESG가 이미 신용등급 평정에 반영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G로 대변되는 지배구조가 그렇다. 한국기업평가는 평가방법론에서 “과거 신용등급 조치를 살펴보면 환경이나 사회 요소는 신용평가에 직접적으로 반영된 사례가 많지 않다”며 “지배구조 요인이 반영된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밝혔다. 예컨대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회계분식으로 검찰조사를 받아 등급전망이 조정됐다. 금호타이어는 경영권 분쟁, 두산중공업과 두산은 계열사의 실적악화에 따른 재무위험 전이로 신용도가 떨어지거나 등급전망이 바뀌었다. △지배구조의 불안정성 △외부 회계감사에서 한정의견 부여 △관계회사 이슈 등에 의한 등급 조정 등에 해당한다.
특히 금융업종이 지배구조 리스크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소유구조, 경영과 회계 투명성, 준법감시와 내부통제 등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의미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미 113개 금융기관의 사업안정성 평가에서 ‘경영 및 리스크 관리’를 살펴보고 있다.
환경적 요인, 이른바 E 관련 리스크는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 탈석탄 등 에너지 전환정책이 리스크를 키우는 배경이다. 물리적 기후변화는 오랜 기간에 걸쳐 영향이 드러난다. 당장 신용도에 미치는 타격이 적다. 반면 환경규제와 정책은 가시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기업평가는 히트맵에서 환경 리스크 노출도가 가장 큰 업종으로 민자석탄발전을 꼽았다. 당장 3년 안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뒤이어 정유, 석유화학, 시멘트, 철강, 해운업종의 리스크도 높다고 분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ESG 리스크 노출도가 높은 발행자는 미래 수익기반과 수익성, 현금흐름, 자금조달, 유동성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ESG 관련 법규와 사회적 인식 변화로 신용도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S) 리스크 노출도는 자동차, 소매유통, 물류 등 9개 업종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노출도가 높다고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기업평가는 “사회 요인은 업종에 따라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평가방법론 개정 시점 도래, ESG 적용할까
한국기업평가는 ESG 요소를 향후 일반기업의 신용평가 방법론에 적용할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2022년 대부분의 업종을 대상으로 신용평가 방법론 개정 시점이 돌아온다”며 “개별 산업의 일반론에 맞춰 특정 항목의 가중치를 조정하는 등 방법으로 ESG를 반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일반적으로 2년마다 신용평가 방법론을 개정한다. 현재 환경 리스크 노출도가 높은 업종으로 꼽히는 레미콘, 석유, 정밀화학, 시멘트, 해운 등의 평가방법론도 개정대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ESG 리스크가 높음 이상인 업종은 당장 내년이 아니라도 평가방법론을 개정해 심도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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