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케어, 진격의 대기업]공대 출신 의사, 네이버 사내 병원서 '혁신' 꾀한다②차동철 의료혁신센터장 "네이버 밸류체인 강점, 시장 경쟁력 자신"
차지현 기자공개 2023-08-24 14:12:07
[편집자주]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큰 틀에서 미래 먹거리라고 보는 낙관적인 전망이 있는가하면 아직 기술과 헬스케어 산업의 특성이 제대로 조화를 못 이루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IT 기업들은 다양한 전략으로 디지털헬스케어에 접근하고 있다. 의료데이터, 원격의료 등 각 회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IT 대기업의 디지털헬스케어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2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부 문턱을 못 넘으면 바깥에 못 나간다. 모두 정보통신(IT)에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직원을 만족시키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문턱만 넘으면 웬만한 국민 눈높이에 맞출 수 있을 것이다."네이버의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 출시 예상 시점에 대해 차동철 헬스케어연구소 의료혁신센터장(사진)은 이같이 답했다. 현재 사내 부속 의원에서 기술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대상은 임직원 4300여명. 모두 국내 IT 업계 최전선에서 뛰는 사람들이다. 이들 기준을 통과해야 서비스를 공개할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한 기술 고도화 작업이 한창이다.
◇IT·의료 융합 전문가, 의사-엔지니어 '징검다리' 역할
차 센터장은 공대 출신 의사다.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를 좋아했던 그는 연세대 컴퓨터과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다 졸업을 앞두고 의학전문대학원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당장 취업하는 대신 백수인 채로 입시를 준비하는 길을 택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이유는 분명했다. 게임이나 앱을 만들어 돈을 벌 수도 있지만 컴퓨터 공학과 다른 학문을 융합해 사람을 고치는 일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네이버에 합류한 건 2020년.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혼자 인공지능(AI) 기반 연구를 하면서 한계를 느끼던 와중이었다. 업계 최고 수준 학회에 지속해서 AI 관련 논문을 게재하는 걸 보며 이곳이라면 연구에 대한 갈증을 채워줄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사내 의원에서 진료를 보면서 AI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을 움직였다"라며 "장밋빛 미래만 남은 나군호 선배가 교수직을 내려놓고 나온 것도 이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지금은 네이버 사내 의원에서 이비인후과 진료를 보며 AI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의료혁신센터장을 맡아 '혁신'을 꾀하는 임무도 맡았다.
차 센터장은 "독특한 배경을 가진 만큼 여러 파격적인 시도를 하는 포지션에 있다"면서 "최근엔 보이스 EMR 테스트를 위해 유튜버가 사용하는 마이크를 구매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IT와 의료 분야를 잇는 일은 쉽지 않다. 같은 기술이라도 의사와 엔지니어는 각기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다. 가령 AI 기술을 개발할 때 엔지니어는 기술의 정확도에 초점을 두지만 의사에겐 의료 현장에서 사용 가능 여부가 더 와닿는다.
이들이 서로 분야를 이해하도록 돕는 징검다리가 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그는 "지향점은 비슷해도 빌드업 과정이 달라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며 "아직 의료 현장에 AI 등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 거부감을 보이는 의사도 많은데 적당한 지점을 찾아 균형을 맞추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AI 기술 강점, '자체' 기술로 모든 서비스 구현 가능
AI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있어 그가 중시하는 건 현장감이다. 의료 산업 특성상 최종 소비자는 환자지만 의료 행위를 결정하는 건 의사다. 수익을 내려면 기술의 혁신성뿐만 아니라 의료진이 현장에서 쓸 만한 기술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환자 입장에서도 간편하지 않으면 굳이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실제 AI 기반 예진 서비스인 스마트 서베이도 전공의 시절 경험을 반영한 결과다. 당시 진료 전 문진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하는 걸 보며 고급 인력이 낭비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으로 받은 환자의 병력 청취 결과를 의료 용어로 자동 변환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의료진 업무 부담을 덜었다. 환자의 동기부여를 고려해 질문은 너무 많거나 깊지 않도록 구성했다.
사내 의원에서 생생한 데이터도 쌓고 있다. 의료진과 임직원 후기가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추동체가 되고 있는 셈이다. 차 센터장은 "아무리 좋은 기술을 내놔도 현장에서 사용해 보지 않으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면서 "의사와 환자에게 진짜 필요한 서비스인지, 사용자 경험(UX)은 얼마나 매끄러운지 등을 중심으로 살피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헬스케어 시장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바이오텍부터 IT 기업, 대기업 등이 앞다퉈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시장 진출을 선언한 대부분 기업이 전주기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네이버만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그는 기술을 경쟁력으로 꼽았다. 모두가 하고 싶어 하는 사업이지만 모두가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전주기 헬스케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특별하지 않아 보여도 이걸 수행하는 역량 차이는 크다"면서 "자체 기술력만으로 AI 기반 전주기 헬스케어 서비스를 구현해 나갈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서 네이버가 유일하다"고 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진 않았지만 조만간 환자 대상 헬스케어 서비스를 출시할 전망이다. 내부 테스트가 끝나면 비로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당장 수익성을 고민하진 않는다. 모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선보이면 그만큼 수익도 따라올 것으로 보고 있다.
차 센터장은 "네이버의 강점은 포탈, 지도, 예약, 페이, 그리고 AI 등 모든 컴포넌트를 갖췄다는 점"이라며 "여러 파트너와 협업해 유저(환자·의사)를 우리 생태계 안으로 이끌 수 있다면 수익 모델은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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