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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채권 윈도 제도의 명암]정부 나타나자 일동 '대기 모드'...윈도가 뭐길래①기재부, 이슈어들 발행일정 조율...국내 기업들, 외평채 이후 9월 중순 재개 '전망'

윤진현 기자공개 2023-09-07 13:44:48

[편집자주]

한국물(Korean Paper) 발행을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다. 바로 윈도(Window)를 받는 것. 기획재정부는 외화채권 발행을 허가하면서 프라이싱 일정도 통보한다. 이 기일에만 발행이 가능한데, 해당 제도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국내 이슈어끼리의 경쟁이 제한돼 안정적으로 발행이 가능하단 의견과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단 지적이 맞선다. 더벨이 외화채권 윈도 제도의 '명과 암'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4일 14: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이슈어들의 한국물(Korean Paper) 발행 휴식기가 길어지고 있다. IB 업계에서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채) 프라이싱만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하반기 첫 딜로 화려한 복귀를 예고한 탓이다.

이슈어들의 대기모드는 '윈도(Window)' 제도로 인한 것이다. 기재부로부터 외화채권 발행을 허가받고 프라이싱 일정(윈도)을 받아야 채권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차환 수요로 시장이 붐빌 것으로 예상되지만 예외는 없다. 조달 핵심 시기를 놓칠까 이슈어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외평채, 화려한 복귀…윈도 필요한 이슈어들 '일단 대기'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재부가 4일부터 3일간 엔화표시채권(사무라이본드) 프라이싱에 돌입했다. 앞서 8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진행한 대면 딜로드쇼(Deal Roadshow)를 성황리에 마친 직후 북빌딩(수요예측)에 나섰다.

사무라이본드에 이어 달러화채권 프라이싱도 개시할 전망이다. 달러채 북빌딩 시기를 마지막까지 조율하고 있다. 기재부의 외평채 발행 소식에 국내 이슈어들은 발행을 대기 중이다. 8월 휴식기 후 첫 딜을 외평채로 점 찍어뒀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IBK기업은행, 하나은행, 한국남부발전,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조달 계획을 가시화했다. 기재부의 발행에 일동 대기모드에 돌입한 배경으론 윈도 제도가 꼽힌다.

윈도란 기재부가 국내 발행사에 배정하는 북빌딩 날짜를 뜻한다. 기재부의 승인을 받아 1~2일의 프라이싱 날짜를 받는 암묵적인 룰이다. 1997년 발발한 외환 위기 당시 정부는 외화 부채 관리를 위해 이슈어들의 발행에 개입을 시작했다.

발행 기일을 정해줌으로써 외화채 발행액과 건수 등을 관리했던 셈이다. 거시 경제 관점에서 기업들의 외화 자금 유출입을 정부가 관리하는 것이다. 국내 이슈어끼리의 경쟁을 제한하는 등의 순기능을 앞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IMF 시절로부터 약 26년이 흐른 지금도 기재부의 개입은 여전한 상황이다.

외평채 발행이 9월 초순으로 가닥이 잡히며, 약 2주간의 한국물 발행 공백이 예정됐다. 한국물 시장 내 긴장감이 보다 팽팽해진 모습이다. 특히 9월이 하반기 외화채 조달의 핵심 시기로 분류되서다.

◇조달 핵심 시기 놓칠라…이슈어 긴장감 '팽팽'

거시경제 관점에서 보면 윈도 제도의 순기능도 있지만 자금조달이 급한 기업들에게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시장 상황을 봐서 적절한 타이밍을 잡기보다는 정부가 정해준 때에 울며겨자먹기로 채권을 발행하는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7~8월 휴가 시즌으로 움츠러들었던 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시기가 바로 9월로 여겨진다. 11월 중순부턴 135일룰과 연말 영향 등으로 조달 길이 막히는 탓이다. 게다가 9월 말부터 이어지는 추석연휴를 제외하면 약 10~11주간의 일정만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물 이슈어들은 윈도 일정을 받기 위한 사전 작업에 이미 돌입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외평채 일정을 마무리해야 발행을 할 수 있으니 9월 중순에 윈도 일정을 받는 게 이상적이라고 보고 있다"며 "약 2주간의 발행 공백기가 아쉬울 정도로 많은 이슈어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역대급 차환 수요가 예고됐음에도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국제금융센터가 밝힌 외화채 발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하반기 만기도래액은 총 209억달러다. 여기에 순발행분까지 더하면 올해 역대 최대 한국물 발행액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더벨 플러스상 이미 상반기에 역대 최대 공모 한국물 발행액을 기록했다. 272억1099만달러로, 더벨이 집계를 시작한 2010년 이후 반기 기준 가장 큰 규모였다.

뉴이슈어의 등장도 예고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주관사단을 선정하고 딜로드쇼에 나섰다. 역시 9월 중순 이후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관계자들은 최대 30곳 이상의 이슈어가 조달을 진행할 것이란 전망을 제기했다. 상황이 이렇자 윈도 제도를 향한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윈도를 받아 발행하면 투자자에게도 신뢰감을 준다"면서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FOMC 정례회의, 금리 변동 등의 매크로 이슈는 반영할 수 없는 구조이기에 조달 한계 속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물 발행의 활성화를 위해선 보다 유연한 환경이 필요하다"며 "1997년부터 유지해온 윈도 제도에 대한 제고가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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