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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분리막 3사]'대규모 투자' 뒷받침할 현금창출력은③[재무여력] 적자 탈피한 SKIET...IPO로 실탄 장전한 WCP

정명섭 기자공개 2023-09-27 07:43:50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2일 08:0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분리막 업체들의 투자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미국발 글로벌 이차전지 공급망 재편으로 북미·유럽 신규 고객사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WCP는 장기공급계약을 논의 중인 업체가 여럿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선(先)수주'에는 투자가 따르기 마련. 현시점에서 분리막 3사의 재무구조는 안정적인 수준이며 추가 투자여력이 있다. SKIET와 WCP는 대규모 설비 투자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현금창출력이 되살아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다만 LG화학은 분리막 외에도 신규 투자할 곳이 산적해 일본 도레이와의 합작법인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관심이 쏠린다.

◇적자 늪 벗어난 SKIET, 하반기도 수익 회복 기조 지속

SKIET는 올해 2분기에 고무적인 실적을 거뒀다. 2021년 3분기부터 시작된 7개 분기 적자 행진을 깬 것이다. 작년 2분기 124억원이었던 영업손실 규모는 매 분기 줄어들었고, 올해 2분기에 마침내 흑자전환(10억원)에 성공했다. 이차전지용 분리막 판매 증가와 원재료 단가 하락 등이 주효했다. 폴란드 공장 증설, 북미 투자 검토 등 해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이다.

주목할 점은 증권가의 전망보다 빠르게 현금창출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익성 지표인 EBITDA마진율은 2021년 34.3%에서 2022년 17.7%로 급감했다가 올해 들어 20%대를 회복했다. 올해 2분기 기준 EBITDA마진율은 26.3%다.

이는 자본적지출(CAPEX)이 매년 급증하는 상황에서 의미가 크다. SKIET의 CAPEX는 2020년 5834억원, 2021년 6055억원, 지난해 7550억원으로 매년 1000억원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CAPEX는 3454억원을 기록했다.

SKIET가 그동안 적자와 대규모 투자에도 재무건전성을 지킬 수 있었던 건 투자금 유치 덕분이었다. 2020년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4500억원을 지원받은 후 프리IPO(상장 전 자금조달)로 3000억원을 조달했다. 이듬해 기업공개(IPO)에 성공해 8903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조달한 현금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차입을 늘렸고, 2022년부터 재무부담이 커지기 시작했다. 2021년 7000억원대였던 총차입금 규모가 1년 만에 1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차입금은 1조4196억원이다. 부채비율은 2021년 43.7%에서 2022년 60.8%, 올해 상반기 70.4%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24.1%에서 35.6%로 상승했다.

아직 재무안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올해 2분기 기준 유동자산 규모는 9200억원이다. 부채비율도 아직 100% 이내라 추가 차입에 나설 여력도 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 계열로 눈을 넓히면 SK온 등 대규모 투자를 앞둔 계열사가 많아 SKIET의 재무부담이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당분간 수익 회복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증권가는 SKIET의 3분기 분리막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25%가량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SK온의 이차전지를 쓰는 포드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이르면 올해 4분기, 늦으면 내년 1분기경에 가동될 폴란드 2공장 실적까지 더해지면 SKIET는 안정적인 수익 회복 구간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WCP, 적기 IPO로 투자 여력 확보

재무건전성이나 현금창출력만 보면 국내 분리막 2위 기업인 WCP가 우위에 있다. 헝가리 공장 설립에 이어 올해 말 미국 생산기지 구축까지 검토할 수 있었던 건 지난해 IPO로 인한 자본 확충 덕분이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WCP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4%, 차입금의존도는 8.1%에 불과하다. 2020년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220.3%, 44.7%였던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개선이다. 작년 9월 IPO에 성공하면서 자본총계가 2021년 4057억원에서 2022년 9346억원으로 대폭 증가한 영향이 컸다.


WCP는 SKIET와 달리 2019년부터 꾸준히 EBITDA 흑자를 기록해왔다. 지난해 EBITDA는 1025억원으로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EBITDA도 556억원으로 순항 중이다. EBITDA마진율도 매년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IPO와 이익률 유지 덕에 2020년 100억원대에 머물던 현금성자산은 1760억원까지 늘었다. 당시 WCP는 IPO 발행총액 4320억원 중 신주발행으로 확보한 4216억원에서 법인세를 제외한 4151억원을 자본에 산입했다.

이에 당분간 WCP의 해외법인 출자와 공장 신설 여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헝가리 분리막 공장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약 7억 유로(9530억원)의 투자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헝가리 자회사에 1억 유로를 출자했다. 예상 완공 시기는 2025년 상반기다.

다만 내년에는 충주 공장의 7~8라인 시운전이 시작되고 헝가리 공장 증설로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헝가리 공장이 가동하기 시작하고 국내 증설 라인의 가동률이 안정화되는 2025년은 꺾인 이익률이 회복하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 분리막 외에도 투자 산적...도레이 협력에 거는 기대

LG화학의 경우 올해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83%, 차입금의존도는 26.5%로 재무구조가 양호한 수준이다. 2018년 이후 이차전지 사업 부문의 대규모 설비투자로 재무부담이 커졌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2022년 1월 IPO를 통해 약 10조원을 조달하면서 재무안정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

다만 LG화학은 SKIET, WCP와 달리 현금창출력은 떨어지고 있다. 현재 본업인 석유화학 부문이 2022년부터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국발 공급 증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다. 작년 4분기부터 시작된 분기 적자는 올해 2분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LG에너지솔루션과 첨단소재 부문이 크게 성장해 이익 하락 폭을 줄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석유화학 부문의 업황 반등이 요원한 상황에서 두 부문의 이익창출력 확대는 향후 차입규모 관리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이 추진 중인 석유화학 부문 구조조정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느냐도 재무안정성 유지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LG화학의 분리막 생산능력 확충 속도는 SKIET와 WCP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입장에서 분리막은 신성장동력 중 하나일 뿐이다. 분리막 외에도 투자할 곳이 산적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LG화학의 투자 계획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LG화학은 지난 7월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을 담보로 한 외화 교환사채 발행으로 약 2조6000억원(20억 달러)을 조달했는데, 이 중 7318억원만 양극재·분리막 등을 포함하는 전지소재부문에 투입된다. 1조2000억원은 운영자금에, 6662억원은 친환경 소재와 혁신 신약 부문에 투자된다.

LG화학이 유럽·북미 분리막 생산거점 구축을 위해 일본 도레이와 손잡은 것도 기술 협력뿐만 아니라 대규모 투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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