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 스토리]한주라이트메탈, '뜨거운' 경량화 부품 제조공장을 가다대형·중공저압주조, '세계최초' 전자교반고압주조 방식 눈길…국내 유일 울트라 주조기 보유
울산(경북)=서하나 기자공개 2023-09-25 08:28:53
[편집자주]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2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뜨겁고 시끄러웠고 생동감 넘쳤고 정교했다."한주라이트메탈은 글로벌 탑텐(TOP10) 완성차 제조사 중 6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는 알루미늄 주조사다. 전기차(EV차) 경량화 트렌드로 알루미늄 수요가 늘면서 생산설비(CAPA)를 확충하며 잰걸음을 하고 있다.
더벨에서 한주라이트메탈 공장 두 곳을 방문했다. 한주라이트메탈이 수차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강조한 대형·중공저압주조 방식이나 전자교반고압주조 작업 과정을 실제로보니 생각보다 복잡하고 정교했다. 차량 하나당 필요한 부품 숫자를 계속 줄이고 있는 제조 트렌드에 따라 일체형 대형제품을 제조하는 공정도 눈길을 끌었다.
◇알루미늄 경량화 부품 탄생하는 국내 메인기지 '화산공장·원산공장'
한주라이트메탈은 국내 메인 생산 기지로 화산공장(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화산2길)과 원산공장(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산남길) 등 두 곳을 보유하고 있다. 화산공장은 1987년 12월 설립돼 저압소형 12기, 저압중형 6기, 저압대형 4기, 중자기 4등을 갖췄다. 대형·저압주조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원산공장은 비교적 최근인 2003년 설립됐다. 규모는 약 2만7000㎡로 화산공장 면적(약 1만5000㎡)의 두 배에 이른다. 전자교반 18기, 중력주조 16기, 저압대형 3기, 중자기 6기 등 주조기를 갖추고 중력주조, 전자교반고압주조 제품을 주로 만들고 있다.
가랑비가 내리는 날씨가 꽤나 서늘했지만 공장에 들어서는 순간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생각보다 규모가 컸고 무엇보다 뜨거운 열기와 소음이 가득했다. 귀마개 없이는 작업이 불가능할 정도의 굉음 틈엔 현장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공정에 몰두하고 있었다.
한주라이트메탈이 제조하는 차량용 경량화 부품은 크게 세 가지다. EV차와 내연기관차용 샤시부품(매출 비중 약 41.1%), 동력발생장치와 관련한 엔진 부품(약 38.1%), 전기차 배터리와 모터 보호를 위한 EV차 부품(약 8.6%)이다. 이밖에 요트엔진 부품 등도 생산한다.
한주라이트메탈은 이중 너클캐리어, 서브프레임, 하이브리드 디스크, 댐퍼포크, 컨트롤 암, 8단변속기 오일펌프 커버, 모터하우징 제품 등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특히 닛산 e-POWER 시리즈에 들어가는 제네레이터 모터하우징은 일본 기업도 개발에 실패해 손을 뗐지만 한주라이트메탈이 개발, 양산에 성공한 제품이다.
제네레이터 모터하우징은 주행 중 뜨거워지는 모터를 감싸고 있는 케이스 사이로 냉각수가 흐르도록 설계된다. 얇으면서 견고한 외부 케이스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캐스팅으로 주조된 제품에 열을 가해 강도를 높인 뒤 정교하게 다듬는 머시닝, 기계가공으로 제품 형상을 만든다.
한 켠엔 내부 품질 검증을 위한 어마어마하게 큰 엑스레이 검사실도 눈에 띄었다. 알루미늄은 다루기 힘든 금속에 속해 불량률이 높은 편이다. 만에 하나 불량품이 출고되면 반복적인 동작을 반복하는 차량이 운행되면서 치명적인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 쉽다.
이날 공장투어를 진행한 우재협 한주라이트메탈 IR 팀장은 "차량용 부품은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들이 많다"며 "특히 한주라이트메탈이 생산하는 샤시부품 등이 대표적인데 알루미늄 제품을 적용해 경량화를 하고 싶어도 아무에게나 맡길 수가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양산까지 10년 걸린 '세계 최초' 전자교반고압주조
전자교반고압주조 기술은 한주라이트메탈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차별점이다. 2007년 기술개발에 돌입해 4~5년간 테스트를 거쳤고 2016년 세계 최초로 IG그렌저 모델에서 상용화됐다. 단순 중력을 이용한 중력주조, 밑에서 위로 빨아들이는 저압주조 방식과 달리 전자기력을 활용해 고강도·고인성 제품에 특화된 공법이다.
전자교반 기술을 쉽게 설명하면 반응고(슬러쉬) 상태의 알루미늄 용탕을 관통에 주입해 전자기장을 통과시킨다. 전자기장은 외부부터 뜨거워지는 관통을 동일한 온도로 만들고 이 과정에서 용탕이 반응하면서 고품질 제품이 탄생하는 원리다.
노중석 한주라이트메탈 책임연구원(팀장)은 "전자교반고압주조 방식을 활용하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며 "주철은 너무 무겁고 단조 알루미늄은 너무 비싸다. 그런데 전자교반고압주조 방식을 활용하면 단조 알루미늄에 견줄 만한 경량화와 고강도 스펙을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주라이트메탈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초대형 장비인 울트라 사이즈 주조기, 멀티스토크 주조기도 눈길을 끌었다. EV차 시대의 도래로 차량 경량화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완성차 제조사들은 차량 1대당 필요한 부품을 기존 3만여개 수준에서 3000여개까지 대폭 줄이는 추세다. 덩달아 여러 개의 부품을 하나로 합친 대형 부품 수요도 늘고 있다.
우재협 한주라이트메탈 IR 팀장은 "멀티스토크 주조는 보통 기업들이 하나만 쓰는 주조기를 동시에 여러개로 나눠서 쓰는 방식으로, 제품을 큰 사이즈로 주조하기 위한 공법"이라며 "소형제품은 진입장벽이 낮지만 대형제품을 주조하는 건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대형 주조기를 보유하고 있는 곳도 한주라이트메탈이 유일"이라고 말했다.
한주라이트메탈은 현대차, 스텔란티스(STELLANTIS), GM, 포드, 닛산, 르노(RENAULT) 등 글로벌 완성차 10곳 중 6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대표 적용 차종은 제네시스 시리즈, 익스플로러, 실버라도, e-POWER 시리즈다. 이를 EV9, KONA EV, 차세대 EV 등으로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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