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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의 ESG 규정 준수, 주주 설득이 우선” 루루 란 싱가포르대 교수 “재량권 가진 이사진, 소송은 가장 마지막 수단”

김규희 기자공개 2023-09-25 16:06:05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2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과 이사회가 ESG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려면 법적 제제보다 주주를 교육하고 설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루루 란(Luh Luh Lan)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사진)는 22일 더벨이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개최한 ‘2023 THE NEXT : Corporate Governance Conference’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행사는 ESG 시대의 기업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in the Age of ESG)를 주제로 총 3세션으로 진행됐다.

루루 란(Luh Luh Lan)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가 22일 더벨이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2023 THE NEXT : Corporate Governance Conference'에서 발표하고 있다. 2세션 발제를 맡은 란 교수는 ‘ESG와 이사회의 의무 : 회사 이익의 정의’에 대해서 발표했다.

란 교수는 이날 컨퍼런스 두 번째 세션인 '이사회의 의무와 전문성에 대한 새로운 조명'에서 첫 발제를 맡아 ‘ESG와 이사회의 의무 : 회사 이익의 정의’에 대해서 발표했다.

그는 먼저 이사의 직무에 관한 3개의 소송 사례를 소개했다. △BTI 2014 LLC v Sequana [2022] UKSC 25 (UK Supreme Court) △ClientEarth v Shell Plc [2023] EWHC 1137 (UK High Court) △Serene Tiong v HC Surgical Specialists [2020] SCHC 201 (SG High Court) 등이다.

각 소송들은 순서대로 채권자, 환경보호단체, 외부 공익제보자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법원은 이사들이 회사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를 위반하진 않았다고 판단했다.

판례는 이사의 가장 핵심적이고 근본적인 의무가 회사 이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사들은 주주들에게 최대한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란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사들이 ESG 요소를 고려해야 할 의무는 없다”며 “참고할 순 있지만 반드시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률이 이사에게 이익 증진을 위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는 만큼 원고들은 이사들이 의도적으로 악의가 있다는 걸 증명하지 못하면 승소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고 ESG 규정이 소용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ESG 규정이 많이 있으면 이사들이 이를 무시하기가 어려워진다. 다양한 규칙과 준수사항들이 이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거버넌스 규칙, 지속가능성 공시규정 등은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란 교수는 이사에게 ESG 규정 준수를 요구할 경우 법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가장 마지막으로 둬야한다고 분석했다. 이사를 대상으로 하는 소송은 승소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주 교육이나 설득에 집중하는 게 현실적으로 더 나은 대안이라는 의견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글로벌 석유회사 쉘의 사례를 소개했다. 올해 초 쉘의 신임 CEO는 3건의 기후소송에 승소한 뒤 석유생산 재개 및 그린에너지 투자 축소를 예고한 바 있다.

란 교수는 “쉘은 (소송) 이후 주주들이 그린에너지 쪽으로 가는 걸 원하지 않고 석유생산을 원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이사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사들보다 주주를 설득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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