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모니터]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 'FI 압박'이 트리거됐나2대주주 엘엘에이치와 풋옵션 계약…연복리 3%, 수차례 조건 변경
양정우 기자공개 2023-10-10 07:05:57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5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업공개(IPO)에 드라이브를 걸자 재무적투자자(FI)와 맺은 풋옵션 계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2대주주인 '엘엘에이치'는 롯데그룹의 IPO 연기 결정을 계속 수용해왔으나 이제 투자 회수를 미루기 어려운 시점에 다다른 것으로 풀이된다.엘엘에이치가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약속받은 풋옵션 조건은 행사시 이자율이 3%에 불과하다. 과거 저금리 시대에도 출자자(수익자)가 만족하기 어려운 수익률이다. 최근 금리 기조에서는 기회 비용까지 감안할 경우 실속을 챙기기가 힘들 것으로 보이는 숫자다.
◇핵심 FI 엘엘에이치 '지분율 22%'…롯데그룹 계열과 주주 간 계약
IB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로부터 상장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전달받은 증권사는 제안서 제출을 마무리했다. 이달 중순으로 예고된 프레젠테이션(PT)을 앞두고 발표 자료를 점검하는 데 한창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FI인 엘엘에이치가 2대주주(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 21.87%)로 자리잡고 있는 게 지배구조상 특징이다. 1대주주는 롯데지주㈜로 지분 46.04%를 쥐고 있다. 나머지 주주는 ㈜L제2투자회사(14.18%), ㈜호텔롯데(10.87%) 등이다. 엘엘에이치는 메디치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한 투자 비히클로 파악된다.
롯데그룹은 엘엘에이치를 핵심 FI로 받아들일 때 여느 투자 딜처럼 엑시트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줬다. 투자 시점인 2017년 4월을 기점으로 4년이 경과한 날부터 1개월까지 행사할 수 있는 풋옵션을 부여했다. 풋옵션 행사시 당초 투자 단가에 연복리 3%를 적용한 금액을 행사가격으로 삼기로 했다.
이 주주 간 계약은 현재까지 두 번이나 정정됐다. 첫 번째 풋옵션 행사 시점인 2021년 들어 행사기간을 2023년 4월 13일로부터 1개월 간으로 바꿨고 올해 초엔 이 기간을 2024년 4월 13일로부터 1개월 간으로 다시 조정했다. 풋옵션 행사 조건엔 IPO 연기시 기간을 미룰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있었다. 아직 상장주관사도 선정하지 않은 단계였던 만큼 불협화음없이 풋옵션 행사기간을 연기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들어 롯데글로벌로지스가 IPO에 가속 페달을 밟자 FI의 스탠스 변화에 무게를 싣는 시각이 우세하다. 올해 초를 전후해 글로벌 자산시장이 폭락세를 거듭했고 국내 IPO 시장도 로봇, 인공지능(AI) 등 특정 섹터를 제외하면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중소형 코스닥 딜보다 코스피를 향하는 대기업 IPO에서 더 힘이 빠진다. 이렇게 불리한 국면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상장 강공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수정된 주주 간 계약에서는 롯데 계열사가 풋옵션 행사기간 연기를 한 차례 요청할 수 있다는 단서가 추정됐다. 2025년 1월 13일로부터 1개월 간으로 변경된다. 롯데그룹 측에서 사실상 FI가 풋옵션을 행사할 것을 대비해 최후의 안전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관측된다.
◇구주매입 후 유증 참여 강수…고금리 장기화, 풋옵션 행사 유리 여건
엘엘에이치는 2017년 15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보통주 393만8248주를 확보했다. 현재 보유 주식은 총 747만2161주로 집계된다. 나머지 주식은 구주 인수로 확보했고 현재까지 유증 대금을 포함해 총 3000억원 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풋옵션 계약의 내용이 공시된건 1500억원을 투입한 유증이다. 풋옵션 행사시 원금은 물론 연복리로 3%의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다. 물론 엑시트를 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안전핀이지만 투자 시장에서 만족할 만한 수익률은 아니다. 투자회수를 위한 풋옵션과 콜옵션 장치에서는 연복리 주자릿수를 확약한 사례도 적지 않다.
여기에 최근 금리가 파죽지세로 치솟자 3%는 더이상 IPO 대기모드를 고수할 만한 수치로 여겨지기 어려운 여건이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가 5% 대 수준이고 최소 1.5%포인트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엘엘에이치 입장에서는 상장 잭팟이 쉽지 않은 와중에 하루빨리 회수에 나서는 게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다.
FI의 투자 단가는 주당 3만8000원 정도로 추산된다. 연복리 3%를 가산할 경우 4만원 대 초중반으로 계산된다. 시가총액으로 따져볼 때 단순 환산시 1조원 안팎이다. 현재 CJ대한통운의 시총(1조8500억원 수준)을 고려하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투자 단가에 맞춘 상장 밸류를 확보하는 게 녹록지 않다. 두 기업의 영업이익 격차(CJ대한통운 4118억원, 롯데글로벌로지스 626억원)는 6~7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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