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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 1년, 증권사 PF 전략은]KB증권, 시딩북 '유지' 안정성 기조 '확대'②사업·지역별 지침 세분화, 리스크심사본부 CEO 직속 배치

전기룡 기자공개 2023-10-12 10:30:54

[편집자주]

레고랜드 사태가 발발한지 1년이 지났다. 최고 신용등급을 지닌 ABCP의 EOD 소식이 PF 시장의 침체를 야기한 트리거가 됐다. 유동화가 진척되지 않자 곳곳에서 프로젝트가 좌초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PF 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는 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관리 측면에서 변화의 바람도 컸다. 사업·지역에 따라 별도 지침을 확립하고 제한된 선에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주요 증권사들의 PF 전략은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0일 07:2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은 은행계 금융지주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는 특성상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본프로젝트파이낸싱(PF) 선순위를 중심으로 투자를 단행하는 데다 셀다운(Sell-down)을 적극 활용해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브릿지론의 취급은 지양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업황이 악화된 이후에는 보다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하기 시작했다. 다만 금융지주 소속으로서 소임을 다하고자 때로는 부채담보부증권(COD)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부동산금융기법을 펼치기도 한다. 물론 이때도 철저한 리스크 관리 하에 투자 결정을 내렸다.

◇시딩북 800억 보유…시공사 신용등급 적극 반영

KB증권의 PF 업무는 IB3총괄본부가 담당하고 있다. IB3총괄본부를 지휘하고 있는 조병헌 부사장을 필두로 구조화금융본부(산하 4개부서), 프로젝트금융본부(산하 4개부서), 부동산금융본부(산하 1담당 3개부서), 대체금융본부(산하 3개부서) 및 대체신디부 등 4본부·1담당·15부로 구성된 형태다.

IB3총괄본부가 보유한 시딩북(Seeding book) 규모는 8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고유계정·자기자본(PI) 투자 영역을 감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유지를 택했다. 그러나 추가 투자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하기 시작했다.

기존과 같이 선순위 투자에 집중하던 기조에서 추가적인 조건을 내건 게 대표적이다. 일례로 신용등급 A 이상의 시공사가 책임준공 확약을 내걸거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급보증을 제공한 사업장에 한해서만 안정적이라고 판단한다. 셀다운도 적극 활용하는 만큼 KB증권이 짊어지는 자체 리스크는 적다.

'둔촌주공'의 리파이낸싱을 주관한 게 주요 사례다. 레고랜드 사태 직후인 지난해 10월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장인 둔촌주공이 PF 차환에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82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때 KB증권이 등장했다. 리파이낸싱 주관사로 나서 시공사단인 현대건설(AA-, 안정적)과 롯데건설(A+, 부정적), 대우건설(A, 안정적)의 신용보강을 바탕으로 5423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했다. KB증권도 기존 투자액 1220억원을 재투자하며 사업에 힘을 보탰다.

올 1월 7231억원에 대한 만기가 도래했지만 이때는 HUG의 보증으로 국내 시중은행 5곳에서 7500억원을 조달했다. 만기도 2025년 4월까지 늘려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해 줬다. 둔촌주공에서의 대규모 리파이낸싱은 경색된 시장을 정상화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별 한도액 수시 조정…"금융지주 소임 다했다"

IB3총괄본부는 지역별 그리고 사업별에 따라 리스크 전략도 새롭게 확립했다. 특히 주된 투자영역인 주거용에 한해서는 시장 상황을 반영해 수시로 지역별 한도액을 조정하고 있다. 미분양 주택의 적체와 주택가격 하락으로 부동산 시장이 약세로 돌아서자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셈이다.

세부적으로 서울·수도권에 한해서는 별도의 한도액을 설정하지 않고 있다. 서울·수도권이 다른 지역에 비해 분양 성과를 올리기 용이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광역시에는 1500억~2000억원, 지방시에는 1000억원선에 한도액을 설정했다. 이는 전년대비 약 40% 줄어든 수준이다.

과거 PI 투자가 활발히 이뤄졌던 오피스텔과 상가, 지식산업센터, 산업단지 등은 중점관리대상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업별 한도액도 각각 설정된 상태다. PF 시장이 완전한 회복기에 접어들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 고위험 부동산 영역을 별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리스크심사본부를 박정림 대표이사의 직속 조직로 배치해 위험도를 통제하는 묘수도 택했다. 심사 파트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은 이종철 본부장을 수장으로 앉혔다. 본부 내 3개 부서(기업금융심사·대체투자심사·대체투자관리부) 가운데 PF 리스크를 전담 관리하는 곳은 대체투자심사부다.

리스크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금융지주 소속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물론 이때도 철저한 리스크 관리 정책 하에 투자 결정을 내렸다.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시공사의 신용등급 등을 잣대로 활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금융지주사로서 소임을 다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올 3월 그룹 차원에서 5000억원 규모의 COD를 발행할 때 주관 업무를 맡은 게 대표적일 수 있다. 해당 COD는 현대건설·GS건설·롯데건설·포스코이앤씨가 보유한 브릿지론 현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데 사용됐다. 부동산금융을 지원해주는 시공사의 라인업을 '신용등급 A 이상'으로 구성해 위험도를 통제했다.

미분양의 무덤으로 통하는 대구지역 사업장에도 자금을 조달해줬다. '대명2동명덕지구재개발'과 '대구 달서구 사업장'으로 지원 규모만 5190억에 달한다. 각각 시공사인 DL이앤씨(AA-, 안정적)와 SK에코플랜트(A-, 안정적)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현재는 약 60% 이상을 셀다운한 상태라 KB증권이 짊어진 부담은 미비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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