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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플랜트 역량 점검]현대엔지니어링, 설계 기술력 고도화 전략 '전면에'3대 목표 제시, 특화 조직 엔지니어링사업부 구축·운영

전기룡 기자공개 2024-11-19 07:41:24

[편집자주]

플랜트가 중동 산유국에서 대규모 손실액을 인식한 이래 10여년만에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력 매출원이었던 건축·주택의 수익성이 급감한 반면, 플랜트는 여전히 고른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랜트 역량을 고도화하는 차원에서 인력을 충원하고 조직을 손질한 건설사도 눈에 띈다. 플랜트라는 사업영역이 변곡점을 맞이한 만큼 더벨은 주요 건설사들이 지닌 역량을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4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설립 초기부터 기술력에 초점을 맞춘 건설사였다. 한라엔지니어링과 현대중공업 엔지니어링센터 등을 차례차례 흡수합병했다. 모기업인 현대건설에 한 차례 흡수합병됐지만 2년만에 다시 분리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건설의 설계·감리부문을 인수해 기술력을 보다 강화하는데 이르렀다.

설계기업에 가까운 형태였으나 이후 설계·조달·시공(EPC)까지 범위를 넓혔다. 특이점은 수주텃밭이 동남·중앙아시아였다는 부분이다. 중동에도 진출했지만 비중이 크지 않았다. 덕분에 타 건설사들이 중동발 리스크로 플랜트 영역을 축소한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외형 유지가 가능했다.

그랬던 플랜트부문이지만 현재는 주력 사업부 자리를 주택·건축부문에게 내어준 상태다. 플랜트부문의 채산성 저하와 맞물렸다. 현대엔지니어링도 EPC 역량을 고도화해 프로젝트 전반에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3대 전략 목표'를 설정했다. 설계팀들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전담 조직 역시 마련돼 있다.

◇동남·중앙아시아 수주텃밭, 중동발 리스크 피해 미비

현대엔지니어링의 전신은 1974년 설립된 현대건설종합기술개발이다. 이후 한라엔지니어링과 현대중공업 엔지니어링센터, 현대건설 해외건설사업본부 설계팀을 흡수합병했다. 현대건설의 자회사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설계·감리사업부문도 품었다. 초창기에는 설계에 특화된 기업에 가까웠다.

초창기에도 설계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국내 첫 발전소 설계 프로젝트인 '평택 화력발전소 1·2호기'와 해외 첫 턴키 프로젝트인 '리비아 미수라타발전소' 같은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뒀다. 세계 최대 규모였던 '이란 사우스파스 가스처리시설 2·3단계'의 설계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본격적으로 화공플랜트와 전력플랜트, 토목으로 사업부문을 정립한 건 2000년대 즈음이다. 기본·실시설계와 같은 용역 매출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상황 속에 그룹 일감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쌓았다. 현대건설을 비롯해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등 범현대가가 주요 발주처로 이름을 올렸다.

해외에서도 포트폴리오가 누적되기 시작했다. '오만 무산담 가스처리시설'과 '이라크 알 쿠두스 가스터빈 발전소'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중동에 수주 역량을 집중하지는 않았다. 베트남·인도네시아로 대표되는 동남아시아와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같은 중앙아시아를 주요 수주텃밭으로 삼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수행한 '칸딤 가스처리시설 사업'은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프로젝트다. 현대엔지니어링이 2010년대 초반 기본설계(FEED)를 수행한데 이어 3조원 규모의 EPC까지 수주해 눈길을 끌었다. 비슷한 시기 수주한 투르크메니스탄 '에탄크래커 및 PE/PP 생산설비'도 주요 프로젝트다.

지역 포트폴리오가 중동에 한정되지 않은 덕분에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상대적으로 적은 피해를 입었다. 해외 수주잔고가 2015년 이래 줄어든 정도가 눈에 띄는 변화다. 타 건설사가 플랜트부문의 감축에 들어갔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지금까지도 2500~2800명 수준의 임직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공기 지연에 채산성 저하, EPCM·P2E 역량 개발 매진

현대엔지니어링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던 플랜트부문이다. 현재는 예전보다 위상이 떨어졌다.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한 이후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주택·건축부문에게 주력 사업부 자리를 내어줬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플랜트·인프라부문의 매출비중은 30.8%다. 건축·주택부문(65.7%)와 격차가 상당하다.

채산성도 플랜트·인프라부문이 상대적으로 열위한 모습이다. 중동발 리스크가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알제리, 말레이시아 등서 기수주한 프로젝트들의 공기가 지연되기 시작됐다. 그 결과 2016부터 2019년까지 4년간 평균 매출총이익이 3828억원이었던 반면 직전 4년(2020~2023년)은 평균 1077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설계·조달·시공·운영(EPCM)에 공을 들이게 된 배경이다. EPCM은 일반적인 EPC보다 투자비를 10~20%가량 절감할 수 있다. 관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시공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만 노하우가 부족할 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솔루션 구축', '사업창출', '시스템 운영'이라는 연구개발 비전을 설정했다.

'톱 티어 EPC 솔루션 기업'이라는 목표도 내걸었다. 프로젝트 성패를 결정짓는 초기 단계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취지로 '플랜트 설계 분야 3대 전략 목표'를 제시했다. 3대 전략 목표는 '인공지능(AI)·자동화 기반 설계 실현'와 '적극적인 FEED 추진', 'EPC 전 단계 중심 설계'정도로 정리된다.

설계 업무를 수행하는 팀 단위를 한데 모아 전문화된 조직도 꾸렸다. 엔지니어링사업부가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엔지니어링사업부 내에 FEED 담당, 플랜트 설계 담당, 토건 설계 담당이 배치된 구조다. 플랜트프로세스설계실장 출신인 박재홍 상무가 엔지니어링사업부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수소 생산'과 같은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한 채비 역시 들어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글로벌 기업인 셀(Shell)과 플라스틱 에너지화(P2E) 역량을 고도화할 목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현재는 2028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단계다. 완공 시 연간 12만톤(t) 규모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해 2.3만t의 고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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