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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공기업 재무점검]한국전력, 35조 유보금 전부 잃었다①2년6개월간 대규모 손실로 잉여금 -1.7조로 전환...35조 유보금 '바닥' 드러내

양도웅 기자공개 2023-10-16 07:26:46

[편집자주]

공기업은 재벌그룹에 못지않은 덩치와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곳이지만 반대로 방만경영, 빚쟁이 시한폭탄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같이 갖고 있다. 효율성보다 공공성이 더 강한 조직인 탓에 민간기업과 같은 궤도에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의 재무상황은 시장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만큼 면밀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규모 면에서 독보적인 대형 공기업들 위주로 재무상태를 점검해 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1일 14:3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년 6개월간 35조원이 넘는 유보금(이익잉여금)을 전부 잃었다. 이익잉여금이란 회사가 설립 때부터 현재까지 매년 사업으로 벌어들인 순이익의 누계 값이다. 한국전력은 올해 들어 이 수치가 음수(-)로 돌아서며 결손 상태로 바뀌었다.

재무제표를 확인할 수 있는 1996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전력의 이익잉여금이 음수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많이 감소한 해는 있었지만 결손금으로 바뀐 적은 없었다. 심하게 말하면 20년 넘게 쌓은 이익잉여금을 단 2년 6개월 만에 모두 잃었다는 얘기도 된다. 그만큼 상황이 절체절명이다.

◇1996년 재무제표 공시 이후 처음으로 '결손' 상태

한국전력은 △한국수력수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등 6개 발전사를 완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따라서 한국전력의 재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연결이 아닌 별도재무제표를 봐야 한다.

올해 상반기 한국전력은 별도기준으로 6조7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4조4172억원이었던 이익잉여금은 올해 상반기 말 -1조7287억원으로 감소했다. 결손금 상태로 악화했다. 2020년 말 한국전력 이익잉여금은 35조6683억원이었다. 2년 6개월 만에 설립 이후 수십년간 쌓은 유보금을 전부 잃어버렸다.


과거에도 올해처럼 전력 판매가격(전기요금)이 매입가격보다 낮아 이익잉여금이 수조원 줄어든 해는 있었다. 하지만 이익잉여금이 아예 음수로 전환된 해는 적어도 1996년 이래 올해가 처음이다. 2021년부터 높아진 LNG와 석탄, 석유 등 원자재 가격에도 현실화되지 않는 전기요금 문제가 한국전력이 수십년간 차곡차곡 쌓은 유보금을 전부 잃게 만들었다.

반면 연결 기준으로 한국전력 이익잉여금은 14조4573억원이다. 결손 상태인 별도 기준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사업 구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전력 자회사 6곳으로부터 전력을 매입해 판매한다. 전력을 비싸게 사와 싸게 파는 현 상황에서 전력 자회사들은 한국전력보다 더 적은 손실을 본다.

◇2020년 국내 법인세 1.3% 책임지기도...2년 반 동안 단 한 푼 못내

문제 해법은 전력 판매가격 현실화뿐이다. 하지만 전 정부도, 현 정부도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충분히 반영한 전기요금 인상안을 추진 못하고 있다. '소비 여윳돈'으로 불리는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가계에 추가 부담을 안기는 정책을 추진할 경우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총선도 앞두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전력의 대규모 순손실과 결손 상태가 정부에 어떤 악영향도 주지 않는 게 아니다. 가장 최근 흑자 연도인 2020년만 해도 한국전력은 별도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영업이익을 낸 상장사였다. 그만큼 정부에 많은 법인세를 내는 기업이었다는 뜻이다.


2020년 정부는 법인세로 총 55조5000억여원을 거둬 들였다. 이 해에 한국전력은 7471억원을 법인세로 냈다. 정부 법인세의 약 1.3%를 책임졌다. 낮지 않은 비중이다. 하지만 2021년 이후 전기요금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국전력은 2년 6개월 넘게 단 한 푼의 법인세도 내지 않고 있다.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수(법인세 포함)가 지난해 말 발표한 본예산 400조5000억원에서 약 59조원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법인세 감소,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양도소득세 감소 때문이다. 여기에는 지난 2년 6개월 동안 대규모 순손실로 예년처럼 수천억원의 법인세를 내지 못하는 한국전력 상황도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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