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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는 지금]'연기한 IPO vs 표류하는 매각' 갈림길③기업가치 '2조7000억 이상' 충족 방안 안개 속, 큐텐의 '지분 스왑' M&A 변수

김선호 기자공개 2023-10-16 11:39:37

[편집자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에서 막대한 자본을 내세운 강자가 진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 과도기에 진입했다. 소수의 강자을 중심으로 한 ‘대국전’과 그 외 지역에서 특정 상품에 경쟁력을 지닌 ‘버티컬 커머스’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형태다. 이 안에서 SK그룹의 계열사 11번가가 취하고 있는 전략과 현주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2일 11: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1번가는 올해 초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자 했지만 절차를 잠정 중단하고 추진 일정을 다시 조율하기로 했다. 다만 매물로 거론이 되며 유력 인수자가 시장에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기업공개(IPO)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게 11번가의 공식 입장이다.

이를 보면 11번가는 상장 재추진 일정을 현재로서 확정할 수 없는 가운데 매각을 비롯한 신규 투자자 유치 등까지 폭넓게 여러 방안을 염두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현재 유력 인수자로 거론되는 큐텐에게 매각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18년 국민연금·MG새마을금고중앙회·H&Q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 '나일홀딩스'는 11번가에 약 5000억원을 투자했다. 5년 내 상장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11번가의 지분구조가 SK스퀘어 80.26%, 자기주식 1.55%, 기타 0.01% 외에 나일홀딩스가 우선주 형태로 18.18%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 2018년 투자유치에 따라 11번가는 유상증자로 4949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고 감사보고서에 기재했다.

이를 감안하면 당시 11번가의 기업가치는 2조7000억원 가량으로 책정됐다. 투자자로서는 기업가치가 그 이상으로 높아져야지만 투자에 따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초 증시침체로 기대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힘들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11번가가 매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인수 후보로 떠오른 업체는 아마존, 알리바바, 큐텐 등이다. SK그룹이 11번가와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지마켓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지만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때부터 전략이 변경된 것으로 풀이된다.

11번가를 인수할 유력 후보로 거론된 업체는 다수이지만 현재는 큐텐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은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까지 인수하면서 ‘티·메·파크’ 연합을 구축하고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 여기에 11번가까지 인수 대상 리스트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는 11번가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를 비롯해 투자자인 나일홀딩스가 큐텐과 최종 협상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동안 큐텐은 지분 스왑 방식으로 티몬, 위메프 등을 인수한 만큼 11번가 인수도 동일한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큐텐의 최종 종착지는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다. 이를 보면 기존 지분 스왑 방식으로 11번가 인수합병(M&A)이 이뤄지면 SK스퀘어와 나일홀딩스는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다시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 된다.

이러한 의사결정에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가격이다. 2조7000억원 이상으로 11번가 기업가치를 인정하고 이에 맞춰 거래가 진행될 수 있는지의 여부다. 큐텐 측이 지분 스왑에 현금까지 제시할 수도 있지만 11번가의 주주의 기대를 충족시키긴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다.

11번가로서는 매각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IPO 추진 계획을 접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기존대로 IPO 추진에 대한 의지를 접지 않은 채 신규 투자자 유치를 포함해 매각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1번가 관계자는 "상장하겠다는 목표 자체는 변함이 없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며 "투자금 상환, 신규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방향을 논의하고 있지만 현재 매각 여부에 대한 것은 확인해줄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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