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05일 07:0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십일번가(11번가) 매각이 추진되면서 최대주주인 SK스퀘어와 재무적투자자(FI)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EV·Enterprise Value)로 거래가 성사되면 SK스퀘어는 당기순이익에 악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는 장부상 손실으로 실제 매각대금이 유입되는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FI 역시 안정적인 투자금 회수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그간 FI에 지급되어야 할 금액은 '원금 5000억+α'로 알려졌다. 다만 FI는 우선주를 보유하면서 투자 이후 배당을 받아 일부 금액을 이미 회수한 상태다. 여기에 H&Q코리아는 블라인드 펀드의 성과가 출중한 덕분에 협상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SK스퀘어, 장부상 손실 불가피하지만…현금유입 '기대 요인'

IB업계에 따르면 G마켓 창업자로 유명한 구영배 대표가 이끄는 큐텐(Qoo10)은 최근 11번가 지분 인수를 논의하고 있다. 큐텐이 11번가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와 공동 경영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11번가의 EV로는 1조원 수준이 유력하게 언급된다. EV 1조원에 큐텐의 투자가 확정되면 SK스퀘어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EV 1조원보다 높은 가격으로 장부가를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스퀘어는 올 상반기말 보유한 11번가 지분 80.26%의 장부가를 1조 494억원으로 잡고 있다.

통상 기업이 보유한 비상장사 지분의 가치가 감소하면 회수가능액과의 차이를 손상차손으로 인식한다. 이는 손익계산서상 금융비용으로 처리되며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친다. SK스퀘어도 11번가 지분 매각 금액 규모에 따라 당기순이익에 큰 변동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지분을 매각하면 실제로 현금이 들어온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큐텐과 구주 거래를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부상으로는 손실이지만 주식 매각 대금이 곳간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IB업계에 따르면 큐텐과 SK스퀘어는 올 7월경 협상이 사실상 중단될 정도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큐텐은 지분 교환 방식을, SK스퀘어는 현금 위주 거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SK스퀘어는 여전히 구주를 현금으로 거래하는 방안에 기반을 둔 거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I, 이미 일부 금액 회수…H&Q코리아, 블라인드펀드 성과 덕 협상력 유지

11번가 매각이 고난도로 꼽히는 배경으로는 FI의 존재가 꼽힌다. 큐텐 입장에서는 SK스퀘어와의 협상도 중요하지만 FI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11번가는 2018년 토종 1세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가 조성한 펀드를 통해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국민연금이 3500억원, 새마을금고가 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FI는 11번가가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했다.

당시 11번가와 FI는 2023년 9월 30일까지 기업공개(IPO)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후 자본시장이 위축되면서 IPO 추진이 녹록치 않았고 올 9월 30일을 넘겼다.

FI는 SK스퀘어가 추진하는 11번가 지분 매각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이해관계자들과 관련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급박하게 나서기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형국이다.

이는 FI가 투자 당시에 안전장치를 마련한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FI는 11번가의 IPO가 성사되지 못하면 내부수익률(IRR) 3.5%를 달성할 수 있는 금액을 받을 수 있도록 정했다.

이미 FI가 일부 투자금을 회수한 점도 있다. FI는 11번가에 투자하면서 매년 주식 발행금액의 1~6%를 배당받을 수 있도록 정했다. FI는 2018년과 2019년에 175억원, 50억원을 배당받았다. 2020년에는 250억원, 2021년과 2022년에는 50억원씩이다. 총 575억원이다.

H&Q는 펀드 운용 성과가 탁월하는 점도 FI의 협상력에 도움이 되고 있다. H&Q는 11번가에 투자할 때 3호 블라인드 펀드도 동원했다. 3호 펀드를 통해 투자했던 잡코리아, HK이노엔 등으로 큰 성과를 거두면서 11번가로 인한 부담을 덜었다. 11번가 투자금이 0원이 되더라도 3호 펀드 IRR이 20%를 상회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