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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EV5를 '첫 대중형 차'로 낙점한 이유 "얼리어답터에서 대중으로 가는 초입"…'디자인 기아' 재차 강조

여주(경기)=허인혜 기자공개 2023-10-13 17:04:40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2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잘 팔리는 것'이 상품 출시의 목적이라면, 그 제품이 아무리 혁신적이더라도 소비자 선택이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때문에 처음으로 대중화 상품이라고 일컬은 제품의 의미는 남다르다. 기아는 세 번째 EV 모델을 소개하며 대중성을 부각했다. 기아는 왜 전기차의 대중화 문을 여는 모델로 EV5를 낙점했을까.

◇EV5, 가격·전략 맞물린 첫 대중형 차

기아는 12일 기아의 EV 전략과 신규 EV 3종을 공개했다. 3개의 차종을 내세웠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상용화를 눈 앞에 둔 EV5였다. EV6가 기아 전기차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면 EV9은 프리미엄 전기차의 시동을 걸었고, EV5는 대중에게 다가가는 첫 전기차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기아 EV5. 사진=현대차그룹

조상운 기아 글로벌 사업기획 사업부장은 "최근의 EV 시장은 소수의 얼리어답터가 점유하는 시기를 넘어 다수의 고객들이 선택하는 메스 메이저리티(mass majority)로 가는 중"이라며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는 상품성을 겸비한 중·소형 EV를 런칭해 대중화와 보편화를 선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V5는 내연기관차 대비 높은 전기차의 '가격의 벽'을 허무는 첫 모델이기도 하다. 앞서 출시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6는 6000만원대까지 판매된다. 준대형 SUV인 EV9은 적게는 7000만원대에서 옵션에 따라 8000만원대까지 책정돼 있다.

EV5는 3.5만 달러에서 5만 달러 가격대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4000만원대 중반부터 시작한다. 이날 함께 소개된 콘셉트카 EV4와 EV3도 마찬가지로 최대 5만 달러를 넘지 않는 가격이 책정될 예정이다.

EV5가 대중화 첫 모델로 낙점된 이유는 또 있다. 중·대형이었던 전기차 라인업을 중·소형차까지 확장했기 때문이다. 기아 EV5가 준중형 SUV로, EV4는 중소형 세단으로, EV3는 중소형 SUV로 출시될 전망이다. 여기에는 EV 시리즈 숫자의 비밀도 숨어있다. 숫자가 크면 클수록 가격대가 높은 차로 구성하고자 했는데, 덕분에 1~9 시리즈 중 중간 숫자인 '5' 이하의 신차들이 출시되며 라인업이 확장되게 됐다.

이렇듯 EV5의 특장점도 대중화 요소다. 여기에 기아의 EV 대중화 전략이 뒷받침될 예정이다. EV5가 첫 대중화 모델로 불린 건 기아의 대중화 전략이 시동을 건 시기와 맞물린 신차이기도 해서다. 기아는 전동화 전환이 느린 신흥시장에서는 초기에 EV6와 EV9을 출시해 고급화 이미지를 노리고 차후 EV5와 EV4, EV3 등을 추가해 선택의 폭을 확대할 예정이다.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확대와 공급망 안정화 등 기아의 EV 전략과 함께 진행된다.

기아는 2030년 전기차의 판매 비중을 전체 판매량의 37%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2026년 전기차 판매 100만대 시대를 여는 한편 EV 비중을 26%까지 확대하고, 2030년에는 160만대·37%를 꾀한다.

카림 하비브 기아 부사장이 기아의 신규 EV인 EV5와 컨셉트카로 공개된 EV4, EV3의 디자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허인혜 기자
◇'디자인 기아' EV 시대에도 이어지는 헤리티지

신차 발표 현장에서 보는 차는 늘 멋지다. 어두운 무대 위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면 헤드라이트를 켠 차가 무대를 누빈다. 밝은 조명과 시범 운전자의 주행·주차 솜씨, 그 뒤에 띄우는 광고 영상과 캐치프레이즈를 보면 어떤 차든 멋지지 않을까.

이날 기아의 신차를 본 감상을 말하자면 '더 멋졌다'. 송호성 사장은 기아의 새 EV 모델들을 두고 대담한 디자인을 추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신차 소개를 맡은 카림 하비브 부사장은 차의 디자인을 두고 '현대적이고, 강건하고, 날렵하고, 건축적이며, 깔끔하다'는 다양한 표현을 썼다.

현대차그룹의 신차·비전 발표에서 눈에 띄는 점은 디자인 강조다. 카림 하비브 기아 글로벌디자인센터장(부사장) 등 해외에서 채용한 푸른눈의 디자인 임원들이 현대차와 기아의 새 전략을 소개할 때마다 구심점으로 나서고 있다. 이날도 카림 하비브 부사장은 송호성 사장 바로 다음 순서를 맡았다. 신차를 소개하는 역할만 떼어본다면 카림 하비브 부사장이 간판 발표자로 나선 셈이다.
기아 EV 라인업. 사진=현대차그룹

디자인은 소비자가 처음으로 만나는 제품의 얼굴이다. 제품의 대중화를 꿈꾸는 기업이라면 디자인에 당연히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한 대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전기차의 대중화를 선언했다면 더 그렇다. 기아는 전기차 시대의 포문을 여는 차종으로 EV 시리즈, 특히 EV5를 낙점하며 이번에도 디자인적인 면모를 강조했다.

기아는 EV5의 디자인을 소개하며 '전기차'라는 요소에는 특별히 밑줄을 긋지 않았다. 카림 하비브 부사장은 "신규 EV 3종은 모두 기아의 디자인 철학인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을 적용했다"며 "EV5는 삶의 풍요를 위해 디자인된 인생의 동반자"라고 했다. 과거 완성차 마케팅 전략이 차량의 성능과 속도를 따지는 정량적인 측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요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그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고 쫓는 차의 이미지에 집중한 듯 보였다.

뒤이어 콘셉트카로 소개한 EV4와 EV3도 마찬가지다. EV4를 두고는 기아의 수용성과 도전정신이 세단과 만난 혁신적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전면부와 측면부, 후면부와 내부 디자인 각각에서 세단이면서도 세단과 다른 변주를 준 점이 특징이다. EV4는 전동화 세단 차종이다. EV3는 중소형 SUV를 겨냥했다. 그만큼 활동적인 디자인이 드러난다. 카림 하비브 부사장은 '도전적이고 모험을 즐기는 영혼들에게 최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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