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성장 로드맵]한빛소프트, 게임·드론 양날개 펼치나20년 가까이 실적 부침,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화…제2의 전성기 목표
황선중 기자공개 2023-10-24 13:14:43
[편집자주]
게임산업은 역동적인 생태계다. 오랜 개발 끝에 내놓은 게임이 흥행하면 단기간에 고공성장을 이뤄낼 수 있지만, 반대로 지지부진한 성과를 거둔다면 장기 침체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국내 게임사는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신중하게 저마다의 성장 전략을 구상한다. 성과 부진을 이겨내지 못하고 노선을 선회하는 게임사도 존재한다. 더벨은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국내 게임사의 성장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0일 09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빛소프트가 다시 게임에 도전한다. 국내 1세대 게임사로서 꾸준히 게임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도전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로 전성기를 맞이했던 2000년대 초반 이후 출시하는 신작마다 고배를 마시는 상황이다. 부업인 드론 사업에 본업 자리를 빼앗기는 굴욕까지 겪었다.한빛소프트는 과거 외부 게임 퍼블리싱(유통)으로 전성기를 맞이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전략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한빛소프트가 게임과 드론이라는 양날개로 20년 가까이 이어지는 실적 부침을 끝내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00년대 초반 '스타크래프트' 초대박 이후 침체기
한빛소프트는 1999년 출범한 1세대 게임사다. 미국 게임사 블리자드 대표작인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를 국내 퍼블리싱하며 단숨에 반석 위에 올랐다. 특히 스타크래프트는 단순한 흥행을 넘어 국내 피시방 산업과 e스포츠 문화를 태동시킨 만큼 한빛소프트 역시 국내 게임 시장 저변 확대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기에는 창업주 김영만 회장 진두지휘하에 빠른 성장세를 달렸다. 스타크래프트 흥행 돌풍을 타고 설립 3년 만에 매출 1000억원 선을 넘봤다. 그러나 후속작 발굴에 연달아 실패하며 위기가 시작됐다. 특히 직접 개발한 온라인게임 '탄트라'가 흥행 참패를 맛보며 적자가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엔 블리자드마저 한빛소프트에 이별을 고했다.
이때 댄스게임 '오디션'으로 유명한 게임 개발사 '티쓰리엔터테인먼트(이하 티쓰리)'가 한빛소프트 인수를 선언했다. 게임업계엔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대형 퍼블리셔가 '알짜' 개발사를 인수하는 사례는 많지만, 반대의 경우는 흔치 않아서다. 당시 티쓰리 매출 규모는 300억원대로 한빛소프트의 절반 수준이었다. 다윗이 골리앗을 집어삼킨 셈이다.
◇티쓰리엔터 '남매경영' 고군분투에도 아쉬운 성적표
그때부터 한빛소프트 경영은 티쓰리를 창업한 김기영 대표가 책임졌다. 한빛소프트를 다시 '명가'로 우뚝 세우기 위해 신작 출시 고삐를 당겼다. 해외 게임 시장도 적극적으로 두들겼다. 교육용 게임도 개발하며 사업 확대도 모색했다. 하지만 끝내 '캐시카우'를 확보하지 못했다. 피인수 5년 차인 2013년 매출이 300억원선 아래로까지 떨어졌다.
2016년 들어서는 다시 변화가 나타났다. 김기영 대표의 여동생인 김유라 대표가 한빛소프트 경영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김기영 대표는 티쓰리 경영에 집중했다. 오빠는 모회사, 동생은 자회사를 각각 경영하는 '남매경영' 체제였다. 김유라 대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대대적인 사업다각화를 추진했다.
신사업의 방점은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4차산업 분야였다. 구체적으로 블록체인부터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 등을 게임에 접목했다. 독학으로 컴퓨터 코딩을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산업용으로 사용하는 드론에도 눈독을 들였다. 헬스케어 및 외국어공부 관련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
사업다각화 전략은 나름의 성과를 창출했다. 여러 신사업 중에서 드론 사업이 효자 노릇을 했다. 2018년 매출은 371억원이었지만, 드론 사업이 확대되며 2021년 641억원까지 회복했다. 3년 연속 성장을 기록했다. 비록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준은 아니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모…'게임+드론' 양날개 갖출까
하지만 김 대표는 2021년 8월 기점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전문경영인 이승현 대표에게 경영을 맡겼다. 단순히 대표직에서 사임한 것이 아니라 사내이사직에서도 나왔다. 김기영 전 대표도 마찬가지로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한빛소프트가 1999년부터 이어진 오너경영 체제를 탈피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완전히 전환한 것이다.
한빛소프트는 그때부터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여타 신사업을 하나둘 정리하고 캐시카우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는 드론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는 드론 사업이 본업인 게임 사업보다 매출비중이 더 큰 상태다. 지난해 매출비중을 살펴보면 △드론 77.9%(438억원) △게임 22.1%(124억원)였다.
물론 게임 사업을 내려놓는 것은 아니다. 드론 사업으로 여유를 찾은 만큼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게임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신작 흥행에 대한 리스크가 존재하는 게임 개발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퍼블리싱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한빛소프트가 과거 퍼블리싱으로 전성기를 맞이했던 장면을 재현할 수 있을까.
더벨은 한빛소프트에 향후 성장 전략을 묻고자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중견 철강사 생존전략]지분 매각 끝 TCC스틸, 승계작업 본격화하나
- [i-point]폴라리스AI파마, 도메인 특화 AI ‘제약 ASK-Doc’ 개발 '박차'
- [IR Briefing]'전기차 전력변환 부품사' 모티브링크 “현대차와 인도 진출"
- [i-point]휴림로봇, 자율이동로봇 시장 확대 본격화
- [컨콜 Q&A 리뷰]'관세 태풍' 앞에 선 포스코, 일단은 '침착 모드' 유지
- [IR Briefing]LG화학, 'CAPEX' 또 줄인다...양극재 캐파 조정
- 'KDDX' 다시 고개드는 분할건조 "불가능" vs "선례 있어"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영풍-MBK, 순환출자 해소보다 법적대응 먼저 나선 배경은
- [Earning & Consensus]'최대 실적' 한국타이어, '영업익 32% 급증' 배경은
- 최태원 회장-올트먼 CEO 3차 회동…AI동맹 급물살타나
황선중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5 기대작 프리뷰]넷마블, '왕좌의게임'으로 연타석 홈런 정조준
- [2025 기대작 프리뷰]인디게임 찾는 네오위즈, 목표는 'IP 부자'
- 굳건해지는 민용재·장현국 '지분 동맹'
- 위메이드 신작 '이미르', 무과금 이용자까지 잡는다
- 탑코미디어, 재도약 승부수 '탑툰 합병'
- 변하는 게임업계, 안 변하는 CEO
- [2025 기대작 프리뷰]세 회사 운명 짊어진 '크로노오디세이'
- [네이버웹툰은 지금]글로벌 순항 속 유일한 빈틈 '중국 시장'
- [2025 기대작 프리뷰]위메이드, 이미르 순항 기대 '반전 이룬다'
- [네이버웹툰은 지금]겉보기엔 적자회사지만…성장 잠재력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