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미수금 사태 긴급점검]'느슨한' 리스크 관리, 전략일까 실책일까①레버리지 비즈니스 이익창출 원천…고수익 신용융자 위축, 브로커리지 경쟁력도 흔들
최윤신 기자공개 2023-10-31 07:40:09
[편집자주]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에 이어 영풍제지 주가 급락에 따른 대규모 미수 사태가 키움증권을 다시 흔들고 있다. 받지 못할 미수금 금액이 수천억원으로 추정, 연간 순익의 대부분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가 키움증권 비즈니스, 그리고 재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벨이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3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제지 관련 대규모 미수금 내역을 알린 키움증권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리스크 관리 실패로 상반기 벌어들인 순이익을 일시에 날릴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적극적인 레버리지 창구 제공을 통해 브로커리지 점유율을 유지해 온 전략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리테일 비즈니스로 독보적인 이익창출력을 만들어 온 키움증권의 사업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 영풍제지 증거금률 나 홀로 40% 유지
지난 19일 영풍제지가 하한가를 기록한 다음날 장 마감 뒤 키움증권은 “고객 위탁계좌에서 4943억원 규모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반대매매를 통한 회수에 나설 예정이지만 어느정도의 금액을 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장에선 상반기 벌어들인 순이익과 비슷한 수준인 4000억원가량을 통째로 날릴 가능성도 언급된다.
키움증권이 영풍제지 주가조작의 피해를 한몸에 받은 건 홀로 미수거래 창구를 열어놨기 때문이다. 영풍제지 주가는 뚜렷한 이유 없이 계속 오르면서 시장에선 위험신호가 울렸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속속 100%로 상향 설정했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달랐다. 영풍제지의 하한가가 발생한 지난 19일까지도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해왔다. 시장에선 이 때문에 영풍제지의 작전세력들이 키움증권 창구로 대거 몰려들었다고 바라본다. 실제 키움증권에서 미수 거래된 금액 대부분이 시세조종 세력이 사용한 100여개의 계좌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키움증권 역시 영풍제지의 주가에 대해 위기신호를 접수하지 못한 건 아니다. 영풍제지에 대한 신용융자는 다른 증권사들과 비슷한 시기에 틀어막은 사태였다. 그럼에도 미수거래 창구는 막지 않았고, 결국 대규모 미수 사태로 이어지게 됐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측은 “신용거래와 미수거래에 대한 증거금률 설정 기준은 상이하다”며 “리스크관리본부에서 내부 기준에 따라 각 사의 리스크요인을 평가해 종목별 증거금률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간 다른 증권사에 비해 느슨한 내부 기준을 운용해왔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키움증권 측은 세부적인 내부 기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키움증권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후적으로나마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 20일 15개 종목에 대해 위탁증거금을 100%로 적용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사태가 발발한 직후 내부기준을 타이트하게 설정했고, 이에 따라 추가적으로 15종목이 필터링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포스코DX 등 이번에 필터링 된 15개 종목의 면면을 보면 키움증권이 그간 느슨한 기준으로 유지해왔음을 유추할 수 있다. 대부분의 종목이 다른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부터 미수거래를 제한해온 종목들이기 때문이다.
◇ 리스크관리와 수익성의 딜레마
증권업계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그간 압도적인 수익성을 보이던 키움증권의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본다. 국내 리테일 1위 증권사를 강조하며 개미투자자들의 주식매매 수요를 끌어모아 성장한 키움증권은 개인투자자의 빚투를 지원하며 성장해왔다.
실제 키움증권은 주식거래에서 리테일 점유율 30%가량을 꾸준히 유지하며 시장거래대금 증가할 때마다 큰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국내 신용융자 시장에서도 15%가량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영업수익 대부분이 위탁매매수수료와 이자손익에서 발생한다. 올 상반기 기준 위탁매매수수료 수익이 3379억원으로 순수수료수익(3046억원)보다 많았다. 이자수익은 이보다 많은 35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자수익 중 절반가량은 ‘신용공여 이자수익’과 미수거래이자가 포함된 ‘기타이자 손익’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키움증권이 이런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근간이 ‘빚투’에 대한 지원에 있다고 바라본다. 키움증권은 미수거래가 가능한 종목의 범위가 넓고 증거금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인식이다. 레버리지 투자를 원하는 개인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신용융자를 제공함으로써 브로커리지 시장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많은 이자수익을 도모할 수 있었단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기조로 전환해야 할 것이란 게 시장의 인식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키움증권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임에도 부실한 리스크관리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이런 상황이 키움증권의 높은 수익성 비결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다고 바라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를 옥죄게 되면 레버리지 투자자로부터 얻는 이자수익은 물론, 장기적으론 주식거래시장 내 위상마저 흔들릴 수 있게 된다”며 “이번 사태를 단순히 미수금의 회수 문제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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