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23일 0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는 너무 늦게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안일했던 거죠. 내년에는 본격적인 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민간출자자(LP)들을 먼저 찾아 만나며 충분한 교감의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최근 발표된 스타트업코리아펀드(스코펀) 출자사업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한 벤처캐피탈(VC) 대표의 말이다. 그는 지난 5월 스코펀 출자사업에 처음 지원할 당시부터 ‘들러리만 설 것 같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하지만 최근의 통화에서 불만의 기색은 찾기 어려웠다. 비록 올해는 운용사(GP) 자격을 따내진 못했지만 스코펀이 벤처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 공감했기 때문일테다.
국내 첫 민·관 공동 벤처 출자사업인 스코펀 첫 GP 선정 절차가 끝났다. 20곳의 운용사에게 모태펀드와 민간 출자자가 매칭해 앵커 자금을 대고 펀드 결성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첫 시도였던 만큼 GP 선정과정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VC업계의 평가는 후한 편이다. 특히 이번에 처음 벤처출자를 하는 민간LP들을 다수 유입시켰다는 데 의미를 부여한다. 스코펀에는 벤처 출자 경험이 없는 6곳의 LP가 참여했는데, 이 중 일부는 먼저 운용사들에게 미팅을 신청하는 등 출자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향후 VC업계의 지속적인 출자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특히 ‘셀프선발’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건 뼈아픈 지점이다. 민간LP가 GP 선정에 큰 권한을 갖는 스코펀의 선정방식이 알려진 뒤 민간LP 관계사인 VC들이 GP자격을 싹쓸이 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민간LP 계열 운용사들이 대거 스코펀 출자사업에 지원하며 우려는 더 커졌다.
이를 의식한 듯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번 출자사업에서 각각의 민간LP가 어떤 GP에 얼마를 출자하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종 선정된 20곳의 GP 중 절반이 넘는 11개 자리를 민간LP의 관계사가 차지했단 점에서 셀프선발이 만연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간LP를 ‘뒷 배’로 둔 운용사 중에선 한화투자증권만이 유일하게 GP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정부의 정책자금이 투입되는 출자사업이 민간LP의 ‘제식구 챙기기’로 활용되는 건 출자사업의 명분과 의미를 흔들어놓을 만한 문제다. 계열출자하는 민간LP에 모태펀드가 우선손실충당과 초과수익이전 등 다양한 인센티브까지 제공하는 건 어떻게 보더라도 불합리하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4년간 2조원의 자펀드 조성을 목표로 진행되는 스코펀은 이제 시작이다. ‘절반의 성공’을 통한 확신과 ‘절반의 실패’에서 배운 교훈으로 완전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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