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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관전포인트]LX 후계자 구형모, '초고속 승진' 이어갈까1년 반 만에 상무-부사장...3~4세 오너가 활약 속 명분·입지 더 필요하다는 지적

정명섭 기자공개 2023-11-01 07:35:09

이 기사는 2023년 10월 30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1년 LX그룹이 LG로부터 계열분리한 이후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구형모 LX MDI 부사장이다. 그는 구인회 창업회장의 장남인 고(故) 구자경 전 LG그룹 회장의 손자이자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범LG가' 4세다. 현시점에선 변수가 없는 확실한 후계자다. LX홀딩스가 출범한 이후 차근차근 추진해 온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승진 속도도 다른 재계 오너 일가와 비교해도 남달랐다. 2021년 5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약 1년 반 만에 '상무-전무-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특히 부사장 승진은 전무가 된 지 8개월에 불과한 시점이었다. 이에 다음 달 초 LX그룹 인사에서 구 부사장의 초고속 승진이 계속될지 관심사다.

먼저 LX그룹이 LG그룹처럼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구 부사장과 승계를 두고 경쟁할 다른 자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언제 사장을 승진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업계 전반적인 시선이다.


구본준 회장의 자녀는 구 부사장 외에도 딸 연제씨가 있다. 이들은 2021년 구 회장으로부터 LX홀딩스 지분을 증여받아 각각 12.15%, 8.78%씩 보유하고 있다. 구연제씨는 구 부사장 못지않게 유의미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LX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구연제씨가 과거 범LG가 밴처캐피탈인 LB인베스트먼트와 창업투자회사 마젤란기술투자 등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어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으나 아직 추측에 불과하다.

LX그룹 측은 "(구연제씨가) LX벤처스에 합류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된다"며 "아직 LX그룹에 별다른 적을 두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구본준 회장의 나이(1951년생, 72세)가 적지 않은 데다 구 부사장과 연령대가 비슷한 범LG가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점도 구 부사장의 승진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LG그룹에는 70세 이상이 되면 용퇴하고 다음 세대에 길을 열어주는 '룰'이 존재한다. 과거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70세가 되던 1995년 2월에 장남 고 구본무 전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범LG가인 LS그룹 3세인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는 작년 말 정기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구인회 창업회장 동생인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손자이자 구자엽 LS전선 이사회 의장의 장남이다. 1979년생으로 구 부사장(1987년생)보다 8살 많다.

1982년생인 구동휘 LS일렉트릭 대표이사는 E1 비전경영총괄(전무)에서 승진해 올 초부터 LS일렉트릭을 이끌기 시작했다. 부사장 신분이긴 하나 당시 LS그룹 오너 일가가 LS일렉트릭 대표이사에 오른 건 처음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외에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등 1980년대생 오너 경영자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사례는 재계 전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만 대기업 오너 일가의 사장 승진 평균 연령이 약 42세(2021년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구 부사장의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지적도 있다.

구 부사장은 현재 LX MDI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그룹 전반의 업무를 파악하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X MDI는 그룹의 싱크탱크다. 계열사의 사업 경쟁력과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사업 방향과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LG그룹과 비교하면 LG경영개발원과 유사한 포지션이다. '구본준의 사람'으로 평가받는 노진서 LX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이 LX MDI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해 구 부사장을 지원하고 있다.

구 부사장이 아직 그룹 성장에 기여한 바가 크지 않아 승계를 위한 명분이나 입지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구 부사장은 LX MDI 대표이사로서 새로운 사업에 대한 인수합병(M&A), 투자 등으로 명분을 쌓고 매끄럽게 승계받는 그림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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