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현장 in]HLB 업은 파나진, 분주한 새판짜기HLB그룹 풍부한 유동성·네트워크 활용해 '암 진단' 글로벌 공략 박차
대전=차지현 기자 공개 2023-11-14 13: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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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그리고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는 '현장'이 있다. 연구소이기도 하고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기지 건립'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인프라 확보가 핵심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미래가 달린 '현장'을 찾아가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4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래도 바빴는데 제곱으로 바빠졌다. 기존 연구 외에 다른 사업도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연구원들이 호기심도 늘고 연구소 내부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9일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HLB파나진 본사에서 만난 박재진 연구소장(이사)은 HLB그룹 편입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방문한 연구실은 유전자분석 기기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연구원들도 기기를 통해 추출한 유전자 검사 작업으로 분주했다. 다양한 종류의 진단 제품이 HLB파나진만의 기술력과 철통 검수를 통해 탄생 중이었다.
◇세계 유일 PNA 대량생산, HLB 인수로 재도약 노린다
파나진은 펩타이드 핵산(PNA) 기반 진단 기술을 앞세워 성장해 온 바이오벤처다. PNA는 유전물질과 강한 결합력, 염기서열을 정확하게 겨냥하는 특이성, 높은 안정성을 지닌 인공 유전자다. 파나진은 PNA 대량 생산 기술을 최초로 개발, 2006년부터 PNA 소재를 전 세계 독점 공급하고 있다.
△PNA 소재 △PNA 기반 분자진단 △핵산 추출장비 등 세 축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왔다. 그러나 창업자 김성기 전 대표와 소액주주가 장기간 갈등을 겪으면서 경영 위기를 겪었다. 김 전 대표가 자사의 핵심 기술을 부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진단 기업으로 유출했다는 의혹이 분쟁의 출발점이 됐다.
변화가 생긴 건 올 상반기, HLB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면서다. 앞서 6월 HLB, HLB바이오스텝, HLB테라퓨틱스, HLB인베스트먼트, HLB이노베이션 등으로 구성한 컨소시엄은 3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파나진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두 달 뒤 8월 유상증자 대금 납입을 완료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HLB파나진의 올해 가장 큰 화두는 경영 정상화다. 내부 조직과 사업 방향성을 가다듬으며 재도약 기틀 마련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인수와 함께 HLB 바이오 사업을 이끌었던 장인근 바이오전략기획본부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고 사내이사 전원을 그룹 출신 인물로 채우며 이사회 구성을 재편했다.
현장에 동행한 장 대표(사진)는 HLB그룹의 자금력과 계열사 네트워크가 HLB파나진 경쟁력 제고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HLB 인수로 약 800억원에 이르는 현금을 확보했다"면서 "기존엔 자금 문제로 추진이 어려웠거나 일정이 지연된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어 "편입 이후 그룹의 많은 관계사와 정기 미팅을 통해 교류를 시작했다"며 "그룹 내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협업 가능성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사업 강화+신사업 진출 투 트랙, 해외 진출 가속화
재도약을 노리는 HLB파나진의 중장기 성장 전략은 무엇일까. 장 대표는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사업을 추진하는 투 트랙 방식으로 회사를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먼저 주력 분자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신규 해외 시장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HLB파나진은 PNA에 기반한 동반진단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동반진단이란 유전자 변이 검사 등을 통해 약물이 잘 들을 환자를 선별하는 기술이다.
6월 자체 개발 '파나뮤타이퍼 R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가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처방을 위한 EGFR 돌연변이 보유 환자를 가려낼 동반진단기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했다.
장 대표는 "PNA 강점을 살려 매년 2~3개 신제품을 출시하고 중동·동남아·남미·유럽 등 신규 국가 공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PNA 소재 부문의 경우 자사 개발 진단제품이 성공 사례가 나오며 연구용 소량 다품종 주문에서 상업용(진단제품용) 대량 주문으로 전환하는 추세"라며 "PNA를 이용한 신약개발 업체 중 임상에 가까운 업체와 초기 후보물질 탐색 단계 개발 업체에 PNA 공급, 신약을 위한 PNA 소재 대량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PNA 기반 신약개발부터 새로운 진단 영역 진출까지 신사업 확장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그는 "외형 확장을 위해 새로운 진단 비즈니스 진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미 공개한 플랫폼 외에도 미공개한 영역이 많은데 사업 확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신약 개발과 관련해선 "내부적 PNA의 신약개발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그룹의 신약개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궁극적으로 연 매출 5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해외 매출 비중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목표다. 장 대표는 "현재까진 국내 영업 위주였는데 올 하반기부터 여러 국가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다"면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유럽, 중동, 동남아, 남미 등에서 먼저 포지션을 찾을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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