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합병 디스카운트 점검]'직상장서 변경' 셀바이오휴먼텍, 실망주로 날개없이 추락①상장 첫날 시총 902억 찍고 7개월 새 60% 증발…부양책 미정, 고민만 '한가득'
정유현 기자공개 2023-11-24 09:08:36
[편집자주]
올해도 스팩(SPAC)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상장 후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 패턴이 반복되며 상장 자격 논란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더벨이 올해 스팩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데뷔한 기업들의 주가 현황과 실적, 재무 구조를 살펴보며 스팩 합병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 상황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2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마스크팩 시트 제조업체 셀바이오휴먼텍이 코스닥 입성 후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든 밸류에이션 회복에 고전하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한 번 꺾인 투자 심리가 쉽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주가 저평가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지만 주가 흐름에 반전을 꾀할 묘수는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상장일 종가 대비 주가 60%대 하락, 높은 문턱에 스팩 합병 선회
셀바이오휴먼텍은 올해 스팩 합병 기업 중 상장일 대비 주가 하락폭이 큰 종목으로 꼽힌다. 상장 첫날 기준가 7700원보다 2330원 오른 1만100원에 거래를 마감했지만 11월 17일 종가는 3960원에 머물렀다. 상장일대비 주가가 60.79% 하락했다.
셀바이오휴먼텍은 상장 후 독보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순이익을 쌓으며 설립 초기부터 성장세를 탄 기업이다. 목화에 들어있는 천연물질 셀룰로스를 활용해 피부 자극을 줄이면서도 밀착력을 높이는 시트를 개발해 업계 입지를 다졌다. 마스크팩 시트 관련 소재를 제조·공급하는 국내 기업은 거의 찾기 어렵다. 셀바이오휴먼텍은 현재 마스크팩 시트 원재료 기술과 관련된 특허 10여종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의 유명한 마스크팩 브랜드의 시트는 대부분 셀바이오휴먼텍의 시트를 쓴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곳이다. 이에 따라 기술력에 걸맞은 가치를 인정받아 증시에 데뷔하기 위해 2018년부터 상장 전 투자(프리 IPO)를 받으며 몸값도 키웠다.
2021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패스트트랙을 밟아 직상장을 하는 로드맵을 그렸다. 하지만 거래소의 문턱을 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셀바이오휴먼텍은 직상장을 철회하고 결국 스팩 합병 방식을 택했다.
준비 끝에 셀바이오휴먼텍은 올해 4월 20일 대신밸런스제12호스팩과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셀바이오휴먼텍과 대신밸런스제12호스팩의 합병 비율은 1대 0.3323363로 설정됐다. 셀바이오휴먼텍 1주당 6018원의 가치를 평가받았다. 합병 가액을 고려한 합병 법인의 예상 시가총액은 598억원 정도였다.
코스닥 상장을 위해 셀바이오휴먼텍은 기업가치도 낮출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9년 4월 스톤브릿지하이랜드 헬스케어 사모투자회사를 대상으로 전환상환우선주를 발행하며 200억원의 프리 IPO 투자를 유치했다. 이 과정서 2000억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상장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실적 악화와 기업가치 축소, 기업공개 시장 침체 등의 변수가 생겼고 준비 기간도 예상보다 오래 걸리며 스팩 합병 방식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사업 확장 과정에서 인재 유치 및 설비 투자를 위한 자금을 조달해 적기에 투하하는 것이 필요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시에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것이 셀바이오휴먼텍의 입장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는만큼 코스닥 입성 후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행보로 풀이된다. 2022년 2월부터 스팩 합병 방식에 '소멸 방식'이 도입됐는데, 셀바이오휴먼텍도 존속이 아닌 소멸 방식을 택했다. 소멸합병은 비상장회사인 합병대상 회사가 존속법인으로 남고 스팩이 소멸하는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서 밸류에이션에 자신 있는 경우 소멸 방식을 선택하는 편으로 알려졌다.
◇'생산 중단' 공시 주가 하락 날개, 시총 902억→366억 축소
셀바이오휴먼텍의 스팩 합병 기준가는 7770원으로 정해졌다. 상장 첫날인 4월 20일 주가가 강세를 보이며 기준가보다 2330원오른 1만1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상장 첫 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902억원 수준이었다. 이튿날 주가가 하락했지만 4월 25일 주가가 30% 오르며 1만원을 회복했다. 이후 주가는 계단식으로 내려왔다. 시가총액 900억원을 찍은 것은 상장 첫날 이후 없었다.
천천히 우하향 하던 주가의 하락세에 탄력이 붙은 것은 7월 24일 '생산중단' 공시였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반응지 공정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며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에 착수했지만 주가 하락세에 지쳤던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에 물량을 던지기 시작했다. 기술력과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관련 공시를 '리스크'로 인지하고 지속 가능 기업이란 확신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가는 4000원대로 내려갔다. 상장 후 약 3개월 만에 시가총액이 60%나 증발했다. 8월 중 5000원대를 잠시 회복했지만 다시 4000원대를 횡보하다 최근에는 3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증시에서 화장품주가 주목을 받으며 연관 종목인 셀바이오휴먼텍의 주가도 반등하는 모습이지만 상승폭은 크지 않다. 11월 17일 종가 3960원 기준 시가총액은 36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주가 하락에 셀바이오휴먼텍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인 이권선 대표는 8월~9월 다섯차례 장내 매수를 통해 자사주 매입을 통한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냈다. 2만5643주를 매입하는데 1억2000만원 가까운 자금을 태웠지만 주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9월 20일 매입 공시를 진행했는데 20일부터 26일까지 5거래일간 주가가 하락했다. 같은 달 상장 후 처음으로 기업설명회(IR)을 개최하며 사업 현황과 전망을 알리는 자리도 마련하는 노력도 추가했다. 하지만 주가는 여전히 3000원대를 횡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셀바이오휴먼텍도 밸류에이션 관리 이슈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해결을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셀바이오휴먼텍 측은 "소재 제조 기업 중 꾸준한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회사가 흔치 않은데 실적과 달리 주식 시장에서 관심을 받지 못해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 같다"며 3분기 실적 발표 후 투자자의 관심도가 조금 높아진 것으로 보이며 이전보다 주주들과 더 가깝게 소통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주가 부양책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 아직 정해진바는 없다"며 "향후 꾸준히 온·오프라인 IR 활동을 통해 시장과 소통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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