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23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지정학 시대에 서서히 떠오르는 곳이 있다. 미국 조지아 주의 서배너다. 서배너는 포레스트 검프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곳인데 현대 자동차가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링크: 현대차와 포레스트 검프가 만난 곳] https://news.mt.co.kr/mtview.php?no=2 022061215413362524미국에는 존스법(Jones Act)이라는 법률이 있다. 미국 내 항구들 사이의 운송에는 반드시 미국 선박을 사용해야 한다는 법이다. 일본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시애틀에서 화물을 내리고 LA로 갈 화물을 선적했다면 바로 위 캐나다 뱅쿠버항을 일부러 잠깐 거친 다음에야 LA로 갈 수 있다.
외국 선박이 미국의 여러 항구에 순차적으로 짐을 내릴 수는 있다. 그 경우 다른 항구까지 빈자리를 둔 채로 가거나 빈자리가 싫어서 다른 나라로 가는 짐을 실으면 그 짐은 불필요한 항해를 하게 된다. 선주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도 화주는 직항도 있는데 운송 기간 이 늘어나는 옵션을 택하기 싫을 것이다.
1920년에 제정된 존스법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 국적이며 미국 시민이 선주이고 미국 선원이 운용하는 선박만이 미국 연안해운에 사용될 수 있게 한다. 낡고 불편한 법률이어서 폐기론도 있지만 국가안보, 보호무역주의자들은 반대다. 그러나 실제로 이 법의 혜택을 받는 선박의 수가 이제 100척이 채 못될 정도로 의미를 상실했다. 미국에는 약 1억 3천만 명이 해안지역에 거주하는데 유럽과 달리 연안 해운을 이용하기 불편해서 철도나 트럭에 의존하는 비효율을 겪고 있다.
존스법 때문에 세계의 대형 컨테이너선들은 미국 항구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예컨대 자메이카의 킹스턴에 화물을 부린다. 그러면 중소형 선박들이 미국의 여러 항구로 화물을 나누어 순차로 운송한다. 그 결과 미국에는 대규모 항구가 발달하지 않았다. 컨테이너선들은 점점 더 대형화 되어서 미국의 항구에 더 직접 갈 수 없게 되었고 미국은 다시 항구를 크게 만들 필요가 없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신지정학이 발생시킬 큰 변화 중 하나는 글로벌 공급망의 축소와 미국 경제의 자급자족이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그렇게 해도 큰 문제가 없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그렇지만 캐나다와 멕시코까지 굳이 배제할 필요는 없다. 같이 간다. 특히 멕시코는 이런저런 문제는 많아도 미국으로서는 없어서 안 될 이웃이다.
멕시코의 인구와 산업은 광역 멕시코시티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면 텍사스 남부와 멕시코시티를 잇는 대규모의 도로와 철도를 건설하면 된다. 그러나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없다. 그래서 예컨대 베라크루즈 항과 미국의 남해안, 동해안 항구들을 연결하는 루트가 전망이 좋다. 문제는 막상 그렇게 하려고 해도 기존의 대다수 항구들은 새로운 수요에 부응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휴스턴, 뉴올리언스, 마이애미 같은 중형 항구보다 서배너가 최적의 요지로 주목받는다. 서배너는 멕시코는 물론이고 파나마 운하를 통해 나오는 글로벌 물류가 미국 동북부, 중부로 연결되는 절묘한 위치에 있다. 이미 대형 항구인 데다가 확장 여지도 충분하다. 인 구 약 15만에 인터내셔널페이퍼 세계 최대 제지공장과 걸프스트림항공 본사가 있다. 인적, 물적 인프라도 양호한 셈이다. 서부 LA의 롱비치 항구와 함께 미국의 양대 항구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서배너에 대규모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것은 일찌감치 조지아, 앨라배마에 진출했던 이유가 크지만 마침 시작된 새로운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처럼 보이기도 한다. 검프의 명대사에 나오 듯이 “인생은 초컬릿 상자 같아서 다음에 어떤 게 손에 집힐지 절대로 모르는 것”이다. 매사 최선을 다하고 성실하게, 그리고 미래지향적으로 경영되는 기업에게는 다행도 같이 따라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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