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DMO 전략 분석]캐시카우 절실한 녹십자, 'DP 생산' 빈틈 공략한다코로나 계기로 CMO 진출, 생산시설 늘리며 사업 강화 총력
차지현 기자공개 2023-12-04 12:50:07
[편집자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CPhI Worldwide 2023'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글로벌 제약사(빅파마)가 먼저 찾는 리더였다. 삼성그룹이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지 10여년, 바이오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던 비결이 바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이었다. 자연스레 삼성을 잇는 국내 후발주자들이 대거 생겨났다. 전통 제약사는 물론 바이오텍, 대기업 등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든다. 더벨이 기업별 전략 및 차별점을 짚어 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30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력 제품인 독감 백신과 고마진 헌터증후군 치료제 매출이 감소한 데 따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녹십자가 반전 카드로 CMO 사업을 꺼내 들었다. 내년 초 미국 규제당국의 품목허가가 점쳐지는 면역글로불린 제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유동성까지 얼어붙은 상황에서 캐시카우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녹십자는 CMO 사업 중에서도 완제의약품(DP) 생산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DP 생산은 설비 투자가 많이 드는 영역이다. 국내에서 DP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CMO 업체가 거의 없는 데다 이미 생산 역량을 보유한 만큼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판단이다. 최근 국내 바이오텍으로부터 수주를 따내며 CMO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DP 전문 CMO 표방, 백신 넘어 포트폴리오 다양화
녹십자가 CMO 사업에 첫발을 내디딘 건 코로나19 시기다. 2020년 10월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과 최대 5억도즈에 달하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CMO를 위한 시설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본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해당 수주로 재미를 보진 못했다.
이듬해 하반기엔 미국 얀센과 코로나19 백신 CMO를 논의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얀센으로부터 CMO 수주를 따내는 덴 실패했다. 하지만 녹십자의 충북 오창 공장 실사를 진행했을 정도로 꽤나 구체적인 얘기가 오간 것으로 파악된다.
CMO 사업의 가능성을 엿본 이후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품질관리가 핵심인 바이오의약품 특성상 CMO 사업을 영위하는 데 중요한 건 신뢰도다. 50년 이상 자사 제품을 공급한 경험을 내세우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생산 공장도 구축해 놓은 상태였다. 백신뿐만 아니라 바이오시밀러, 항체의약품, 메신저 리보핵산(mRNA) 등 다양한 의약품 생산 역량을 보유한 오창 통합완제관을 전초기지로 삼았다. 생산능력(캐파)는 10억도즈 수준으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CMO 사업 가운데 DP 생산에 초점을 뒀다. 의약품의 충전부터 라벨링, 포장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이다. DP 생산의 경우 설비 투자비가 많이 드는 영역이다. 생산 과정에서 품질인증을 계속하면서 효능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 난이도도 높다. 특히 국내에서 DP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CMO 업체가 거의 없는 만큼 시장성이 높다는 게 녹십자의 설명이다.
국내 백신 강자라는 명성에 걸맞게 CMO 분야에서도 백신 수주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이외 제품군 CMO 가능성도 열어 놨다. 녹십자 관계자는 "특정 제품 생산으로 범위를 한정 짓지 않고 바이오시밀러, 항체의약품, 단백질의약품 등 다양한 제품 수주를 염두에 둔 상태"라고 했다.
◇시설증축 등 사업 강화 총력, 수주 소식 나오며 기대↑
최근 들어 CMO 사업 진출에 대한 홍보는 물론 고객사 확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관련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은 이우진 글로벌사업본부 본부장. 이 본부장은 직접 국내외 현장을 누비면서 사업 수주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더해 시설 증축에도 나섰다. 기존 설치된 액상제제 충전 시설과 별개로 내년부터 동결건조기가 포함된 아이솔레이터 충전기를 추가로 가동할 예정이다. mRNA의 원료의약품(DS)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추게 된다. 생산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혀 CMO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CMO 사업 강화하는 배경엔 실적 부진이 있다. 주력 제품인 독감 백신과 고마진 헌터증후군 치료제 매출이 감소하면서 실적이 악화했다.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394억원으로 전년보다 4.4% 줄었고 영업이익은 328억원으로 전년보다 32.8% 급감했다. 수익성 악화로 유동성까지 얼어붙은 상황이다. 내년 초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가 미국 시장에서 상업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당장 안정적인 매출원 확보가 절실한 셈이다.
수주 성과가 조금씩 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지난 14일 유바이오로직스와 경구용 콜레라 백신 '유비콜' CMO 계약을 맺었다. 유비콜은 유바이오로직스와 국제백신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경구용 콜레라 백신으로 현재 유니세프 콜레라 백신 물량의 100%를 책임지고 있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26년까지, 규모는 1500만도즈로 우선 책정했다.
아직 초기 단계라 CMO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매출은 크지 않다. 다만 활발한 마케팅과 수주 활동을 통해 빠르게 매출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회사가 예상하는 내년 CMO 매출은 최소 150억원 수준. 향후 증가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최신 설비와 50년 이상 축적해 온 의약품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미 글로벌 수준의 CMO 기반을 갖췄다"면서 "DP 생산에 대해 파트너사로부터 만족한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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