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전략 분석]한미약품 '자산매각'은 후순위④피투자기업 주가부진 '회수 난항', 유휴공장도 계속 소유
박동우 기자공개 2023-12-12 07:17:57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6일 08:3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에서 '자산매각'은 후순위에 있는 카드다. 5년여 동안 주식·부동산 등 보유자산을 팔아 확보한 금액은 500억원에 못 미쳤다.일부 피투자기업이 주가 부진을 겪는 등 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는 배경이 영향을 끼쳤다.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감안해 유휴 상태인 공장을 계속 소유해야 한다는 의사결정도 자산매각 선택지를 조심스럽게 판단한 요인이다.
◇5년간 500억 처분, 2021년 기점 급감
한미약품이 2018년부터 5년여 동안 자산처분으로 확보한 금액은 488억원이다. 연간 회수한 자금은 2018년 245억원, 2019년 58억원, 2020년 159억원 등으로 집계됐으나 2021년 3억원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9월 말까지 21억원을 거둬들였다.
자산매각 유형은 △유·무형자산 처분 △파생상품 매도 △당기손익-공정가치 금융자산 매각 등 세 갈래로 나뉘었다. 당기손익-공정가치 금융자산을 팔아 얻은 실탄이 단연 많았는데 424억원으로 전체 처분액의 86.9%를 차지했다. 유형자산 매도(25억원), 파생상품 처분(25억원), 무형자산 처분(14억원)이 뒤를 이었다.
금융권 대출, 회사채 발행 등 다른 방안에 비해 자산처분을 활용한 조달액은 적다. 2018년 이래 올 3분기까지 금융권 차입으로 확보한 금액 1조766억원과 견줘보면 4.5% 규모에 그친다. 회사채로 유입된 자금 3223억원과 비교해도 15.1% 수준에 불과하다.
그간 자산처분 조치가 미미했던 배경으로는 지분 투자한 기업에 대한 자금 회수가 미흡했던 점이 거론된다. 한미약품이 2015년부터 올 3분기까지 △알레그로 △스펙트럼 △아테넥스 △셀레브레인 △앱토즈바이오사이언스 △디지털팜 등 6개사에 누적 773억원을 집행했다.
포트폴리오에 속한 6개사 가운데 보유 주식을 매도한 사례는 아테넥스가 유일하다. 안과 전문의약품 연구·개발(R&D)에 특화된 업체로 한미약품이 2017년 1월에 151억원을 투입해 지분 2.28%(136만3637주)를 확보했다. 같은해 6월 아테넥스가 나스닥에 입성하며 자금 회수에 청신호를 켰다. 2019년과 2020년에 주식을 처분해 224억원을 확보했다.
◇평택 제2공장 매각 대신 '활용방안' 찾기
아테넥스를 제외한 나머지 피투자기업들은 여전히 비상장이거나 상장폐지 위기를 겪으면서 회수 전망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알레그로, 셀레브레인, 디지털팜은 증시에 오르지 못한 기업이라 주식 매도를 고려하기 어려웠다.
항암신약 '포지어토닙'과 '롤론티스'를 개발하는 파트너 기업 스펙트럼은 주가 하락 때문에 지난해 11월 나스닥 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 경고를 받았다. 올 상반기 미국 제약사 어썰티오에 인수 합병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캐나다에 자리잡은 앱토즈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상장폐지 직전까지 갔던 회사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을 겨냥한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는 업체로 2021년에 한미약품이 74억원을 들여 3.51% 지분을 취득했다. 하지만 주가가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경고를 받았고 앱토즈는 올해 6월 주식병합을 구사하며 위기를 타개했다.
일반 기업들이 자주 활용하는 부동산 매각 역시 신중하게 접근했다. 한때 경기도 평택시에 자리잡은 바이오플랜트 제2공장을 처분하는 방안이 대두됐지만 계속 소유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평택 제2공장은 1730억원을 들여 2018년에 완공한 시설이다.
당초 한미약품은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 수출한 당뇨병 신약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상업화되면 평택 제2공장을 제조 거점으로 두는 밑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사노피가 2020년 후보물질을 반환하면서 제2공장 가동 구상이 차질을 빚었다.
경영진은 제2공장을 매각해 유동성을 당장 확충하기보다 생산 가동률을 끌어올리면 장기적으로 영업현금흐름 순유입분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를 2공장에서 제조하는 계획을 올 하반기 수립한 이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납품 계약을 수주해 위탁생산하는 복안도 그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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