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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리더십 시프트]취임 6년 향해가는 구광모 회장, 리더십 배턴 터치④옛 인물 중용하면서 새 인물 영입…서서히 이뤄진 빌드업

조은아 기자공개 2023-12-13 07:28:16

[편집자주]

'물갈이'는 어느 정도 본능에 가깝다. 조직을 이끄는 데 가장 중요하고 또 필요한 건 믿을 만한 '자기 사람'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등 주요 그룹에서 세대교체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한화그룹 등 마무리를 코앞에 둔 곳도 여럿이다. 왕이 바뀌면 신하도 바뀌는 법. 오너와 함께 한 시대를 만들었던 전문경영인들도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하나둘 그룹을 떠나고 있다. 더벨이 주요 그룹의 오너 교체와 이에 따른 전문경영인들의 '성쇠(盛衰)'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8일 11: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은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전문경영인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곳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부회장 6명이 물러나는 데 3년이 걸렸다. LG그룹은 5년 반으로 두 배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장에서 부회장, 다시 수석부회장으로 차근차근 입지를 확대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달리 구광모 회장은 다소 갑작스럽게 회장으로 취임해 시간이 필요했다.

◇'떠날 때 알고 아름다운 이별 준비'…연착륙 가능했던 이유

구 회장은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2018년 5월 세상을 떠나면서 같은해 6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LG그룹 부회장들도 즉각 변화의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당분간 현재의 진용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보름 만에 권영수 부회장과 하현회 부회장이 자리를 맞바꿨다.

권 부회장이 LG유플러스에서 ㈜LG로, 하 부회장은 ㈜LG에서 LG유플러스로 자리를 옮겼다. LG그룹 안팎에서 모두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당시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놓고 예상보다 큰 폭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구 회장은 부회장 6인 가운데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을 제외한 5인을 유임시키며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후 부회장단 교체는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취임 이듬해인 2019년 9월 LG디스플레이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한상범 부회장이 사임했고 같은해 말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도 물러났다.

한 부회장은 연말 인사철이 오기 전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 부회장은 연말 인사 발표와 함께 회사를 떠났다.

2020년에는 LG화학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박진수 부회장과 LG유플러스의 하현회 부회장이, 지난해에는 LG생활건강의 차석용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올해엔 권영수 부회장도 44년 만에 LG그룹을 떠났다.

대부분 연말 임원인사에 맞춰 자연스럽게 회사를 떠났다. 스스로 구 회장에게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떠날 때를 아는' LG가(家)의 가풍 그리고 LG그룹의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 구본준 LX그룹 회장도 일찌감치 LG그룹과의 이별을 준비했다.

전문경영인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변규칠 고문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인데 그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퇴임과 동시에 비서실장이라는 타이틀을 조용히 내려놨다.

◇옛 인물 중요하면서 새 인물 영입…5년간 신·구의 동거

권 부회장은 구 회장 취임 직후 ㈜LG로 부름받았다. 구본무 회장의 측근이자 안팎으로 조직 장악력과 추진력을 인정받고 있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주로 LG전자에 몸담아 내부 기반이 약했던 젊은 총수에게는 최적의 파트너이자 조력자였다는 평가다.

권 부회장의 퇴진 역시 사실상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권 부회장은 2년 전 ㈜LG 대표이사에서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로 이동했다. 당시 구 회장이 권 부회장에게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끄는 중책을 맡겼다는 해석이 나왔으나 내부에선 이미 어느 정도 그룹을 나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시선이 더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홍범식 ㈜LG 경영전략부문장

구 회장은 권 부회장을 중용하는 동시에 서서히 '믿을맨'을 찾는 작업도 시작했다. 취임 직후부터 외부 출신을 영입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 인물이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과 현재 ㈜LG 경영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는 홍범식 사장이다.

둘 모두 취임 첫해 영입됐는데 신 부회장은 3M 출신, 홍 사장은 베인앤컴퍼니코리아 출신이다. 외국 회사 혹은 외국계 회사로 국내 대기업 특유의 사내 정치 문화와는 거리가 멀고 LG그룹에 아무런 뿌리를 두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또하나 눈여겨 봐야할 건 ㈜LG 인사팀장의 변화다. 권 부회장과 비슷한 시기 이명관 사장 역시 ㈜LG로 부름을 받았다. 그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LG 인사팀장을 맡았던 인물로 구본무 전 회장을 오랫동안 보좌했다. 그가 2015년 말 LG인화원장으로 이동하면서 역할이 끝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2017년 말 LG화학 최고인사책임자(CHO)로 복귀했고 1년도 안돼 ㈜LG 인사팀장으로 돌아왔다.

당시 재계는 이 사장이 구본무 전 회장 시절부터 인사 업무를 책임져 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구 회장 입장에서 조직을 추스리고 빠른 시간 안에 인적 쇄신을 이루려면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이를 위해 부친 때부터 믿고 맡겼던 인사통을 중용했다. ㈜LG 인사팀장은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등 주요 경영진 인사의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로 요직 중에 요직으로 꼽힌다.

이후 ㈜LG 인사팀장 자리는 김흥식 부사장이 이어받았다가 김이경 전무가 다시 물려받았다. 김 전무는 2년 반 정도 ㈜LG 인사팀장을 지냈다. 김 전무의 빈자리는 이은정 전무가 채웠다. 이 전무는 과거 이명관 사장이 인사팀장이던 시절 함께 근무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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