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리더십 시프트]현대차그룹, '부회장단' 떠나고 '파트너'들이 채웠다②3년 동안 부회장들 순차적 퇴임…외부 영입된 전문가들이 채운 빈자리
조은아 기자공개 2023-12-06 15:46:40
[편집자주]
'물갈이'는 어느 정도 본능에 가깝다. 조직을 이끄는 데 가장 중요하고 또 필요한 건 믿을 만한 '자기 사람'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등 주요 그룹에서 세대교체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한화그룹 등 마무리를 코앞에 둔 곳도 여럿이다. 왕이 바뀌면 신하도 바뀌는 법. 오너와 함께 한 시대를 만들었던 전문경영인들도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하나둘 그룹을 떠나고 있다. 더벨이 주요 그룹의 오너 교체와 이에 따른 전문경영인들의 '성쇠(盛衰)'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9일 16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조용한 후계자로 통했다.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00년 초반인데 그나마 알려진 내용은 학력이나 입사시기 정도가 전부였다. 특히 정몽구 명예회장의 카리스마가 워낙 강했던 만큼 정의선 체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기우였다.현대차그룹은 재계에서 가장 순조롭게 세대교체를 마무리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정의선 회장은 정 명예회장만큼의 장악력으로 그룹의 최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보좌하는 인물들은 어떨까. 정 명예회장은 현대그룹에서 현대차를 들고나와 재계 2위로 키웠다. 이 과정에서 '자기 사람'의 존재가 필수였다. 많은 사람들이 정 회장의 최측근을 거쳤다. 김동진, 박정인 그리고 김용환까지 언뜻 떠오르는 부회장만 여럿이다. 그러나 정의선 회장 곁엔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파트너'에 가까운 인물들이 그의 곁을 채우고 있다.
◇정 명예회장의 '부회장단'…아름다운 마무리
정의선 회장이 사실상 총수 역할을 완전히 물려받은 시기는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에 올랐을 때다. 이 시기 이미 정몽구 명예회장은 이미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간 신차 출시 행사나 공장 기공식에 자주 나타나던 정의선 회장이 처음 시무식을 주재하고 본인 명의의 신년사를 낸 것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이듬해인 2019년 초다.
부회장단이 순차적으로 그룹을 떠나기 시작한 것도 2018년 말부터다. 2018년 12월 기존 부회장 가운데 연구개발본부 소속인 양웅철 전 부회장과 권문식 전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났다.
김용환 전 부회장은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겼으며 정진행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현대건설로 이동했다.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역시 현대로템으로 이동했다. 이들이 그룹을 떠난 건 2년이 지난 2020년 말이다. 정 회장이 새 시대를 위해 아버지 시대의 인물들을 단번에 물러나게 하기보다 원로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일정기간 배려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정진행 전 부회장의 경우 친정이 현대건설이다. 그는 현대차에 몸담던 시절부터 현대건설로 돌아가 일정 역할을 맡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30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한 셈인데 정의선 회장이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배려해줬던 셈이다.
윤여철 전 부회장의 경우 가장 늦은 2021년 말 그룹을 떠났다. 윤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손꼽히는 노무관리 전문가로 그를 대체할 만한 인물이 지금도 딱히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부회장들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워낙 부회장들이 많았던 데다 정의선 회장 역시 일찌감치 후계자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던 만큼 이들과의 사이가 그리 가깝지도 멀지도,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규모 부회장단의 장단점은 명확했다. 성과에 따른 보수가 확실하다는 점, 각 영역의 전문가가 있어 책임 소재가 분명하다는 점은 장점으로 통했으나 초창기부터 정몽구 명예회장을 보좌한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가신(家臣)'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따라다니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 옆자리, '가신' 떠나고 '파트너'가 채웠다
정몽구 명예회장에게 김용환 전 부회장이 있었다면 정의선 회장에겐 누가 있을까. 정답은 '아무도 없다'에 가깝다.
현재 현대차그룹 전문경영인 가운데 가장 독보적 입지를 다지고 있는 인물로는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을 꼽을 수 있다. 현대차 사장에 오를 때부터 정의선 회장의 신임이 두터웠는데 이후 현대차의 실적이 고공행진하면서 한층 입지가 탄탄해졌다.
그러나 장재훈 사장은 김 전 부회장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전 부회장은 현대차 사장과 부회장을 오랜 기간 지냈지만 대표이사를 지낸 적은 없다. 흔히 김 전 부회장이 정 명예회장의 곁을 오래 지킬 수 있었던 이유로 두 가지가 거론된다. 정 명예회장의 생각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점, 입이 무겁고 신중해 구설수에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 사장에겐 이런 설명이 전혀 붙지 않는다. 그를 평가할 때 따라붙는 건 현대차의 실적뿐이다. 실제 정의선 회장과 함께 현대차를 이끄는 파트너에 가깝다는 평가다. 정 회장과 함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데다 현대차 조직도를 봐도 정 회장 바로 아래 장재훈 사장이 있다. 장 사장이 다른 조직의 보고를 받고 정 회장에게 보고하는 구조다. 장 사장에겐 비슷한 위치의 전문경영인에게 흔히 붙는 2인자, 복심이라는 별명도 따라다니지 않는다.

두 사람은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양날개 AAM(미래항공모빌리티) 사업과 SDV(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 사업을 이끌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외부에서 영입된 데다 워낙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흔히 말하는 '라인'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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