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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승부수]"실수 용납 없다"…'알리글로' 의지 드러낸 녹십자세 번 고배 끝에 나선 미국 정복, 만반의 준비로 분위기 반전 모색

차지현 기자공개 2024-01-05 08:41:17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4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허은철 녹십자 대표는 지난해를 어려움과 환희가 공존한 시기로 진단했다. 10년만에 처음으로 실적이 뒷걸음질할 위기에 놓였지만 세 번의 고배 끝에 미국 신약 허가를 따내는 쾌거를 이룬 게 그 배경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자체 개발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이제부턴 실수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한 점이다. 신약 판매를 위한 조직 정비를 마친 만큼 올해 상업화에 사활을 걸 것으로 점쳐진다.

◇8년 결실 알리글로 美 허가, 당면과제 '시장성 입증'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허 대표는 신년사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올해 '증명의 시간'을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면역글로불린 제제 10% '알리글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알리글로 FDA 품목허가는 녹십자의 숙원 사업이었다. 세 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8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2015년 말 농도 5% 제품으로 처음 미국 시장 문을 두드렸으나 규제당국으로부터 두 번의 자료보완 요구를 받았다.

이후 전략을 수정, 농도를 10%로 변경해 다시 허가신청서를 넣었지만 코로나19가 걸림돌이 됐다. 하늘길이 막히며 FDA 현장 실사가 제때 이뤄지지 못했고 2022년 알리글로 10%도 최종보완요구서(CRL)를 받았다. 작년 상반기 현장실사를 다시 거친 후에야 최종 허가를 획득했다.

이제 당면한 과제는 자체 개발 신약을 성공적으로 미국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이다. 상업화를 위해선 판매망 확보는 물론 보험 등재 등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허 대표가 언급한 증명의 시간은 알리글로의 시장성 입증을 의미하는 셈이다.

◇"증명의 시간엔 실수가 곧 실패"…상업화에 사활

주목할 점은 허 대표가 증명의 시간엔 실패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한 점이다. 그는 "도전 8년만의 성과에 대한 성공의 기쁨보다 실패와 좌절을 통해 배우고 얻은 것에 대한 감사가 크다"면서 "가능성의 시간엔 실수와 실패가 약이 되고 경험이 됐지만 증명의 시간엔 실수가 곧 실패"라고 했다. 이어 "이에 따라 모든 과정을 철저하고도 완벽하게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내부적으로 애착이 큰 물질이라는 점 외에도 녹십자가 알리글로 미국 진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작년을 기점으로 고꾸라진 실적이 그 배경이다. 대내외적으로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 대표 제품이었던 '헌터라제' 해외 매출이 급감하면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녹십자는 매출 1조2217억원, 영업이익 428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보다 6%와 59%씩 감소한 수치다. 이대로라면 연간으로 봐도 실적 하락이 확실시된 분위기다. 10여년간 단 한 번도 감소한 적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이 시기는 꽤나 심각한 위기로 볼 수 있다.

결국 녹십자 입장에서 2024년은 알리글로의 상업화에 힘을 쏟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품목허가 전인 2018년 선제적으로 판매를 위한 현지 법인 'GC바이오파마USA'를 세우고 최근 인력을 충원하는 등 조직 세팅에 나선 건 긍정적인 요소다. 현재 이우진 녹십자 글로벌사업본부장이 GC바이오파마USA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알리글로 관련 업무를 주도하고 있다.

한편 허 대표는 "2024년 새해를 글로벌 진출이라는 벅찬 기대로 시작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면서 "작지만 강한 회사, 청년의 심장을 가진 회사, 가능성을 증명하는 글로벌 회사 GC의 주인공으로서 더욱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글로벌 시장으로 당당히 나아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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