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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M 컨퍼런스 2024]삼성 손잡은 플래그십이 그리는 '신약개발' 청사진은[현장줌人] 스티븐 베렌슨 플래그십 파트너 "FI부터 JV까지 가능성 많다"

샌프란시스코(미국)=정새임 기자공개 2024-01-11 09:13:03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9일 1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더나로 시작된 삼성과 미국 창업형 벤처투자사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Flagship Pioneering, 이하 플래그십)'의 인연. 양사의 수장인 이재용 회장과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대표는 멘토-멘티의 관계가 될 정도로 끈끈한 사이로 발전했다.

궁극적으로 신약 개발로 나아가고자 하는 삼성, 그리고 한국 바이오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인 플래그십. 니즈가 맞아떨어지며 추가 파트너십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리고 강력한 파트너십이 현지시간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 이하 JPM)'에서 공개됐다.

더벨은 JPM에서 이번 협력 논의를 주도한 스티븐 베렌슨(Stephen Berenson, 사진) 매니징 파트너를 만났다. 그는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 설립자이자 모더나 공동 창업자인 아페얀 대표와 함께 모더나 이사회 소속 멤버이다. 또 첫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상업화한 세레스 테라퓨틱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삼성그룹 바이오테크 역량 총동원해 플래그십과 맞손

삼성과 플래그십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위탁개발생산을 인연으로 협업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바이오텍 창업과 육성에 집중한 플래그십은 이 회장을 만나면서 삼성의 바이오 사업 확장 의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삼성이 꿈꾸는 바이오 비전에 공감했다. 그 비전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양사가 시너지를 발휘해 파트너십을 넓힐 수 있다는 기대를 걸었다.

베렌슨 파트너는 "지난 몇년간 생명과학 분야 리더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역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도와 야망이라는 점을 느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삼성은 생명과학 분야의 리더가 되고자하는 의지가 분명했고 머신러닝과 AI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플래그십의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협업 확대 배경을 밝혔다.

스티븐 베렌슨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매니징 파트너

이번 협업의 핵심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보유한 바이오 의약품 연구 및 생산 전문성, 삼성그룹의 의료기관을 통한 임상 협업, 삼성물산 주도로 진행되는 라이프사이언스 펀드 재원을 총동원해 혁신 신약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즉 삼성이 그간의 주력 바이오 사업인 바이오시밀러와 위탁개발생산(CDMO)에만 머무르지 않고 신약 개발로 전진하겠다는 것을 공식화한 셈이다.

플래그십은 유망한 혁신 기술을 지닌 바이오텍을 창업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MOU를 통해 삼성은 플래그십 육성 기업에 공동투자를 할 수 있다. 자금은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필두로 출자한 라이프사이언스펀드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유망 기술의 개발 초기 단계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연구진이 함께하거나 스케일업 등의 공정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

바이오텍의 임상시험은 삼성그룹의 상급병원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베렌슨 파트너는 삼성서울병원과의 임상 협력에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은 제약사가 주도하는 전 세계 임상시험 등록 건수에서 5위를 차지하고 있고 전 세계 도시별 임상시험 순위에서는 서울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임상이 활발히 이뤄진다. 규모가 작은 해외 바이오텍 입장에서 국내 의료기관 빅5로 꼽히는 삼성서울병원에서의 임상시험 협력은 좋은 기회가 된다. 이미 플래그십은 초기 연구를 위한 적절한 접근 방안을 삼성서울병원과 논의 중이다.

베렌슨 파트너는 "삼성서울병원은 한국 최고의 의료기관 중 한곳으로 임상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방대한 환자 데이터를 보유한 우수한 기관"이라며 "삼성서울병원과의 협력을 매우 기대하고 있으며 앞으로 많은 미국 바이오텍들이 삼성서울병원을 통해 임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대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정 개발에서 탁월한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빠른 시간 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입증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협업에도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신약 개발 본격화한 삼성, 재무적 투자부터 공동 창업까지 기회 열어놔

플래그십을 통한 삼성그룹의 신약 개발은 어떻게 이뤄질까. 아직 양사가 어떤 신약 분야에 주력할 것인지 구체화된 건 없다. 하지만 플래그십이 육성 중인 바이오텍들을 통해 신약 개발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플래그십은 오랜 기간 신약의 주부류였던 저분자나 항체 의약품보다는 첫 mRNA 백신을 탄생시킨 모더나처럼 기존에 없던 새로운 모달리티에 주목하고 있다. 플래그십이 투자하고 육성한 바이오들은 대부분 새로운 모달리티 개발을 통한 혁신에 집중한다. 삼성그룹이 플래그십 바이오텍에 투자하면서 새로운 기전의 신약 개발에 협업을 도모해볼 수 있다.

베렌슨 파트너는 "삼성과는 정기적으로 만나 플래그십이 육성하는 바이오텍들의 향후 파이프라인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며 "삼성이 이들 기업의 신기술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관심있는 기업을 발견하면 시리즈 B, C 등 공동 투자에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투자의 형태는 단순 재무적 투자(FI)가 될 수도 있지만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전략적 투자(SI)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플래그십과의 신규 바이오텍 공동 창업(JV) 기회도 열어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과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사례도 있기에 제2의 에피스가 탄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베렌슨 파트너는 "투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함께 처음부터 회사를 설립해 확장을 할 회사를 찾을 수 있다"며 "다양한 방식의 협업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플래그십은 아시아태평양 지부를 설립해 삼성과의 접점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이미 싱가포르에 아태 지부 설립을 마쳤으며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 수석 파트너를 지낸 안드레 안도니안(Andre Andonian) 의장이 아태 지부를 이끌고 있다.

베렌슨 파트너에 따르면 그는 한국과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어 한국 바이오업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그는 한국 바이오 업계에 대한 높은 관심도 드러냈다.

베렌슨 파트너는 "삼성은 이미 플래그십 육성 바이오텍 중 한곳인 RNA 전문 기업 세일 바이오메디슨(Sail Biomedicines)의 주요 투자자"라며 "삼성의 투자는 우리 바이오 시장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바이오 산업은 매우 흥미진진하고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정교함이 있다"며 "파트너십을 맺기에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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