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금융권 新경영지도]현대해상, CSM 방점 조직개편…경쟁력 반등 초석장기보험부문 4년만에 재설치, CPC전략본부는 헤드쿼터 역할 집중
강용규 기자공개 2024-01-12 11:00:49
[편집자주]
새해를 맞아 금융사들은 조직에 크고 작은 변화를 줬다. 해마다 반복되는 과정이지만 매년 그 의미는 다르다.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경영전략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초점을 어디에 두고 있느냐에 따라 신년 조직재편 방향성과 규모도 천차만별로 갈린다. 2024년을 맞이해 국내 주요 금융사들은 조직에 어떤 변화를 줬는지, 또 그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0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해상이 2024년을 맞아 손익구조의 중장기적 개선을 겨냥한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장기보험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새 회계기준(IFRS17)에 특화된 전략 TF를 꾸렸다.최근 몇 년 사이 현대해상은 실적이 대체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손해보험사들 사이 경쟁의 측면에서는 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지지 못했고 시장 점유율 순위가 낮아졌다. 이와 같은 경쟁력 둔화 추세에 반등 계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CSM과 직결되는 장기보험, 사업부문 부활의 이유
현대해상의 2024년 조직개편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장기보험부문의 설치다. 엄밀하게는 복원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현대해상에는 장기보험부문이 존재했으나 2020년 조직개편을 통해 CPC전략부문에 흡수됐었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CPC전략부문 산하에 있던 장기보험 관련 4개 본부가 신설부문 산하로 옮겨간다. 4년 만에 조직이 부활한 이유는 보험사 수익 관점에서 장기보험의 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험사들에 새 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재무제표에 CSM(보험계약마진)이라는 계정이 생겼다. 보험사가 계약을 통해 향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실현수익을 의미한다. 장기보험은 기대수익의 총량 확대뿐만 아니라 계약 유지율에 따라 CSM 수익화의 안정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현대해상은 CPC전략부문 산하에 CSM전략TF도 새롭게 설치했다. CSM 확보를 위한 전략 전반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장기보험부문 재설치와 함께 현대해상의 CSM 증대를 향한 의지를 상징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CSM 확보를 통해 중장기 이익 개선에 힘쓰겠다는 의미의 조직개편"이라며 "이를 위해 장기보험 영업력을 강화하는 한편 기존 CPC전략부문은 헤드쿼터로서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장기보험 강화의 당위성 '이익·점유율 순위'
현대해상은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등으로 타격을 입었던 2019년을 제외하면 최근 몇 년 동안 이익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순이익 5746억원은 2019년 2961억원에서 113.5%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는 3개 분기(1~3분기 누적)만에 전년도를 웃도는 786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현대해상의 이익 증가세가 경쟁사들과 비교해서도 두드러지는 정도는 아니다. 특히 메리츠화재와의 비교에서 이러한 점이 잘 나타난다. 메리츠화재는 순이익이 2019년 3013억원에서 2022년 8548억원으로 183.7% 급증했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3400억원으로 순이익 순위가 과거 업계 3~4위 수준에서 2위까지 뛰어올랐다.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의 가장 큰 차이는 포트폴리오다. 현대해상은 수입보험료의 60% 안팎을 장기보험에, 25% 안팎을 자동차보험에 의존해 왔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85%에 가까운 수입보험료가 장기보험에서 나온다. 새 회계기준의 도입으로 장기보험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현대해상 역시 장기보험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하는 당위성이다.
일각에서는 시장 점유율에서 현대해상이 장기보험 영업력 강화에 나선 이유를 찾기도 한다. 삼성화재가 손보사 원수보험료 기준 점유율 1위를 장기 집권하는 가운데 2022년까지만 해도 현대해상이 점유율 17.9%의 2위, DB손해보험이 17.6%의 3위였다. 그러나 작년 상반기 DB손해보험이 19.3%, 현대해상이 18%를 기록하며 순위가 뒤집혔다.
DB손해보험의 수입보험료 포트폴리오는 장기보험 60%, 자동차보험 25%의 현대해상과 수치가 유사하다. 현대해상으로서는 장기보험부문을 복원해 영업력을 강화하는 것이 단순 수익성 확대뿐만 아니라 점유율 2위 탈환을 위해 큰 시장에서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겠다는 관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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