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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전기차 경쟁력 숨은 비결, 가혹한 모하비 시험장 과거 내연기관 위주에서 친환경·오프로드 시험으로 빠르게 진화

로스엔젤레스(미국)=조은아 기자공개 2024-01-15 16:23:39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5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모하비 사막에 위치한 모하비주행시험장.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모하비주행장에선 가혹한 조건을 이겨내고 차량에 최고의 품질을 담고자 하는 극한의 시험이 반복되고 있었다.

현대차·기아 전기차들이 전세계 '올해의 차'를 휩쓸며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었던 비결, 그 뛰어난 기술력과 품질이 완성되는 모하비주행시험장을 지난 11일(현지시각) 찾았다. 이날 역시 위장막을 씌운 신형 전기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들을 대상으로 일반적인 주행시험장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뜨겁고 건조한 사막에 주행시험장 세운 이유

현대차·기아가 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세운 모하비주행시험장은 인공위성에서도 식별이 가능한 1770만㎡(약 535만 평)의 광할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에 가장 규모가 큰 '고속주회로'를 비롯해 '범용시험로', '장등판시험로’ 등 모두 12개의 시험로가 있다. 모두 더하면 길이가 무려 61km에 이른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도 비슷한 규모의 주행시험장은 GM, 포드, 토요타 등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들만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 △현지 적합성 시험 △북미 법규 시험 △내구 시험 △재료 환경 시험 등을 수행한다. 특히 설립 이후 다양한 테스트들이 대거 추가됐다. 과거 내연기관 위주의 혹서 및 내구 시험이 주된 프로그램이었으나 몇 년 사이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의 주행 및 내구 시험, 그리고 SUV의 가혹한 오프로드 테스트가 확대됐다.

왜 사막 한가운데 주행시험장을 만들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모하비주행시험장은 여름철에는 매우 무덥고 건조한 전형적인 사막 기후를 보인다. 평균온도 39℃에 지면온도는 54℃를 넘나든다. 반면 겨울철엔 평균 26℃의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며 폭풍이 있을 경우에는 비와 눈이 몰아치기 때문에 사계절 내내 매일 다른 조건에서 테스트할 수 있다.

모하비주행시험장 북쪽에 위치한 '데스 밸리(Death Valley)'는 세계 완성차회사들이 혹서의 자연환경에서 차량 내구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모여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다른 자동차회사들이 데스 밸리 테스트를 위해 몇 대의 시험차만 항공기로 운반해 시험하는 반면에 현대차·기아의 경우 모하비주행시험장에서 차로 3시간 정도면 데스 밸리에 도착할 수 있다.

U자형으로 급격하게 꺾이고 경사가 심한 지형을 활용한 '말발굽로'를 시험차량이 주행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진화하는 시험장, 전기차 테스트 중점

시험장도 진화한다.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현대차·기아의 모하비주행시험장도 빠르게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었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300kg 이상 무겁다. 서스펜션과 타이어, 차체 등에 가해지는 하중을 단단하게 버틸 수 있는지 여부가 전기차에서는 중요한 평가 요소로 꼽힌다. 높은 전압의 전류가 흐르는 배터리와 분당 1만회 이상 회전하는 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관건이다.

모바히주행시험장은 7~8월에는 지표면 온도가 54℃까지 올라간다. 전기차의 열관리·냉각 성능을 테스트하기 최적의 장소다. 현대차·기아는 45℃ 이상의 기온과 제곱미터당 1000W 이상의 일사량을 보이는 혹독한 날을 골라 집중적으로 시험을 진행한다. 트레일러 견인이나 등판, 고속주행, 와인딩 등 부하가 많이 발생하는 가혹한 주행 조건을 시험한다.

실제 이날 역시 트레일러를 끌고 시험장 이곳 저곳을 누비는 시험차량을 볼 수 있었다. 열관리·냉각 성능 테스트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대상으로도 해왔던 시험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출시되는 전기차가 대폭 늘어나면서 이전보다 강도가 높아졌다.

모하비주행시험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갖춘 고속주회로는 총길이 10.3km, 직선구간 2.0km의 타원형 3차로 트랙이다. 남양연구소 시험로의 2배가 넘는 길이를 자랑한다. 최고속도 200km/h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현대차·기아는 고속주회로에서 전기차의 고속 주행 안정성과 동력성능, 풍절음, 노면마찰음 등을 평가해 전기차의 성능과 내구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고속주회로 테스트는 차량 1대 당 약 3만마일, 무려 4000바퀴 이상을 이상 없이 달려야 통과할 수 있다.

모하비주행시험장에는 배터리가 장착되는 전기차 하부에 가해지는 충격에 대한 내구성을 평가할 수 있는 노면도 여럿 설치돼 있다. 다양한 외부 도로 환경조건을 고려한 16개 종류의 노면에서 시험이 진행되며 이곳에서 차량 하부의 내구성을 평가한다.

오프로드 시험로를 주행하고 있는 시험차량<현대차그룹 제공>
◇미국 차량의 80%가 오프로드에 노출…북미 경쟁력의 요람

다양한 비포장 도로로 이뤄진 '오프로드 시험로'에서는 위장막이 씌어진 신형 SUV 모델과 전기차들의 시험이 한창이었다. 시험 차량들은 모래를 휘날리며 사막의 거친 지면을 박차고 나갔다. 초기 모하비주행시험장의 오프로드 시험로는 단 1개 코스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7개 코스로 늘어났고 추가로 건설 중인 시험로도 있다.

이승엽 상무는 "지금 북미 시장에서 SUV가 60%, 픽업 트럭이 20%를 차지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80%가 오프로드를 주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여기서 검증한 것들을 가까운 1시간 거리에 있는 오프로드 1000m, 2000m 고도까지 올라가서 거기에서 저희가 실제 검증을 또 추가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하비주행시험장이 완공된 2005년 이후 현대차·기아가 미국에 판매하는 모든 신차는 미국 지형에 최적화된 다양한 시험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설계, 시험에 이르기까지 현지에서 진행하는 현지화 R&D 체계를 구축했다. 개발 기간이 단축돼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 조지아공장에서 적기에 신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됨으로써 한박자 빠르게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추게 됐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세로 결실을 맺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2020년대 들어 10% 내외의 미국 신차 판매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2년 연속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에서의 성장은 곧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010년 글로벌 톱5를 기록한 이후 12년 만인 2022년 세계 판매 3위에 올랐으며 지난해 역시 3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확실시된다.
현대차·기아 모하비주행시험장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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