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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비만약' 신드롬]빅파마 중심 치열한 경쟁, 틈새 노리는 K-바이오②효능·편의성·가격 등서 기회 요소 존재…새 기전·복합제 등 차별화 핵심

차지현 기자공개 2024-01-26 11:16:14

[편집자주]

비만이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으로 정의되면서 약물치료의 새 지평이 열렸다. 의지력 부족 등 개인 문제가 아닌 약물 치료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빅파마는 물론 바이오텍들까지 앞다퉈 뛰어들었다. 기존 약물 효능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GLP-1' 계열 의약품이 등장하면서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제약사가 시장 선점에 나선 상황에서 국내기업이 설 자리는 있을까. 더벨이 관련 시장 현황과 국내사들의 전략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4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GLP-1' 계열 약물의 탄생으로 개화한 비만 시장 그리고 만성질환 치료제로도 확장이 가능한 무궁무진한 잠재력. 세계적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먼저 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차세대 기술 도입을 통해 입지 굳히기에 나섰고 후발주자는 조단위 인수합병(M&A)까지 단행하면서 추격 중이다. 그야말로 글로벌 제약사(빅파마)들의 전쟁터가 됐다.

주목할 점은 '기적의 약'으로 통하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이다. 한 달에 200만원에 가까운 비싼 약값, 일주일에 한 번 주사해야 하는 불편함, 근감소증 및 섭식장애 부작용, 투약 중단 시 다시 살이 찌는 요요 현상 등이 걸림돌이다. 이는 빅파마를 꿈꾸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공략할 틈새 즉 기회이기도 하다.

◇위고비 한계이자 '넥스트 위고비' 공략점 '효능 및 편의성 그리고 가격'

이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빅파마가 앞다퉈 비만 치료제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엔 후발주자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시장 자체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데다 효능과 편의성 등을 개선한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 언제든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고 본 셈이다.

현재로서 '넥스트 위고비'가 가장 주력해야 지점은 더 안전하고 더 높은 체중 감량 효능을 보이는 치료제 개발이다. 항암제의 경우 처방전환(스위칭)이 잘 이뤄지지 않는 보수적 성향을 띠지만 비만 등 만성질환은 기존 치료제를 효과적으로 대체할 약물이 등장하면 스위칭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된다.

효능 측면에서 원조를 뛰어넘는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략은 다양하다. 용량을 높이는 게 대표적인 방법이다. 고용량으로 투여할수록 더 큰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새 메커니즘을 활용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GLP-1과 GIP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약물이나 이들과 반대 기전인 GIPR 억제 약물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허가받은 약물과 다른 약물을 병용 투여해 효능을 높이겠단 아이디어도 나왔다.


가격과 편의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 달 복용량 기준 위고비는 약 1350달러, 젭바운드는 1060달러다. 하루 한 번 투여해야 했던 삭센다보다 편의성을 높였지만 여전히 두 치료제 모두 일주일에 한 번 주사 투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들 치료제보다 싸고 편한 경구제 약물을 개발한다면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를 포함한 여러 빅파마들이 경구제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지닌 부작용과 관련해서도 기회 요소를 찾을 수 있다. 해당 약물 복용 시 근감소증이 발생하거나 약물을 끊은 뒤 몸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요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일라이릴리가 작년 7월 2조원이 넘는 M&A를 결정한 것도 버사니스바이오의 근감소증 치료제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올해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JPM)서 비만 치료제 개발을 본격적으로 선언한 리제네론도 체중감량 퀄리티를 개선한 약물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패스트 팔로워' 노리는 국내 바이오…합종연횡 및 새 기전 눈길

'영원한 1·2등은 없다'는 후발주자 빅파마의 논리는 국내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특히 제네릭, 개량신약 등을 앞세워 해외에서 인정받는 국산 신약을 내놓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패스트팔로워 전략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꿈꾸는 국내 기업 입장에선 지금이 빅파마로 도약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최근 들어 비만 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기업만 10곳이 넘는다.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대원제약, 고바이오랩 등이 해당한다. 핵심은 비만 치료제 개발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하더라도 전략이나 접근 방식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빅파마에 대항하기 위해 굴지의 제약사와 소규모 바이오텍이 손을 잡는 합종연횡 전략도 눈에 띈다.

세부적인 전략을 살펴보면 대세로 떠오른 GLP-1 기전 약물 개발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그랬듯 당뇨 치료제 등 다른 적응증 파이프라인을 비만 치료제로 탈바꿈해 임상을 추진하는 곳도 많다. 마이크로바이옴처럼 아예 새로운 기전으로 시장을 공략하려는 기업도 생기고 있다. 초기부터 심혈관계 질환이나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등으로 확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에 나서기도 한다.


일단 시장에선 국내 기업들의 도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비만 치료제 시장 진출 선언이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되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자체 개발 약효지속 연장 플랫폼을 기반으로 위고비의 투약 가격을 늘린 약물을 개발하고 있는 펩트론이나 인벤티지랩 등은 상한가를 기록할 정도로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아무리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 해도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나의 시장을 여러 기업이 나눠 먹는 구조인 만큼 차별화한 약을 빠르게 개발하는 게 관건이다. 앞서 입지를 다진 빅파마와 어떤 차별화 포인트를 내세우며 의료진과 환자를 설득해 나갈지도 눈여겨 볼만하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GLP-1 계열 약물이라도 편의성, 가격, 효능 등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이미 시장을 점령한 빅파마도 차세대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차별화한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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