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M&A 성과 점검]구현모 공들인 앱실론, 더딘 '글로벌 확장' 시너지②1700억 들여 글로벌데이터 시장 전초기지 구축, 실적 부진 지속
김규희 기자공개 2024-01-31 09:47:00
[편집자주]
KT는 대표가 바뀔 때마다 인수합병(M&A) 전략이 수정돼왔다. 새로 취임한 대표는 전임자가 사들였던 기업들에 번번이 메스를 들었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회사의 정리도 있었지만 자신의 비전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회사를 쳐낸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8월 부임한 김영섭 대표이사도 최근 들어 비슷한 행보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구현모 전 대표이사 시절 이뤄졌던 M&A 기업들의 현실은 어떤 상황일까. 관련 기업들의 성과와 현 상황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6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는 구현모 대표 시절 공격적으로 M&A 시장에 나섰다. 전통의 통신사(Telco)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으로 변모하기 위해 금융, 콘텐츠, 모빌리티, 유통 등 비통신 분야 빅딜을 잇따라 성공시켰다.아울러 국내에서 쌓은 사업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2021년 인수한 글로벌데이터 전문기업 앱실론(Epsilon Global Communications Pte. Ltd)이다. KT는 앱실론을 통해 핵심 기업간거래(B2B) 신사업을 고도화시키고 영토를 글로벌로 확장한다는 로드맵을 그렸다.
◇ 디지코 신사업 해외확장 교두보, 해외시장 개척 목표
KT는 지난 2021년 9월 앱실론 지분 100% 1700억원에 인수했다. 앱실론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국의 통신사와 법인을 대상으로 본사·지점 데이터 연결,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업체다.
2003년 런던 설립 이후 20여개 국가 45개 도시에서 280개 이상의 해외 분기국사(PoP)를 보유하고 있다. 런던과 뉴욕, 싱가포르에 3개의 인터넷 데이터센터(IDC)를 운영 중이다. 핵심 거점은 싱가포르, 영국, 미국, 불가리아, 홍콩 등이다.
구 전 대표가 앱실론을 사들인 이유는 명확했다. KT의 핵심 신사업 B2B를 고도화한다는 목적이었다. 당시 구 전 대표는 “대한민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 세계 글로벌데이터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아시아 최고 디지코 기업으로 도약해 KT 기업가치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KT는 자체 B2B 브랜드 ‘KT엔터프라이즈’를 앞세워 디지털 전환 서비스를 주력으로 키우고자 했다. 과거 유·무선 통신망 구축에 그쳤던 서비스 영역을 IT 설루션 전반으로 넓혔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데이터 사업을 펼치고 있는 앱실론 영업망을 통해 KT의 B2B 사업을 글로벌로 키우고자 했다.
게다가 앱실론은 KT의 글로벌 데이터 산업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의 의미도 있었다. 구 전 대표는 앱실론을 볼트온 전략(유사 기업의 인수합병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전략)의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IT플랫폼 설루션, 데이터센터, 해저광케이블 인프라 등 M&A를 통해 데이터 산업 밸류체인을 완성하고자 했다.
구 전 대표는 줄곧 앱실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인수 직후에는 본사 내부에 ‘앱실론성장TF'를 설치하고 글로벌데이터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구 전 대표는 또 퇴임을 한 달가량 앞둔 2023년 2월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 참여해 앱실론과 싱가포르 통신사 싱텔과의 협업을 소개하기도 했다.
앱실론과 싱텔은 서로 커버리지를 연동하고 플랫폼 서비스 형태로 네트워크를 제공해 고객이 필요에 따라 트래픽 용량을 변동하는 등 최적의 글로벌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 인수 이후 연이은 ‘적자’, 사업성 평가 명단에 오를 듯
구 전 대표의 관심 속에서도 앱실론은 더딘 성장을 보였다. 앱실론은 인수 첫해인 2021년 매출액 147억원, 당기순손실 64억원을 기록했다. 이듬해 매출액 788억원을 기록하며 외형 확장은 이뤄냈지만 당기순손실 240억원을 기록, 수익성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다소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 앱실론은 2023년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18.9% 증가한 64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같은 기간 116억원에서 53억원으로 개선됐다. 반년 만에 순손실 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목표로 했던 KT 그룹사의 B2B 글로벌영토 확장 성과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KT는 미디어·콘텐츠, 금융, AI 등 비통신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왔지만 국내 시장 공략에 집중해 왔다. 그러다 보니 앱실론 등 해외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앱실론은 자연스럽게 사업성 평가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취임한 김영섭 대표는 연말 임원 인사를 통해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계열사 옥석 가리기에 들어간 상태다.
전략실을 중심으로 KT텔레캅 등 사업 포트폴리오 정리에 나선 만큼 조만간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나지 않는 계열사에 대한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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